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사이 이동하기
  • 유현석 (자유 기고가) ()
  • 승인 2004.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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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 모양으로 몸의 균형 잡아라
인공 암벽 등반은 ‘홀드와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려면 홀드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물론 홀드에서 장시간 버틸 근육을 단련하는 것은 등반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항목이다. 김인경씨는 홀드에서 홀드로 이동하는 방법에 앞서 홀드를 잡는 요령부터 알려주었다.

“홀드는 부드럽게 잡되, 손가락에 걸치는 면적이 가능한 한 넓을수록 좋다. 그렇게 해야 힘을 최대한 비축할 수 있다.” 그녀가 일러주는 대로 인공 암벽에 설치되어 있는 홀드를 잡고 매달려 보았다. 암벽화를 신은 덕분도 있었지만 확실히 전보다 힘이 덜 드는 느낌이었다. ‘홀드 잡는 요령을 알겠다’고 말하자, 그녀는 곧이어 홀드에서의 손기술과 발기술에 대해 시범을 보였다.

그녀의 동작을 따라서 손기술과 발기술 몇 가지를 흉내내 보았다. 홀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기본 기술이었지만 처음 얼마 동안은 모든 것이 어색했다.

김씨는 “홀드에서 홀드로 이동할 때는 무엇보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균형이 흐트러지면 힘의 분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칫 홀드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몸의 중심은 항상 가운데에 둔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몸이 균형을 잡으려면 ‘3지점의 원리’를 떠올리며, 끊임없이 자연스럽고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라고 충고했다. 즉, 양쪽 발이 홀드를 딛고 있으면 홀드를 잡고 있는 한 손은 반드시 양쪽 발의 가운데 부분에서 직선으로 뻗어 올라간 부분에 놓여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 양쪽 손이 홀드를 쥐고 있을 때는 홀드를 딛고 있는 한 쪽 발은 벌어진 양쪽 손의 가운데 부분에서 직선으로 내려간 부분에 놓여 있어야 한다. 홀드에서 손과 발의 전체 모양은 항상 삼각형이나 역삼각형 모양으로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동작을 취하고 있을 때, 다른 쪽 손이나 발을 이용해서 홀드로 이동하기가 쉽다. 그녀의 말을 믿고 따라해 보니, 홀드에서 이동하기가 한결 수월했다. 하지만 곧 그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몸이 바깥으로 ‘열린다’는 것이다.

“홀드에서 이동할 때는 몸의 전면을 가능한 한 인공 암벽과 나란히 하는 게 몸의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몸의 전면이 바깥으로 돌아간 상태에서는 균형을 잃기 쉽다.” 김씨는, 몸이 바깥으로 열리지 않기 위해서는, 홀드에서 떨어져 있는 손과 발이 몸의 안쪽에서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엉덩이를 지나치게 뒤로 빼서 체중이 손가락에만 걸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작이 자유로워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냐고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몸 안의 근육들이 이동할 홀드의 위치를 읽고 저절로 움직여야 한다. 그때까지는 오직 연습밖에 없다.” 김씨는 홀드에서 몸 안의 근육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주일에 세 번 정도는 인공 암벽이 있는 곳으로 ‘놀러 가라’고 말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움직여라”

홀드에서 홀드로 이동하는 실전 훈련이 끝나자 등반이 시작되었다.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8자 매듭을 한 자일의 한 끝을 몸에 묶었다. 홀더의 위치를 확인해주며 그릇된 자세를 지적하는 김씨의 목소리가 인공 암벽 아래에서 들려왔다. 하지만 홀드에서 홀드로 이동할 때 ‘삼각형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서두르지 말라. 다음 홀드를 생각하며 천천히 몸을 움직여라.” 그녀의 외침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홀드를 붙잡고 있던 내 양쪽 손이 홀드에서 떨어졌다. 더 이상 홀드를 붙잡을 수 없을 정도로 손이 마비된 것이다.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에 이르기까지 근육이 온통 뒤틀린 느낌이었다. 자일에 매달린 상태에서 팔의 근육을 풀고 다시 홀드를 쥐어 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전문 용어로 ‘펌핑(pumping)현상’이라고 그녀가 설명했다.

“암벽 등반에서 펌핑은 종종 겪는 일이다. 펌핑일 때는 자일에 몸을 맡긴 상태에서 충분히 쉬어야 한다. 몸을 편안히 하고 호흡을 크게 하면서 팔 근육을 풀어주는 게 중요하다.” 김씨는, 펌핑을 예방하려면 평소에 팔 근육을 단련하라고 ‘경고’했다. 더불어, 인공 암벽 등반은 중력을 딛고 일어서는 운동이므로 체중 관리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암벽 등반을 마치고 내려오자 김씨가 깍지를 낀 상태에서 손바닥을 바깥으로 향하게 하며 힘차게 두 팔을 내뻗었다. “등반을 끝내면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특히 손가락 운동을 생략하면 손가락이 영원히 굽을 수도 있다.” 김씨는, 손가락을 똑바로 펼 수 없거나 통증이 계속된다면 따뜻한 물에 손을 담그고 손가락 근육을 풀어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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