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나가 노부오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 있다”
  • 南文熙 기자 ()
  • 승인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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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출생. 도쿄제국대학 법학부 졸업. 외무성 조약국장·사무차관·주미 대사 역임. 현재 외무성 고문,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
하시모토 총리와 김정일 간의 정상회담은 가능한가. 마쓰나가 노부오(松永信雄)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74)은 우회적인 답변을 통해 그 가능성을 인정했다. 마쓰나가 이사장의 이 발언은 그가 일본 외교의 막후 실세라는 점에서 미묘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21~25일 외교안보연구원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일본 외교의 최고 실세’ ‘외무성의 大元帥’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특히 최근의 동북아 질서 재편 과정에서는 ‘한국 중시론자의 대부’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현재 ‘일본 정부 대표’라는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기도 한 그는 일본 대사관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 대표가 아닌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 자격으로 동북아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주로 어떤 분들을 만났습니까?

일본 국제문제연구소와 한국 외교안보연구원 사이에 매년 동북아 현안에 대한 비공개 세미나가 열립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7월22일 유종하 외무부장관과 권오기 통일원장관을 만났고, 23일에는 한승주 전 외무부장관 그리고 송태호 문화체육부장관을 만났습니다.

이사장님은 일본 외교가의 실세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십니까?

일본 국제문제연구소는 외무성 소속으로, 주로 국제 정치 및 안보 분야에 대한 조사·연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동아시아 지역, 그 중에서도 특히 일본과 한국의 협력 관계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최근 양국간 현안인 독도·영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 사소한 문제는 아닙니다. 또 국민 감정과 직결돼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저는 더 멀리 보는 시야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동아시아 정세가 격동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양국의 협력 관계를 증진하는 일이야말로 그런 문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동아시아 정세에서 한·일 협력관계의 의의는 무엇입니까?

한·일 관계는 앞으로 이 지역의 발전 가능성 여부를 좌우할 것입니다. 양국은 역내에서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국제문제연구소는 지난해 북한의 평화군축연구소와 접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접촉 배경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일본과 북한 간에는 국교가 없기 때문에 연구소 수준에서라도 서로 교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지난 91, 92년에도 소규모 조사단 교환 방문이 있었고, 지난해에도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이 없지만 북측이 희망한다면 응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접촉에서는 주로 어떤 문제들을 논의했습니까?

일반적인 정세 토론,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대한 토론이 주로 이뤄졌습니다.

북한과 일본 사이의 현안인 북송 일본인 처 일본 방문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보십니까?

인도적 견지에서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다만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될수록 빨리 이뤄지기를 희망합니다.

대북 쌀 지원에 대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소극적 입장을 보였던 것 같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을 어떻게 보십니까?

소극적이라기보다는 신중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유엔뿐 아니라 한국·미국·중국과도 충분히 의견을 교환해왔기 때문에 일본 정부만이 독특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식량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아사자가 발생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만약 그 정도로 악화했다면 식량 지원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한국 정부와 신중하게 협의해 대북 정책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엔을 통한 지원말고 정부 차원의 지원도 계획하고 있습니까?

정부 입장에 대해서는 말할 처지가 아닙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주체성을 발휘할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기관을 통한 방법말고도, 적십자를 통한 지원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대북 정책에서 단기적 목표는 무엇입니까? 미국처럼 연락사무소를 개설할 계획입니까?

북한이 동북아에서 안정 세력으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본과의 관계 정상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양국의 관계 정상화는 남북 관계 개선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과 북한 관계는 미국과 북한 관계와는 매우 다릅니다. 일본 연락사무소를 북한에 개설하는 문제 역시 이런 관계 정상화의 한 과정입니다. 앞으로 교섭이 시작되면 이 문제 역시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 외무성의 가토 료조 아시아국장이 일본의 시사지 <아에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과 수교 교섭 과정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양국 관계가 정상화하려면 정치적 이니셔티브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양국 모두 ‘톱 레벨’의 결단이 필요하고, 또 이 점에서 양자가 합치되어야만 합니다. 이것이 정상회담을 통해 가능할지 실무 회담에 의해 가능할지는 현단계에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민감한 문제라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일본 정부 역시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봐도 좋습니까?

외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일본 정부 역시 북한과의 관계 개선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는 현단계에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좋은가 나쁜가 하는 것과는 별개 사안입니다. 어쨌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외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합니다. 그러나 굳이 지금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정세가 계속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승계 문제, 김정일 시대의 대내외 정책, 붕괴 가능성 등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승계가 미뤄진 것은 경제적인 곤란 때문이라고 봅니다. 승계가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고 보지만 그것이 언제일지는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의 붕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중국 모두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북한의 붕괴로 인해 대혼란이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경제난이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주민의 결집도가 높고 어려운 생활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개혁·개방이 없으면 장래는 밝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연착륙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한국 국민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한국 문화에 대해 높은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호소하고 싶은 것은 한국과 일본 양국이 대결이 아닌 상호 협력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양국 사이가 나빠지면 동북아시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서로 협력해서 공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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