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학교로 하산한 여성 산악인
  • 안은주 기자 (anjoo@sisapress.com)
  • 승인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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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백두대간을 완주하고, 2년 뒤 히말라야 강가푸르나 봉을 정복한 남난희씨(44). 여성으로서는 ‘한국 최초’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항상 달고 다니던 그녀가 산 생활을 접고 정선 아우라지로 내려왔다. 1995년부터 지리산 청학동 어귀에 찻집을 꾸리고 살았으나, ‘지리산이 지겨워’ 강가로 터를 옮겼다.

남씨가 터를 옮긴 곳은 정선군 덕송리에 둥지를 튼 ‘정선자연학교’. 두메 여행을 기획해온 한국탐험학교가 지난 3월에 세운 곳이다. 폐쇄된 분교를 개조해 숙식 시설 따위를 갖추고, 자연 탐사와 레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뒤로는 가리왕산이 버티고 섰고, 앞에는 아름다운 조양강이 흐르고 있어 자연을 체험하기에 손색 없는 곳이다. “여기저기 뜯기고 할퀸 지리산은 이제 두메가 아니다. 이곳에서는 살아 있는 강과 산을 만날 수 있고, 자연을 좋아하는 탐방객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

자신을 정선자연학교 잡역부라고 불러 달라는 남씨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운동장 한켠에 텃밭을 일궈 사람들과 나누어 먹을 기쁨에 들떠 있는 남씨는, 이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산악인이라기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자연인으로 돌아온 듯했다(정선자연학교 0389-562-4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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