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전문가 3인 특별 좌담]“블루칩을 겨냥하라”
  • 정리 朴在權·蘇成玟 기자 ()
  • 승인 199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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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전문가 이남우·장인환·이근모 씨 증시 전망 좌담
주식 바람이 뜨겁다. 정보력과 자금력이 달리는 개인 투자자들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려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한국 증권업계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이근모 상무(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이남우 이사(삼성증권)·장인환 수석펀드매니저(현대투자신탁운용)를 한자리에 초청해 향후 장세를 진단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주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았다. 〈편집자〉

향후 장세를 어떻게 보는가?

이근모:올해 적정한 종합주가지수를 750 선으로 본다. 지금까지는 시중에 돈이 넘쳐 주가가 오르는 ‘금융 장세’였다. 금융 장세를 떠받친 힘은 금리 하락이었는데, 이제 금리가 더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반면 하반기 우리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지리라는 확신이 없다. 수출이 줄고 있는데 단기적인 상황이 아닌 것 같아 문제다.

장인환:기술적 분석을 통해 예측해 보면 올해 종합 주가지수는 1070 선까지도 갈 것 같다. 올해 평균 주당 순이익은 천 원 정도로 예상되는데, 금리를 8% 정도로 잡아도 9백70원은 된다. 주식 가치로 보나 기술적 지표로 보나 지수 1000 선은 넘어간다. 문제는 언제 금리가 오를지 모르는 등 변동성이 큰 한 해가 되리라는 점이다. 전체적으로는 700 선에서 750 선 정도로 예상한다. 최고 지수는 하반기에 한 번 더 나올 것으로 본다. 6월말 쯤 상반기 기업 실적이 나오면 실적 장세로 연결되면서 블루칩(대형 우량주)이 또 한 차례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이남우:상반기 종합주가지수는 750 선에서 800선, 하반기는 900 선에서 1000 선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5월말∼6월에 한 번쯤 조정을 거칠 것 같다. 최근 외국 투자자들이 불안해 하는 것 같다. 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작업이 자꾸 차질을 빚자 한국 정부의 개혁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고 보는 것이다. 또 그동안 보유 주식 가격이 올라 이익도 실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앞으로 두세 달은 수급 상황이 안 좋을 것 같다. 700 선이 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상반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 이상으로 좋을 것 같다. 하반기 증시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블루칩이 주도할 것이다. 9∼10월 이후로는 은행주를 중심으로 많이 올라갈 것 같다.

이근모:내 견해는 다르다. 실적이 좋아진다지만 실제로 수출하는 기업들에 가보면 사정이 아주 어렵다. 영업 이익이 나빠질 것이다. 하반기 증시를 비관하는 이유도 기업 이익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은 미래의 수익을 먹고 산다. 그런데 만일 거품 우려가 일고 있는 미국 증시가 폭락하기라도 하면 미국 경기가 나빠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세계 경기가 나빠져 우리 기업의 수출도 잘 안될 수 있다. 요즘 같아서는 이미 올해 주가가 상투를 튼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주식을 사려는 사람은 실적 장세가 전개된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사는 것이 좋다. 그때 경기에 민감한 대형 우량주를 사야 한다. 지금은 살 때가 아닌 것 같다.

장인환:기술적 분석을 좋아하기 때문에 차트를 그려 봤다. 2004년 하반기까지 5400선이 나왔다. 순수하게 주가 파동만 가지고 기술적으로 그려본 것이다. 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제대로 된다면 기업의 가치는 높아질 것이고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 제고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금 증시를 ‘의미 있는 시장’으로 보고 싶다. 요즘 우스갯소리로 은행을 ‘돼지 저금통’이라고 부른다. 6%로 낮아진 금리를 빗댄 말이다. 하지만 최소한 2∼3년쯤 뒤에는 그것도 높은 금리라고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때까지는 ‘금리 저항기’라고 부르고 싶다. 두 자릿수 금리에 익숙한 사람들은 은행에서 돈을 빼내 증시로 몰려들 것이다. 이 행렬이 멈출 때까지 주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이남우:역사는 반복된다. 전세계적으로 살펴보면 20세기 어떤 국가에서나 금리가 폭락하면 주식을 많이 샀다. 예외는 전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주식 시장은 장기적으로 좋을 수밖에 없다. 과거 한국 증시에는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 이익률(ROE) 개념이 별로 없었다. 자기자본 이익률이 금리보다 낮았다. 삼성증권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내년 한국 기업들의 평균 자기자본 이익률은 9∼10%, 적자 요인을 줄이면 12∼13%까지 갈 수도 있다. 장부 가치를 기준으로 볼 때 미국 주식의 자기자본 이익률은 금리의 5배나 되는데, 우리도 1.5배까지는 가능하리라고 본다.

