찜질방 땀빼기는 아무나 하나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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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소음인·소양인엔 안 맞아…만취 상태 출입도 절대 금물
서울 중계동에서 찜질방을 운영하는 한 선 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맛살을 찌푸린다.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무례한 손님들 탓이다. 그는 “애정 표현을 진하게 하는 커플, 코를 심하게 고는 고객, 너무 나이 드신 손님은 사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가장 기피하는 고객은 술이 과한 손님이다. 그는 만취한 사람은 아예 입장을 막는다.

문전박대 당하는 손님이야 분명히 기분 나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보기에 한씨의 대처는 매우 적절하다. 술을 마시면 몸 안의 수분이 부족해져서 찜질방에서 땀 흘리는 일이 결코 좋지 않기 때문이다. 뜨끈뜨끈한 찜질방 입구에서 이처럼 ‘차가운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많은 사람이 찜질방 이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우선 찜질방의 효과부터 알아보자. 찜질방에 가면 몸이 가볍게 들뜬다. 몸이 뜨거워지고 땀이 나면서 분비되는 세크레틴이라는 호르몬 덕분이다. 세크레틴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고, 신경과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며, 불면증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세크레틴이 아니더라도 인체는 뜨거운 열에 노출되면 땀이 나고, 심장 박동 수가 늘고, 혈관이 확장되고, 근육과 피부가 부드러워진다. 이 과정을 통해 인체는 노폐물을 배출하고, 통증을 완화하고, 손상된 조직을 치유한다. 정말 대단한 효과가 아닐 수 없다.

찜질방들은 한 술 더 떠 황토·맥반석·옥돌·숯·생체 게르마늄이 치료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맞는 말일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양한 원석을 750℃ 이상 가열하면 온열 작용뿐 아니라 원적외선이 방출된다. 원적외선은 적외선 가운데 파장이 가장 긴데, 파장이 길면 물체에 잘 흡수되는 성질을 갖는다. 즉 사람 몸에 쬐면 피부를 뚫고 최대 4~5cm까지 침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원적외선이 세균을 없애고, 세포 조직 생성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찜질방측의 주장이다.

그렇다고 모든 찜질방에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상용 교수(한림의대·산업의학과)는 “원적외선 파장은 온도나 주위 환경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그리고 어떤 파장대의 적외선이 인체에 유익한지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발열(發熱)과 발한(發汗)이 모든 사람에게 좋은 것만도 아니다. 한방에서는 체질을 넓게 태음인·소음인·태양인·소양인으로 분류하는데, 서울 김적한의원 이진혁 원장은 그 가운데 찜질방에 가장 잘 어울리는 체질은 태음인이라고 말했다. “태음인은 기 순환이 잘 안되는 체질이어서 땀을 많이 흘릴수록 좋다. 그러나 소음인과 소양인은 각각 기가 허약하고, 몸안에 열이 많아서 찜질방에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늘 찜질방이 복닥거리는 까닭은? 한국인 가운데 태음인이 가장 많기 때문이란다.

새해 초 찜질방에서 80대 노인이 둘이나 사망했다. 모두 급격한 고열로 인해 급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주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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