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들어온 지 1년 만에 남씨는 청학동∼삼신봉 등산로 입구에 전통찻집 ‘백두대간’을 차렸다. 유난히 낯가림을 하던 그가 찻집에 들른 등산객들과 격의 없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지리산이 베푼 축복이다. 손님이 없으면 ‘마실 가듯’ 훌쩍 삼신봉에 올라갔다 오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 그는 이 생활도 청산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낀다. 지난 여름 지리산 주능선을 탔다가 받은 충격 때문이다. 바위 군데군데 박힌 쇠말뚝과 벽소령에 새로 우뚝 솟은 ‘초호화판 대피소’를 보니 지리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밭을 일구며 사는 길밖에 없는지, 지리산과 ‘평생 살 인연’이 닿았다고 믿어 온 남씨는 요즘 이래저래 머리 속이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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