이근모:그같은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두 분은 재벌 기업 계열사 소속이고,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웃음). 나는 현재 재벌의 현실에 대해 냉소적이다.구조 조정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장인환:최근 자료를 보니까 5대 재벌 부채가 지난해보다 5.9%나 늘었다. 한국 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수치다. 올해 증자 물량은 40조∼5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유상 증자에 부정적 견해를 갖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유상 증자가 부채를 줄이는 데 쓰인다면 오히려 기업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올해에도 재벌들이 빚 갚는 데 써야 할 돈을 여전히 기업 확장에 쓰고 있다. 가령 LG가 데이콤을 인수하는가 하면 생명보험사까지 인수하려 한다. 증자를 왜 하는가. 개인적으로 올해 우리 기업들의 자기자본 이익률이 좋아질 것을 확신한다. 문제는 그같은 기대를 기업들이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우리 증시는 낙관적이다.

이근모:내가 연초에 증시를 낙관한 것도 유상 증자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유상 증자를 올해 증시의 최대 악재로 꼽으면서, 증자 물량 때문에 올해 증시가 89∼90년의 재판(再版)이 될 것으로 보기도 했다. 유상 증자를 하면 주당 순이익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주가도 떨어지리라는 분석에서다. 내가 그런 분석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는, 올해 유상 증자가 빚 갚는 데 쓰일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그 돈이 빚을 줄이는 데 쓰이지 않고 기업 인수하는 데 들어간다면 곤란하다. 그래서 하반기 증시를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구조 조정의 핵심은 부채 비율을 줄이는 것이다.

장인환:자산을 열심히 매각해 부채를 많이 갚은 회사들만 소외감을 느낄 판이다. 그들로서는 5∼6개월만 더 버텼더라면 하고 후회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대처한 덕에 기업을 살렸다고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다. 재벌부터 철저하게 구조 조정해야 한다. 채권자인 은행과 기관 투자가들도 재벌이 그런 쪽으로 갈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기업들이 빚을 줄여야 투자자들도 그 기업을 믿을 수 있다. 낙관적 주가 전망은 그러한 기업의 노력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근모:증시에 대한 비관적 견해는 우선 기업들이 빚을 안 갚는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것이다. 둘째로는, 외국 투자자들의 동향이다. 그동안 외국 자금이 엄청나게 들어왔는데, 문제는 이 자금이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외국인들은 부쩍 불안해 한다. 주가 총액의 20%를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는 낙관적 시각만 만연해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빚을 열심히 갚는다면 지수가 1000 선 이상도 가능하다고 본다.

이남우:외국 투자자들은 상징적 사건에 민감하다. 제일·서울 은행 매각 건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이런 작업들이 최근 지연되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것조차도 경제 개혁 작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통신에 비교되는 말레이시아의 ‘텔레콤 말레이시아’도 매각하려고 내놓았지만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 회사 주가가 50% 이상 올랐기 때문이다. 매입 가격이 높아지면 당연히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외국 투자자들이 동요하는 것은 당연하다.주식형 수익 증권의 미래는?

이근모: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내가 은행에 갔더니 직원이 주식형 수익 증권을 권했다고 한다. 거기에 돈을 맡기면 1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남편이 주식 일을 하는 사람인데도 그렇다. 사람들은 수익 증권에 투자하면 당연히 돈을 남겨 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투자자들은 너무 실정을 모른다. 만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변하면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지 모른다. 주식은 ‘투기’가 아니라 ‘투자’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

