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사라져도, 시는 죽지 않는다
  • 李文宰 편집위원 ()
  • 승인 2000.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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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 1994년 췌장암으로 타계한 김남주 시인의 시비가 광주 중외공원 기슭에 세워졌다. 시비는 작은 조각 공원을 연상시킨다. 김시인의 흉상이 오른쪽 맨 앞에 있고, 가운데 시비를 중심으로 대나무를 새긴 선돌이 병풍처럼 둘러쳐 있고, 그 뒤에 소나무가 서 있어, 마치 김시인이 ‘청송’과 ‘녹죽’을 지나온 바람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 청송녹죽 가슴에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시비에는 노래로도 널리 불린 그의 시 <노래>가 새겨졌다.

광주 비엔날레 미술과 문학의 만남 행사와 연계된 시비 건립은 ‘민족시인 김남주기념사업회’ ‘민족문학작가회의’ ‘전국 민족예술인 총연합’ 등이 손잡고 추진했다. 조형물 설계는 화가 홍성담씨가 맡았고, 글씨는 화가 홍성민씨가, 흉상은 조각가 김희상씨가 제작했다. 이 날 기념식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이문구 이사장을 비롯해 동료 작가와 지인 등 2백여 명이 참석했다. 생전에 김남주 시인과 절친했던 작가 황석영씨는 행사에 보낸 메시지에서 ‘시인은 가고 혁명도 사라졌지만 끊긴 길은 우리 앞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서 ‘이제 모두 다시 시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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