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신문사 나올 수 있다
  • 김은남 기자 (ken@sisapress.com)
  • 승인 1996.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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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70~80% 광고에 의존…‘증면 경쟁·광고 불황’ 계속되면 廢刊社 생길 수도
경기 침체의 불똥은 ‘당연히’ 언론 매체에도 튀었다. 방송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0%에 가깝던 방송 광고 판매율은 최근 80%대로 떨어졌다.

그래도 방송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신문업계는 ‘일찍이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죽는 소리를 하고 있다. “조짐은 이미 지난 연말 포착됐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규모일 줄은 몰랐다.” 최근의 신문업계 불황에 대해 <조선일보> 마실언 광고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8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10% 안팎으로 광고 수입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의 광고 매출 신장 목표 8%도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마국장은 하반기 들어 대형 광고주로 꼽히는 가전 3사가 50% 가까이 광고비를 삭감한데다 부동산 광고가 현저하게 줄고, 중소 업체 또한 예년에 비해 구인 광고를 거의 내지 않는 것을 광고 수입 감소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재무 구조가 견실하기로 손꼽히는 <조선일보>가 이럴진대 이른바 ‘마이너 신문사’의 사정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ㅎ사의 경우 10월 들어 전년 대비 광고 수입이 30% 이상 줄었다고 알려져 있다.

섹션화 성공한 <중앙일보> <경향신문>만 호황?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신문사도 있다. <중앙일보>나 <경향신문>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앙일보> 이인배 광고국장은 “국내 대기업 광고가 준 것은 사실이지만 레저·연예 광고와 외국 합작 법인 광고가 늘어나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며 하반기에도 전년 대비 19%대 광고 수입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주장하는 광고 수입 성장률은 20%대이다.

이 신문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재벌 기업이 발행하는, 섹션 신문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섹션 신문이 성공한 데서 안정적인 광고 수입의 원인을 찾는다. ‘섹션은 광고가 붙지 않는다’는 과거 통념과 달리 올해 들어 본지의 90% 수준까지 섹션 광고 단가가 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들에 대한 신문 부수 공사(公査)가 이루어지지 않고, 발행 부수와 관련된 경영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 현 상태에서는 이들의 주장을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이다.

이들은 모기업의 ‘측면 지원’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모기업이 다른 신문사와 똑같이 광고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묘한 차등’은 있는 듯하다. 확인한 결과 지난 10월 한 달간 <중앙일보> 본지 백면(맨 뒷면)에 실린 삼성 계열사 전면 광고는 모두 7건이었다. 삼성의 이미지 광고와 신입사원 채용 광고 각 1건, 용인에버랜드 2건,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화재 광고가 각 1건씩이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경쟁지 백면에 실린 삼성 계열사 전면 광고는 2건에 불과했다. 신문 광고 가운데 가장 비싼 백면 전면 광고는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약 1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광고 불황은 직접으로는 경기 침체, 간접으로는 최근 몇년간 지속되어 온 ‘신문사간 무한 경쟁’에서 말미암는다고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조병량 교수(한양대·광고홍보학)는 ‘신문 광고의 대형화·컬러화와 신문사간 증면 경쟁이 맞물리면서 비정상적일 정도로 광고비 성장이 이루어졌던 것이 지난 몇년 간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언론연구원 이구현 출판부장이 <광고연구> 96년 여름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90년 이래 9대 중앙 일간지는 12.7∼23.6%에 이르는 높은 광고비 성장률을 보여 왔다(93년만 6.1%로 비교적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문제는 현재의 광고 시장 불황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신문 수익의 70∼80%를 광고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신문업계의 특성상 이렇게 되면 문을 닫는 신문사가 하나 둘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조병량 교수는 이번 불황이 ‘무리한 증면 경쟁을 중단하고 질적인 경쟁으로 돌아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군소 신문사의 경우 면수를 줄이고 ‘메이저급 신문사’에 맞춰 지나치게 상향 조정되어 있는 광고 단가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90년 이래 ‘신문 불황’을 겪으며 조간은 34면에서 28면, 석간은 16면에서 12면으로 감면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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