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쇠못 빼기’소설 몸으로 다시 쓰다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5.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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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부적>의 작가 이원섭씨는 요즘 거덜이 날 지경이다. 쇠못 빼기 의식에 사재를 몽땅 털어넣었기 때문이다. 신학 대학을 나와 온갖 신비 체험을 거치며 교회 강단에까지 섰던 이씨가 민속 연구가로 변신해 쇠못 빼기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그의 출신지가 크게 작용했다. 그의 고향은 강화도이다. 단군의 성지, 나라를 구할 아기 장수가 태어나리라는 약속의 땅. 쇠못 빼기를 주제로 한 그의 소설 <부적>에는 아들에게 등목을 시키다 말고 겨드랑이에 비늘이 돋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강화도 어머니의 보편적 모습이다. 비늘은 전설 속에 약속된 장수의 표식이므로.

강화도 주봉인 고려산 정수리에는 흉칙한 쇠못이 박혀 있다. 아기 장수의 탄생을 막기 위해 일제가 친일파 풍수사들을 동원해 장수혈을 막아놓은 것이다.

강화도뿐 아니라 우리땅 곳곳에 박혀 있는 이런 쇠못을 기중기 아닌 민중의 힘으로 모조리 빼내자는 뜻에서 이씨는 지난 5월28일 서울 우면산에서 마당밟기, 살풀이, 솟대굿, 강강술래가 어우러진 한판 잔치를 벌였다. 이 날 의례에 쓰인 대나무 백여 그루는 그가 강릉 오죽헌 일대를 뒤져 직접 구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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