장인환:최근에 나는 3개월짜리 상품을 없앴다. 왜냐하면 희망자는 엄청나게 많지만 지금 맡아서는 도저히 목표 수익률을 올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내 목표 수익률은 한 달에 10%, 두 달에 12%, 세 달에 15%이다. 사실 어마어마한 수익률이다. 누가 이렇게만 해준다면 내 돈을 맡기고 싶을 정도이다(웃음). 내가 맡은 상품은 중도 환매가 금지되어 있다. 6개월짜리를 맡은 건 그 기간에 목표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그게 끝나면 6개월짜리는 더 이상 못 맡을 것이다. 1년짜리로 가야 할 것이다. 나는 투자자들이 간접 투자의 위험성을 전혀 모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6개월 혹은 1년 동안 감수해야 할 위험에 대해서는 얼마나 느끼고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인들은 부동산이라면 10년도 갖고 있는다. 그런데 주식은 오늘 사서 며칠만 안 올라도 팔고 싶어 안달이다. 이제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 투자를 부동산에 투자하듯이 해야 한다. 앞으로 5∼10년 동안은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충분히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이남우:동의한다. 우리는 수익 개념으로 부동산을 평가한 적이 없다. 외국은 주식이나 채권과 비교해서 평가한다. 우리는 부동산을 그런 식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앞으로 부동산 수익률은 10% 미만일 것이다. 금리도 5∼6%일 것이고. 돈이 증시에서 나가고 싶어도 갈 데가 별로 없으니까 예전같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투자자는 종목 선정 및 매도 시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장인환:두 가지가 중요하다. 나의 가장 큰 원칙은 잘 모르는 주식에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가서 옷을 한벌 사더라도 꼼꼼히 훑어보고 입어보고, 또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때는 언제인지 궁리하는 사람들이 그 비싼 주식을 살 때는 너무도 쉽게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을 살 때도 개발 전망은 어떤지 혹시 근저당 같은 건 설정되어 있지 않은지 여러 모로 궁리하는데 유독 주식을 살 때는 충동적으로 산다. 정보 자료를 통해서든 직접 방문해서든 자신이 투자할 기업의 내재 가치는 확실히 추정해야 한다. 어떤 기업의 주가가 2만원까지 갈 것 같으면 왜 그런지 판단 근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도중에 사고 팔면서 그 가격까지 가느냐, 아니면 자신의 목표치에 이를 때까지 그냥 보유하느냐의 차이도 있다. 증시가 대세 상승장이라고 본다면 그냥 보유하는 것이 좋고, 변동성이 크다고 생각하면 사고 팔면서 가는 게 낫다. 투자 기법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 어쨌든 주식을 살 때는 자기 목표 가격을 꼭 설정해야 한다. 자기 목표 가격이 없으면 떨어지든 오르든 기다리지를 못한다. 그리고 주식을 산 뒤에는 계속 그 기업을 점검해야 한다.

이남우:나는 투자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싶다. 게으르거나 바쁜 분에게는 간접 투자를 권한다. 시간이 좀 있는 분은 다섯 종목에 분산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한국전력·삼성전자·포항제철·한국통신·국민은행). 마지막으로 매우 부지런한 분은 자기가 일하는 업종, 혹은 친구나 고객 또는 주변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를 눈여겨보면 된다.

이근모:최근 사이버 거래가 늘고 있는데,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은 증권사만 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주 사고 팔수록 증권사는 약정 수수료를 많이 챙긴다. 노름판에서 돈을 딴 것 같아도, 고리를 많이 뜯기다 보면 나중에 남는 게 별로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따라서 사이버 거래에서는 매매를 절제하는 게 중요하다.코스닥 시장 열풍을 어떻게 보는가?

장인환:거품이 많아 보인다. 기업 가치보다 수급에 의해 주가가 올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보가 정확히 공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둘째, 기업의 성장성이 큰 만큼 위험하다. 셋째, 수급을 조절하기가 쉬워 주가 조작이 훨씬 자주 일어난다. 이런 위험을 극복하려면 펀드 매니저를 통한 간접 투자를 해야 한다.

이남우:요즘 들어 외국 투자가들이 자주 문의해 오는데,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종목이 많다. 외국인들도 이제 대형주로 수익률을 내기가 쉽지 않으니까 코스닥 시장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이근모:그동안 증시 제도 자체가 코스닥 상장사에 관대했다. 결산 자료에 대한 요구도 느슨했다. 코스닥 상장사에도 결산 자료 등의 공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예전에 베어링증권에 근무할 때 벤처 캐피털에 많이 투자해 봤다. 애국심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벤처 기업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 투자 자금을 공돈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자기 돈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유의할 점은 코스닥 종목들이 유동성이 약하다는 사실이다. 팔고 싶을 때 못 파는 경우가 많다.

덧붙일 말은?

장인환:미국·일본 등 선진국 증시를 공부해 보면, 그 나라의 명목 금리 수준이 한 자리로 진입하는 시기에는 철저하게 주식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수익률이 채권이나 부동산보다 높았다. 아직도 한국인들은 많은 금융 상품 가운데 주식에는 자기 돈의 평균 7%밖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자기 금융 자산의 20∼30%는 주식 쪽으로 옮겨서 투자해야 한다. 주식은 앞으로 5∼10년 동안 한국에서 다른 어떤 분야보다 투자 수익률이 높을 것이다. 상위 40∼50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직접 투자를 한대도 철저하게 우량주에 투자할 것을, 또 간접 투자 비율을 높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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