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비타민 D 발전소'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
  • 승인 200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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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일조량은 각종 암 예방에 효과…아침 햇살이 좋아
얼마 전 기상청은 지난해 서울 지역의 일조 시간이 하루 4시간 이하였다고 발표했다. 과거 30년간 서울 지역의 평균 일조 시간이 6시간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일조량이 인간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소식이다.

햇빛은 인간의 우울증을 막는 천연 ‘항우울제’이면서, 체내 비타민D 성분의 주된 공급원이다. 비타민D는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하고,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필수 성분이다. 체내에서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당뇨병과 근육통, 더 나아가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암세포의 성장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 증가시켜 정신 건강에도 도움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암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태양 빛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조사한 적이 있다. 예상대로 강렬한 태양 빛이 내리쬐는 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피부암으로 많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유방암·결장암 등 기타 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현저히 낮았다. 이같은 연구 결과는 비타민D가 암세포의 성장을 지연시켜, 유방암·결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일조량은 정신 건강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일조량이 부족하면 겨울철에 주로 나타나는 ‘계절성 정서 장애’가 나타나기 쉽다. 집중력 저하, 피로감, 무력감, 흥미 상실, 시무룩함 등이 주요 증세이다. 2002년 호주의 연구진이 건강한 남성 1백1명을 대상으로 기상 요소와 혈중 ‘세로토닌’ 양을 비교한 결과, 계절에 관계 없이 대뇌 세로토닌의 양은 기상 요소 중 유일하게 햇빛을 쬔 시간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로토닌은 인간의 기분을 상승시키는 호르몬으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들에게서는 그 양이 현저히 줄었다는 보고가 있다.

20∼40대 청·장년층에게 주로 나타나는 ‘다발성 경화증’도 일조량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학계의 시각이다. 다발성 경화증은 쇠약, 운동 실조, 지각 이상, 언어 장애 및 시각 장애를 유발한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극지방으로 갈수록 다발성 경화증 발생률이 증가했다. 캐나다 및 미국의 북쪽 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남쪽 주의 사람들보다 이 질병에 많이 걸리는 것이 좋은 예이다.

서울 지역의 일조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급격히 감소한 원인을 고층 빌딩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 있지만, 대기 오염이 심한 지역일수록 일조량이 적다는 외국의 연구 결과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자동차에서 방출되는 질소산화물에 의해 생성된 광화학 스모그가 일조량 감소의 주범일 것으로 여겨진다.

햇빛은 귀한 손님인 만큼 맞이하는 법이 따로 있다. 학자들은 여름철에는 태양 광선 차단 로션을 바르거나 직사 광선을 피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일조량이 적은 겨울철에는 하루에 적어도 10∼15분 동안 좀더 과감하게 햇빛을 쪼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자외선 함량이 적은 아침 햇살은 보약이나 다름없다. 만약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비타민D 결핍이 걱정된다면,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하거나 비타민D 성분이 강화된 우유나 주스를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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