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처럼 쓴 시들도 휴전선 높은 벽에 걸려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6.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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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통일운동가 백기완씨(63)가 시집 <아, 나에게도>를 내고 12월 13일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백씨는 이 시집을 판문점을 통해 북한의 노모 홍억재씨(98)와 누이 백인숙씨(68)에게 전하려고 통일원에 북한 주민 접촉 승인 신청을 냈다. 통일원은 이에 대해 남북 관계가 어렵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답변했다.

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백씨는 45년 열세 살에 단신 월남한 뒤 51년 동안 가족들에게 생사 확인은 물론 안부도 전하지 못했다. “이 간절한 소망을 해결할 길이 없는가. 아들이 다 늙어서 유언처럼 쓴 시집 하나 보내겠다는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분단 상황이 너무 처참하지 않는가.”

고 문익환 목사가 89년 방북 당시 백씨의 누이를 만났으나 노모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씨는 이를 믿지 않는다.

‘어머니 오늘도 잔돌뿌리에 자빠진 이 못난 자식은 휴전선 넘나드는 한숨이 되어 한없이 한없이 부르트고 있습니다’(<못난 자식> 중에서).

백씨는 80년 계엄 치하의 감옥에서 시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젊은 날> <이제 때는 왔다> <백두산 천지> 같은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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