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철 감사원장 “신용카드 대책 내놓겠다”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4.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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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력 있는 평가 기관이 없으니 문제가 빈발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감사원에 고급 두뇌를 모아 평가센터를 만들려고 한다.” “감사관 인력이 부족해서 문제 다발 분야를 우선 들여다보는 이른바 ‘선택과
요즘처럼 감사원발 뉴스가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수시로 출몰한다고 해서 감사원을 홍길동에 빗대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윤철 전 경제 부총리가 원장으로 취임한 지난해 11월10일 이후 감사원은 바빠졌다. 감사원장이 행정에 밝은 데다 감사관들이 여기저기 쉴새없이 파고들어 관가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31일 서울 삼청동 집무실에서 만난 전원장은 ‘파워 감사원’을 주창한 이답게 감사원을 맹렬히 다그치고 있었다.

감사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인데, 대통령 탄핵 사태의 영향을 받지 않는가?
헌법 기관으로 ‘대통령 밑에 둔다’는 규정(헌법 98조)이 있지만, (대통령으로부터) 업무상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갖는다는 규정 또한 있다. 별 영향이 없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대한 감사 결과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어제(3월30일) 감사가 끝났다. 감사위원회에 부의해 정치적 중립성 준수 여부를 토의해야 한다. 관료 조직은 국정 운영의 중심 축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요구)하는 것이다. (의문사위의 시국선언은) 법률적 책임 문제를 떠나 국민들이 그렇게 볼 수 있는 행동은 자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총선 전까지 공무원에 대해 특별 직무 감찰을 하는 것으로 안다.
전국에 감사관 60명이 나가 있다. 선거철이 되면 공직 기강이 이완되고 민원 처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는지, 민원을 제때 처리하지 않거나 소극적 처분(거부)을 내리는지를 중점 감사할 것이다.

신용카드 특감 결과는 왜 이렇게 늦어지는가?
감사는 끝났다. 신용카드 남발이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졌고 경제 불안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 책임 소재는 물론 금융 감독 체계 전반을 들여다보았다. 앞으로 감독 체계의 정밀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감독 체계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으로 삼원화해 있어 적시에 탄력 대응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삼원화해 있어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 감사원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할 필요를 느낀다. 4월 말은 되어야 감사 결과가 나올 것 같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감사원발 정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관가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부처 별로 되어 있던 조직을 가급적 기능 별로 묶었고, 기능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었다. 현재의 정부 조직이 이익 집단을 대변하기 딱 좋게 되어 있다. 1960년대 박정희 시대의 조직 형태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가뜩이나 집단간 이해 갈등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정부혁신위원회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필요한 부분을 손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부 조직 개편을 감사원이 디자인할 수는 없다.

최근에만 해도 간염 양성 반응자의 혈액 유통, 수능 관리 총체적 부실 등 감사 결과가 쏟아져 나왔다. 감사원을 어떻게 운용할 생각인가?
정부 각 부처의 정책 과제들이 체계적으로 잘 추진되도록 하자는 것이 감사 목적이다. 사건 위주 일과성 감사는 지양한다. 혈액 유통과 수능 비리 감사 후 처음으로 제도 개선 얘기를 했다. 수능의 경우 (출제위원) 인재 풀을 만들고 시험 문제에 이의 신청 기간을 두는 등 시스템을 만들라고 권고했다. 이렇게 2~3년 계속하면 공공 행정 운용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확보하리라고 생각한다.

원장이 너무 독려해 감사관들이 힘들어 한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감사 과제가 많아지기도 했고, 관련 지식을 쌓고 감사 준비에 철저하라고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다(20년차인 한 감사관은 이렇게 일을 많이 했던 적이 없었다고 하면서, 야근하는 사람이 많아 구내 식당의 저녁밥이 모자랄 지경이라고 귀띔한다). 감사관들은 주요 정책을 모니터링하고 개선 방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지식을 쌓고 견문을 넓혀야 한다. 4월1일부터 과장급 이상 간부 100명을 대상으로 삼성인력개발원이 주관하는 특별 연찬회를 가지는 이유도 변화주도형 리더십을 키우기 위해서다(이 자리에서 감사원에 대한 외부의 평가와 간부 개개인에 대한 부하들의 평가가 적나라하게 공개된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감사원이 망한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토론도 벌인다).

감사원을 컨설팅 기관화한다는 말을 들었다.
공신력 있는 평가 기관이 없으니 금융이든 기업 쪽이든 문제가 빈발하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감사원에 고급 두뇌를 모아 평가센터를 만들려고 한다.

피감 기관 수장에서 감사 기관 수장으로 변모한 소회가 궁금하다.
피감 기관에 부하도 많고 해서 감사를 등한시할 것이라고 여기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기획예산처와 재경부에 있으면서 각 부처의 취약점을 대충 알게 되었다. 그런 사람이 원장으로 갔으니 긴장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과거 장관 시절 정책도 감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신용카드 특감에서도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그런 말이 흘러나온 것을 알고 있다. 해명은 아니지만, 2002년 5월 재경부장관으로서 폈던 카드 정책은, 카드 발급을 엄격히 규제하고 현금 대출 비율을 줄이는 등 카드 사용 억제 쪽으로 제도를 바꾼 것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했든 아니든 감사에 예외는 없다.

다른 부처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예비 조사를 통해 사안을 심층 분석해 감사 대상의 범위를 줄이고 정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재경부 본다’에서 ‘재경부의 무엇을 본다’로 변한 것이다. 표적을 분명히 하니 무서워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나올 주요 감사 건을 귀띔해 달라.
올해 부처가 하고자 하는 과제 천여 건을 분류해 100대 과제를 만들었다. 크게 보면 정부 정책 모니터링과 세계화·정보화의 거센 파고를 헤쳐갈 적절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물론 재정(중앙 정부 1백40조원)이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를 따져보고 있다. 감사관 인력이 부족해서 문제 다발 분야를 우선 들여다보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감사를 하려고 한다. 감사의 전후방 파급 효과가 극대화해 다른 미세한 분야는 저절로 해결되도록 할 생각이다(감사원은 현재 IT·정보화 사업 추진에서 중복 투자된 부분에 대해 감사 중이며, ‘부의 변칙 증여 이전과 음성 불로소득 과세 실태’에 대해 5월부터 감사를 벌인다. 정당의 국고 보조금과 중앙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에 대한 감사도 검토하고 있다).

전원장은 각종 회의에서 상관이든 동료든 격렬한 논쟁을 벌여 핏대(血竹)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에게 청와대 비서실장과, 특히 감사원장 자리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자리였다. 그는 부총리 출신 첫 감사원장이기도 하다. 37년 공직 경험을 살리고 헌법과 감사원법이 보장하는 힘을 활용해 행정 체계와 시스템을 바꾸어 가는 것이 자기가 마지막으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감사원 공무원에 대해 보수적이고 폐쇄적이지만, 순박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고 평했다. 전원장은 삼청동 공관을 마다하고 사저(서초동 아파트)에서 부인과 단둘이 살고 있다. 부인과 매일 아침 우면산을 오르고, 귀가해 인근을 산책하는 것이 그가 건강과 부부애를 두루 가꾸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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