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할아버지의 영원한 군인 정신
  • 나권일 기자 (nafree@sisapress.com)
  • 승인 2000.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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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성군 영천리에 사는 고학주씨(71)는 6·25 때 김일성고지 전투에 참여했던 해병대 8기 출신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다. 고씨는 지금도 집안에 해병대 달력과 사진을 걸어놓고, 외출복에 해병 배지와 해병 넥타이 핀을 부착하고 해병 수첩과 참전 용사증을 가지고 다닐 정도여서, ‘해병 할아버지’로 통한다.

평소 70만명에 이르는 해병 전우가 전역한 뒤 마땅한 상징물 하나 소장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온 고씨는, 4년여 노력한 끝에 독특한 기념물을 만들었다. 화선지에 해병의 상징인 독수리 마크와 ‘無敵海兵’이라는 글씨, 그리고 해병대 군가와 해병 정신을 적어 넣은 상징물을 제작해 지난해 11월 의장등록 특허를 획득한 것.

전국의 해병 부대에 작품을 기증해 해병전우회로부터도 좋은 반응을 얻은 고씨는 내친 김에 집안 작업실에 ‘해병대 서예 작품 연구원’까지 차렸다. 작품을 주문받으면 목욕 재계한 뒤 정성스럽게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고씨는 “거실이나 사무실에 걸어놓을 수 있고, 해병의 결혼 선물로도 안성맞춤인 데다 자식에게 남길 유품으로도 손색없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한 사람의 전우에게라도 더 보급하겠다”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앞으로 해병의 정신과 기백이 담긴 여섯 폭 병풍 제작에 도전하겠다는 고씨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라는 자부심으로 노년을 바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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