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는 남자를 좋아해”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
  • 승인 2004.02.0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자보다 사망률 62% 높아…대기 오염 심할수록 감염에 취약
2003년 전세계 30여 나라에서 발생해 8천여 명을 감염시키고, 그 가운데 10%에 가까운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갔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올해 초 다시 중국에 등장했다. 사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중국인이 식용으로 사육하는 사향고양이에서 유래했다는 증거가 제시됨에 따라, 중국 정부는 이들을 도살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다. 그런데 최근 사스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이 속속 발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UCLA대학 연구진은 사스 환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던 중국의 5개 지역 환자 4천8백70명을 대상으로 대기 오염 수준과 그들의 사망률을 조사했는데,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일수록 사스 환자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5천명 이상의 사스 환자가 발생한 중국의 경우 지역에 따라 사망률에 차이가 커 일부 과학자들은 대기 오염이 사스에 영향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설을 제기했었는데, 이번에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대기 오염과 관련한 기존 연구들은 대기 오염이 폐 기능을 저하시키고, 각종 급·만성 호흡기질환과 천식과 심혈관질환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보고해 왔다. 사스가 호흡기질환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중국에서 대기 오염이 사스에 영향을 미쳤다는 이번 보고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연구진은 대기 오염 물질이 사스 환자의 호흡기 세포를 자극해 더욱 심각한 증세로 발전시킨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홍콩대학 연구진이 중국과 홍콩에서 발생한 사스 환자 사망률을 성별에 따라 비교한 결과 남자의 사망률이 여자보다 6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남자가 여자보다 감염성 질환에 더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들과도 일치해 정말 남자가 생물학적으로 여자보다 약한 존재인가 하는 의문을 낳고 있다.

연구진은 “남자가 여자보다 사스를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심하게 감염되는 이유를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별 면역 수준 차이, 지역별 사스 진단 기준 및 의료 수준 차이, 흡연 및 생활 환경 차이 등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국립인간게놈센터와 광둥 지역 질병관리센터의 공동 연구진은 <사이언스> 최신호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표했다. 초기 사스 환자에게서 발견된 바이러스는 중국의 사향고양이에게서 발견된 것과 유사한 유전자 형식을 지니고 있었지만, 마지막 환자에게서 발견된 것은 처음과 달리 더욱 감염력이 커진 형태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내용이다.

최근 전세계는 사스와 조류 독감, 에볼라, 웨스트나일 뇌염 등 새롭게 출몰하고 있는 전염성 질환으로 인해 충격에 휩싸여 있다. 그런데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인간을 공격하는 병원체들은 변이를 거듭하며 감염력을 높여가고 있는데, 인간은 항생제와 환경 오염에 찌들어 점점 더 약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홍콩에서 발생한 조류 독감이 ‘대재앙의 서막’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가 단순한 엄포로만 들리지 않는다. 재앙은 점점 커지는데 인간의 대응 능력은 약해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