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묘약’ 호르몬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4.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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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남성’ 되찾아…전립선 비대증 등 부작용 주의해야
굵은 골격과 두툼한 근육 그리고 강한 인상 덕에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더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잉태되는 순간부터 남성은 여성보다 허약한 존재다. 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은 임신이나 출산 과정에서 숨질 확률이 여성보다 높다. 사고나 살인으로 사망할 확률도 두 배가 높고, 자살할 확률은 네 배나 높다.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담배를 더 자주 피우고, 고질을 유발하는 술을 더 들이켠다. 스트레스 또한 남성이 훨씬 많이 받는다. 이쯤 되면 ‘남성이 제국 건설에는 능할지 모르지만, 자신을 돌보는 데는 별로 재주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카피라이터 임 아무개씨(51)도 그랬다. 그는 젊음을 몽땅 일에 소진했다. 당연히 건강을 챙길 시간이 없었지만 힘든 줄 몰랐다. 그때그때 성취감이 피로를 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은 정직했다. 어느 순간 그에게 ‘황혼’이 찾아왔다. 갑작스레 체력이 달리고, 기억력이 떨어졌다.

임씨는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혈액 검사를 한 뒤 노화로 인한 호르몬 부족이라며 ‘담담히 황혼과 맞설 준비를 하라’고 충고했다. 그는 “눈앞이 아찔했다”. 다행히 그는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주저앉지 않고 비법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냈다. ‘호르몬 대체요법’이었다.

그는 호르몬 대체요법 가운데서 ‘바르는 호르몬제’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다. 피부에 약을 바른다고 근력이 생기고, 기억력이 되살아나며, 정력이 좋아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달포 정도 발라보니 신기하게도 몸에 변화가 찾아왔다.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이 쾌활해진 것이다. 그는 “몸도 마음도 싱싱해진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겼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호르몬이 무엇이기에 이처럼 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는 것일까.

호르몬은 미세하지만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우선 사람을 활기차고 매력 있게 만들고, 성적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준다. 이처럼 대단한 일을 수행하지만, 몸 속의 호르몬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몸무게 75kg인 남자가 대략 1g 정도를 갖고 있다.

호르몬은 사람을 젊음과 사랑의 영역으로 인도하지만, 때로는 비극 속으로 몰고 간다.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면 남녀 모두 섹스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고, 신경과민 증상이 나타난다. 게다가 근육이 사라지고 허리에 지방질이 늘어난다. 피로·우울증·기억력 감퇴까지 찾아온다. 이 과정은 여성이 더 빠르고 강하게 진행된다. 호르몬(에스트로겐) 수치가 거의 0까지 내려간다. 이를 폐경기라고 하는데, 이 상황이 되면 여성은 배란이 멈추고, 피부가 늘어지고, 뼈가 약해진다.

반면 남성 호르몬은 감소되는 속도가 여성보다 느리고, 하한선도 0이 아니다. 남성 호르몬은 대략 17~25세에 정점에 이르렀다가 이후 20여 년간 그 상태를 유지한다. 하향 곡선을 그리는 시기는 40세 전후. 40세 이후 1년에 1%씩 감소해 60세가 되면 20대의 70~80%밖에 남지 않는다.
인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대략 스물네 가지. 그 가운데 널리 알려진 호르몬은 갑상선 호르몬(갑상선), IFG1(간), 코르티졸·DHEA(부신), 인슐린·글루카곤(췌장), 에스트로겐·테스토스테론(고환) 등이다(가로 속의 부위는 배출 장소). 이 가운데 남성에게 가장 중요한 호르몬이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의 능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사춘기 소년은 이 호르몬 덕에 성기·전립선·후두가 자라고, 수염과 체모가 나며, 턱과 어깨가 넓어지고, 목소리가 굵어진다. 남자들이 바람을 피우고, 술 마신 뒤 난동을 부리며, 고속도로에서 미친 듯이 질주하고, 축구장에서 소리치며 응원하는 행동은 모두 테스토스테론 덕이다(그림 참조).

일반적으로 테스토스테론이 많은 남성은 테스토스테론 양이 적은 남성보다 열정적이다. 자기 의견을 더 강하게 표현하고,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는 데도 적극적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남성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남성의 25분의 1에서 50분의 1 정도의 테스토스테론을 분비 하지만(반대로 남성의 몸에서도 여성 호르몬으로 알려진 에스트로겐이 생산된다), 이 호르몬이 많은 여성은 더 지배적이고, 더 적극적이 되기 십상이다.

정상적인 남성은 고환에서 하루에 약 7㎎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호르몬 생산이 아침 8시께 정점에 이른다는 것이다. 아침에 멋쩍게 발기가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발기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아쉽게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호르몬 역시 40세 전후에 줄어들기 시작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증세는 분명하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한 남성의 80%가 아침에 발기가 되지 않는다. 대신, 성욕 감퇴나 우울증 같은 괴로움에 시달려야 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노화가 아닌 다른 이유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스트레스와 알코올, 담배 그리고 비만이 주범이다. 특히 비만을 부르는 지방은 몸 속의 호르몬 수치를 떨어뜨려 성욕과 삶의 활기를 꺾어버린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테스토스테론 양의 감소는 많은 남성에게 서글픈 일이다. 의학자들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 그들이 발견한 해법이 호르몬 요법이다. 약을 이용해 호르몬 생산을 돕거나, 호르몬을 직접 주입해 스러지던 젊음을 되찾아주게 된 것이다.

최근 국내 비뇨기과나 노화 방지 클리닉에서 사용하는 호르몬 대체요법은 바르는 호르몬제, 붙이는 패치제, 주사제, 캡슐 약제 등 대여섯 가지에 이른다.

그 가운데 그동안 가장 많이 쓰인 치료법이 경구 약제였다. 처방이 편한 데다 효과도 제법 있어서, 많은 전문가가 선호했다. 그러나 고지방 음식과 함께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서양인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음낭의 예민한 부위에 붙이는 패치제는 사용 방법이 간편하고, 호르몬 양을 균일하게 유지해 주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지만 피부 자극이 심해서 그다지 널리 쓰이지 않았다. 주사제는 가격이 싸고 수치가 금방 올라가는 장점이 있었지만, 나중에 그 수치가 기대 이하로 뚝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주로 선천적으로 고환에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 선을 보인 바르는 호르몬제는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호르몬제는 하루에 한 번 어깨·팔 위쪽·복부 등에 바르면 된다. 그러면 30분 뒤부터 테스토스테론 양이 서서히 증가해 2,3일 뒤에는 성 기능 향상·근육량 증가·체지방 감소· 기분 전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호르몬 대체요법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은 아니다. 부작용도 엄연히 생겨난다. 전립선 비대증과 전립선암의 성장을 촉진하고, 적혈구 수를 증가시켜 피를 진하게 만든다. 또 수면 중에 무호흡증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사람은 이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효과도 없다).

먼 훗날, 혹은 당장 내일부터 호르몬 대체요법에 몸을 맡기고 싶지 않은 사람은 움직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운동을 하면 호르몬 분비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적당한 성관계도 도움이 된다. 호르몬 분비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좋다. 호박씨·대두·치즈·밀기울·깨·굴·게·새우 등이 호르몬을 보해 주는 음식이다.

도움 말:김명신 원장(라 끄리닉 드 파리 by 신 클리닉)·이성원 교수(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하태준 원장(선릉탑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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