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에게 보내는 뜨거운 갈채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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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마을의 농민 후계자같이 순박한 표정을 짓는 박종현씨(41·가운데)는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해주는’ 노동운동이 너무 좋아 감옥살이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노동자 경력 22년의 맹렬 투사이다. 광주지역 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을 지냈고, 지난해까지 민주노총 광주·전남 지역본부장을 맡아왔다. 그는 지난 6월8일 광주시의원 보궐 선거에 노동자들의 추천을 받아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아쉽게도 ‘꼴찌’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지지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민주당 공천=당선’으로 통하는 호남 지역에서 초보 출마자인 그가 민주당 후보와 겨우 100여 표 차이로 접전하며 개표 과정 내내 여당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기 때문이다. 막강한 여당 의원과 농협조합장 출신 무소속 후보가 금품 선거 공방을 벌일 때 그는 자원봉사자들에 의지해 선거를 치렀다. 2천만원이 못되는 선거 비용은 노동자 ‘동지’들이 거두어 주었다.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도덕성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 것이다.

지지를 호소하며 한 공장에서 노조 조합원 3천명과 일일이 악수하는 바람에 손이 퉁퉁 붓기도 했던 박씨는, 선거가 끝난 뒤 노동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세상에서 푸대접받는 노동자이지만 자신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노동운동가’라고 당당하게 말할 때 가장 대견스럽다는 그는 “법정 선거 비용의 60%만 사용하겠다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아름다운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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