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는 오히려 지지자들과 함께 환하게 웃었다. ‘민주당 공천=당선’으로 통하는 호남 지역에서 초보 출마자인 그가 민주당 후보와 겨우 100여 표 차이로 접전하며 개표 과정 내내 여당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했기 때문이다. 막강한 여당 의원과 농협조합장 출신 무소속 후보가 금품 선거 공방을 벌일 때 그는 자원봉사자들에 의지해 선거를 치렀다. 2천만원이 못되는 선거 비용은 노동자 ‘동지’들이 거두어 주었다. 당선에는 실패했지만 도덕성에서는 다른 후보들을 압도한 것이다.
지지를 호소하며 한 공장에서 노조 조합원 3천명과 일일이 악수하는 바람에 손이 퉁퉁 붓기도 했던 박씨는, 선거가 끝난 뒤 노동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세상에서 푸대접받는 노동자이지만 자신의 자녀들이 아버지의 직업을 ‘노동운동가’라고 당당하게 말할 때 가장 대견스럽다는 그는 “법정 선거 비용의 60%만 사용하겠다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지켰다. ‘아름다운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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