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집 낸 ‘대중음악 큰별’조용필 “이제야 진실한 노래 부를 줄 알게 되었다”
  • 成宇濟 기자 ()
  • 승인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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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나흘 만에 10만장이 나갔습니다. 30만장 정도 나간다면 지금은 대중 음악에서 텅 비어 있는 20~50대 공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그리고 중년이 되니까 예전보다 가사의 의미를 잘 느끼면서 노래 부
가수 데뷔 30주년을 한 해 앞둔 조용필씨(48)는 신인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하루 8시간씩 연습에 매달리는가 하면, 이틀 연속 공연(디너쇼) 때문에 얼굴에 뾰루지가 생겼는데도 피곤하다는 내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최근 16집 음반을 발표한 그는 ‘새 앨범은 20~50대 성인들을 위한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새 음반에는 댄스 음악을 제외한 록, 스탠더드 팝, 트롯 등 대중 음악의 거의 모든 장르가 골고루 들어가 있더군요.

제 팬들은 어차피 10대가 아니라 20대 초·중반에서 50대까지입니다. 그래서 20대 이후의 각 세대가 좋아할 만한 10곡을 골고루 넣었죠. 일관된 주제가 들어 있는 앨범은 아니고, 데뷔 30주년이 되는 내년에 앞서 준결산을 한 음반이라고 보면 됩니다.

16집을 내고 난 다음 실패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발매 나흘 만에 10만장이 나갔습니다. 될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천천히 나가리라고 봤는데, 예상보다 빠르군요. 이 불황 속에서 30만장 정도 나간다면, 다른 때의 60만~70만장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은 대중 음악에서 텅 비어 있는 20~50대 공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중년이라는 나이가 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20, 30대 때와는 다를 듯한데요?

노래로 진실을 표현할 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마음으로 노래를 부른다고 할까…. 예전보다는 가사의 의미를 잘 느껴 가면서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가수는 팬들과 나이를 함께 먹어가는 게 좋습니다. 새로운 팬을 구한다 해도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함께 가는 그 소중한 팬들에게 잘 어울리는 노래를 불러야지요.

앨범 재킷을 보면 ‘작사’가 아니라‘작시’라고 표현해 가사를 참 중요시한다는 느낌을 주던데요.

가사의 의미와 뜻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발표하는 앨범마다 어느 시대의 일면성, 그것을 풍자하는 것 따위의 주제를 넣어요. 이번 앨범의 경우 타이틀 곡인 <바람의 노래>에 풍자가 들어 있습니다. 차이는 있지만 대중 음악은 한 시대, 한 사회의 경향을 대변한다고 봅니다.

<바람의 노래>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같은 가사 때문에 요즘 YS의 심경을 표현한 노래라고 소문나 있던데요?

어느 신문에 누가 그렇게 칼럼을 썼던 것뿐이지, 제가 그런 뜻으로 노래를 부른 건 아닙니다.

90년대 들어 방송보다는 라이브 콘서트에 주력하고 계신데, 1년에 라이브 공연을 몇번이나 합니까?

미국과 일본 공연을 포함해 50회 정도 합니다. 올해와 내년에는 국내 공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올해는 우선 광주나 경주 같은 지방 도시를 돌면서 기본적으로 해온 콘서트 프로그램에 충실하고, 내년에는 전국 순회 콘서트를 본격적으로 할 예정입니다(5월24일 KBS <이소라의 프로포즈>, 5월31일 KBS <빅쇼>, 6월4~8일 고려대 노천 극장에서 열리는 <자유> 콘서트의 마지막 공연 등 조용필씨의 5~6월 공연 일정은 꽉 차 있다. 적어도 하루 7~8시간씩 사나흘 연습한 뒤에야 무대에 오르는 그에게는 빡빡한 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성격상 대충대충은 절대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힘만 들고, 돈도 못 버는 라이브 콘서트에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라이브 콘서트가 돈이 안되다니요? 우리는 한 번도 손해 본 적 없어요. 가수에게는 라이브 콘서트장 이상의 무대가 없어요. 콘서트는 진짜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바로 그 현장에서 들려주는 것이잖아요. 가수는 라이브에 승부를 걸어야 해요.
지난해부터 몸살을 앓아오고 있는 대중 가요계에 귀감이 되는 말씀인데, 립싱크·표절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표절이야 기본적인 양식 문제이니 더 말할 것도 없고, 방송에서 립싱크는 때로 필요합니다. 야외에서는 음을 잡기가 아주 힘들거든요. 야외에서는 때로 립싱크를 해도 보는 사람들이 이해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나 가수라면 실내에서는 노래를 직접 불러야지요.

