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환자에게 구원처럼 다가온 시
  • 朴在權 기자 ()
  • 승인 1999.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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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근처에 있는 ‘하늘’이라는 조그마한 호프집에서 이색적인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주인공은 시집 <햇살처럼 그대 창에 머무르고 싶다>(당그래)를 출간한 심우인씨(35·가운데).

이 날 행사는 여느 출판 기념회와 사뭇 달랐다. 우선 저자인 심씨의 사연이 축하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95년 7월부터 근육신경병을 앓고 있는 그는, 지금은 혼자 한 발짝도 뗄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쁘다. 근육신경병이라는 것이 서서히 신경이 죽어 몸을 가눌 수 없게 되는 불치병이어서, 그는 악화하는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비탄에 빠져 있던 그에게 구원처럼 다가온 것이 시였다. “처음에는 슬픔을 호소하기에 바빴고, 그런 뒤에는 좀더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을 토로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느 것 하나 귀하고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 그는 97년 <솟대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98년 초에는 <순수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또 하나의 구세주는 PC통신이었다. 하이텔 동호회 ‘나이테’(대표 시삽 김종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하루 3∼4시간 정도 PC통신에 접속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파악하고, 회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심씨의 시집을 출간한 당그래출판사 이춘호 사장(오른쪽)과, 회원들을 규합해 출판 기념회를 열어준 (주)그린스타 오인섭 사장(왼쪽)도 모두 ‘나이테’에서 만난 벗들이다. 그동안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만 우정을 주고받던 이들은 이날 처음 악수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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