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귀순자가 반한 남한 여자의 ‘매력’
  • 金在泰 기자 ()
  • 승인 1999.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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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경계를 허문다. 분단의 장벽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그 사랑의 힘으로 오는 10월3일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백년가약에 담을 북남남녀 탁영철(27·인하대 기계공학과 4년)·김경화(28·유치원 교사) 씨. 이들에게 올해 개천절은 말 그대로 또 하나의 하늘이 열리는 날이 될 터이다.

그동안 북한 귀순자와 남녘 여성의 결합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의 만남은 좀더 각별하다. 민간 단체가 주선한 공개 미팅에서 만나 결혼에 이르는 최초의 커플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결혼정보회사 (주)선우가 주최한 ‘미혼 남녀 남남북녀 미팅’에서 처음 얼굴을 맞댔다. 이 자리에서 탁씨는 첫눈에 김씨에게 호감을 느껴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고, 김씨도 그런 탁씨의 진실함에 마음이 이끌렸다.

바캉스라는 말을 몰라 “뭐, 박카스?”라고 되묻는 등 아직 작지 않은 이질감이 있지만, 사랑이 이기지 못하는 것이 어디 있으랴. 두 번이나 목숨을 걸고 혈혈단신 북한을 탈출한 탁씨에게 결혼은 여느 청춘 남녀보다 의미가 각별하다. 폐쇄되고 획일화한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귀순자들이 개방된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가정을 이루는 것이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 데 가장 빠른 길이라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어요. 저와 같은 귀순자들이 안정된 생활의 토대를 이루어 놓으면, 통일이 된 후 민족이 쉽게 융화하는 밑거름 노릇을 하리라 믿습니다.”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에 자라면서 늘 모정이 아쉬웠던 탁씨는, 장차 나을 자식과 아내에게 자신이 못 받은 사랑까지 다 쏟아 귀순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부부가 되리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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