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보다 더 뜨거운 ‘인터네트 올림픽’
  • 김주환 (뉴미디어 평론가) ()
  • 승인 1996.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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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관련 웹사이트 각축 치열, 멀티 미디어의 새 가치 확인… 최첨단 기술 실험도 활발
 
<뉴욕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애틀랜타올림픽은 미국의 우주개발 계획 이래 가장 야심만만한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 실험장이었다. 이러한 표현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은 애틀랜타올림픽의 기술 분야를 총괄한 봅 닐씨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던 사람이라는 데서 알 수 있다. 그는 “달을 향해 로켓을 쏘는 것은 아무 날에나 할 수 있지만, 올림픽에서 발사 날짜는 오직 7월19일, 단 하루뿐이었다”라고 말하면서, 올림픽을 치르기가 로켓 발사보다 더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애틀랜타올림픽은 가까운 미래 생활상의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 기상청의 슈퍼 컴퓨터는 통상적인 날씨 분석 단위인 11mil2의 10분의 1도 안되는 0.8mil2을 단위로 하여 애틀랜타 지역 구석구석에 대한 정확한 일기 예보를 제공하고 있다. 선수촌의 보안 시스템 역시 핵 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최첨단 보안 시설이다. 선수들의 손 전체 모양을 스캐닝하는 이러한 장치는 플라스틱 카드를 대체하여 현금자동지급기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될 것으로 추측된다.

새로운 뉴스 매체로 점수 딴 월드와이드웹

인공위성에 의한 글로벌 포지셔닝 시스템(GPS)을 이용한 첨단 교통 통제 장치의 실효성도 이번에 판명날 전망이다. 초고속 통신망인 광케이블은, 방송권을 따낸 NBC로 하여금 비디오 에디터 수십 명을 애틀랜타에 보내는 대신 비디오 이미지를 뉴욕 본사가 직접 전송 받을 수 있게 하여 수천만 달러를 절약하게 해주었다.

애틀랜타올림픽은 또한 인터네트 올림픽이기도 하다. IBM이 제공하는 올림픽 조직위의 공식 웹사이트를 비롯하여, 5백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올림픽 관련 웹사이트가 개설되었다고 한다. 지난 7월27일 새벽 애틀랜타에서 폭발 사고가 났을 때, NBC의 웹페이지(www.olympics.nbc.com)에서는 시시각각 관련 뉴스를 업데이트하고 있었는데, 이는 사진과 인터뷰 음성 데이터, 동화상 등이 섞인 멀티 미디어 뉴스였다. 이로써 월드와이드웹은 뉴스 매체로서의 가치 역시 인정 받게 된 셈이다.

월드와이드웹이 대중 매체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능동적으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특정한 종목의 결과가 궁금한 시청자는 텔레비전에서 방영될 때까지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다. 그러나 웹 이용자는 경기 현장에서 즉각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데이터 베이스를 휴대용 컴퓨터를 통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즉시 검색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경기·나라·메달·이벤트 별로 구분되어 있는 경기 결과뿐만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최근 컨디션까지 검색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인터네트를 비롯한 최첨단 뉴미디어 역시, 매스미디어가 야기한 현대 스포츠의 치명적 병폐에 대해 별다른 해결책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매스미디어는 한 경기를 많은 사람이 동시에 지켜볼 수 있게 함으로써 관중과 선수, 프로와 아마추어 간에 넘을 수 없는 경계선을 긋고, 스포츠를 ‘하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꾸어 놓았다.

올림픽을 탄생시킨 그리스 시대는 직접 민주주의 시대였을 뿐만 아니라 직접 스포츠 시대였다. 올림픽의 의의가 ‘참여하는 데 있다’는 것은, 바라보는 관중과 뛰는 경기자 사이의 구분이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금메달 하나면 평생이 보장되며, 그것을 위해 하나의 스포츠 종목에만 모든 것을 걸고 매달리는 행위는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니다. 프로 스포츠만큼 반(反)스포츠적인 것도 없다.

관람자와 경기자, 아마추어와 프로, 시민과 정치인 사이에 근본적인 구별이 없는 열린 마당이 올림픽의 근본 정신이다. 인터네트를 비롯한 뉴미디어가 스포츠 정신의 부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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