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막는 해커 화려한 ‘커밍 아웃’
  • 이문재 기자 (mosisapress.com.kr)
  • 승인 2000.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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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들에게 멍석을 깔아주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우수한 해커를 보안 전문가로 키워내기 위해 마련한 ‘제1회 세계 정보 보호 올림페어’는 최초의 공식적인 ‘해커 커밍 아웃’이어서 관심이 높았다. 국내 최고수로 꼽히던 ‘오하라’ 등을 꺾고 이 대회에서 우승한 해커는 정보 보안 업체 ‘사이버 리서치’를 대표해 출전한 ‘CR-lab’ 팀이었다.
CR-lab 팀원은 기영호(24)·송인경(29)·홍민표(22)·강동훈(21·왼쪽부터) 씨 네 사람. 이들이 ‘사이버 리서치’에서 맡고 있는 업무는 보안 컨설팅이다.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아 그 기업의 컴퓨터 시스템을 해킹하면서, 해커가 침투할 만한 틈이 보이면 막아주는 것이다.
이들은 해킹을 논리적 사고와 순간적인 기지를 필요로 하는 고급 두뇌 게임으로 생각하고 해커의 세계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스템을 교란하거나 정보를 마음대로 빼내고 고치는 ‘크래킹(cracking)’은 절대 반대한다. 명백한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때로 범죄를 저질러 달라고 청탁하는 이들이 있다. 돈을 줄 테니 대학 컴퓨터를 해킹해 학점을 올려 달라는 것에서부터 여자 친구의 이메일 암호를 알려 달라는 부탁에 이르기까지. 물론 들어준 적은 없다.
국내 최고수로 인정받은 이들은 지금도 하루 10시간 이상 연구하며 해킹 기술을 갈고 닦는다. 아직 외국 해커들에 비해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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