10대 댄스 음악이 대중 음악계를 휩쓰는 현실은 조용필씨 같은‘거물’들의 활동이 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방송에만 뜸했을 뿐입니다.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얘기는 저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대중 가요가 전반적으로 균형을 잃었다고 봅니다. 구매자들이 10대이다 보니 모든 초점이 그쪽에 맞추어진 거죠. 30, 40대를 위한 노래를 발표할 때라도, 중견 가수보다는 신인이 불러야 의미가 있습니다. 이소라 같은 가수가 나왔고, 바로 그 윗세대가 노력하고 있으니 좋아지겠지요.

84년 영·미 팝스타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기근으로 굶어 죽어가자‘라이브 에이드’라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그들은 <위 아 더 월드> 같은 음반을 내고 대규모 콘서트를 열어 전세계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한국 대중 음악의 대표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 돕기 콘서트를 열 용의는 없습니까?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개인적으로 산발적이나마 그런 행사들을 가질 수 있겠고, 사회단체 같은 데서 주선하고 붐을 조성해 준다면 큰 공연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데뷔 30주년을 어떻게 맞고 보낼 계획입니까?

앨범 2장을 낼 계획입니다. 내년 2월 초에 발표하는 음반은 오는 8월 제작에 들어갑니다. 이 음반에는 가요가 실리고, 내년 7월 말쯤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6곡을 녹음할 계획입니다.

창법이 예전과는 많이 다른데요.

라이브 콘서트를 많이 하다 보니 목소리가 제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 80년에 정부가 바뀌면서 사람들이 한을 가져서 그랬는지 내지르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지금은 그렇게 부르지 않아서, 제가 그때의 저를 흉내내야 할 형편입니다. 창법은 연습을 통해 바꿔 왔어요. 노래는 하면 할수록 자꾸 늘거든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던 70년대만 해도 미성이었어요. 목소리가 너무 맑은 것 같아 로드 스튜어트와 조 카커 같은 탁성을 연구하던 중에 판소리를 듣고‘저걸 연구하면 되겠다’싶더군요. 1년 반을 연습했어요. <꿈>을 탁성으로 불렀더니 잘 모르는 사람들은‘목소리가 갔다’고 하더군요.

1~16집 음반 재킷 사진을 보면 밝은 표정이 많지 않습니다. 거의 어둡고 고통스런 모습인데, 삶 자체가 그렇습니까?

앨범 사진은 사진 작가가 그렇게 한 것이지 제 의도는 아닙니다. 외로운 적은 많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아내가 늘 곁에 있잖아요. 외롭거나 쓸쓸할 때면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경음악을 많이 들었어요.

젊어서 은퇴하는 가수도 있는데, 언제까지 노래를 부를 생각입니까?

프랭크 시나트라가 생일날 노래하는 걸 텔레비전에서 보았는데, 어떤 사람들은 감동했겠지만 저로서는 보기에 참 안타까웠어요. 나이 때문에 노래를 잘 못부르더군요. MTV에 출연한 로드 스튜어트도 마찬가지였어요. 팬들에게 그런 모습까지는 보이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만, 이걸 천직으로 알고 사는 사람이니 죽을 때까지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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