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은율이 고향인 백씨는 45년 열세 살에 단신 월남한 뒤 51년 동안 가족들에게 생사 확인은 물론 안부도 전하지 못했다. “이 간절한 소망을 해결할 길이 없는가. 아들이 다 늙어서 유언처럼 쓴 시집 하나 보내겠다는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가. 분단 상황이 너무 처참하지 않는가.”
고 문익환 목사가 89년 방북 당시 백씨의 누이를 만났으나 노모는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씨는 이를 믿지 않는다.
‘어머니 오늘도 잔돌뿌리에 자빠진 이 못난 자식은 휴전선 넘나드는 한숨이 되어 한없이 한없이 부르트고 있습니다’(<못난 자식> 중에서).
백씨는 80년 계엄 치하의 감옥에서 시를 쓰기 시작해, 지금까지 <젊은 날> <이제 때는 왔다> <백두산 천지> 같은 시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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