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매력 포인트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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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9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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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입·가슴·각선미 순…남성은 엉덩이가 중요, 근육질은 관심 못끌어
서울 압구정동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남성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으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섹시하게 보이고 싶어요.”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쁘다고 할 만한 얼굴과 몸매를 갖고 있었다.

아름다움과 성적 매력은 같은 것일까. 인간이 그토록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것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일까. 성 문제에서 빼놓으면 섭섭하다고 할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이미 20세기 초에 아름답다는 개념의 뿌리에 성적 흥분이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텍사스 대학 심리학자인 드벤드라 싱 교수의 주장은 한층 설득력이 있다. “아름다움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자식이 그 사람의 유전자를 물려받을 만한지 판단하는 것도 포함된다.” 특히 남성들이 성적 매력을 가진 여성에게 끌리는 것은 단순히 보기 좋아서가 아니라 이처럼 좋은 유전자와 결합해 잘생긴 후세를 낳고 싶다는 본능적 욕구가 깔려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미국의 사회학자 프롬킨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다. 여성은 자신의 외모가 가진 대칭·균형·이목구비뿐 아니라 그러한 형태가 암시하는 성적 기능 때문에 아름답다는 것이다. 종종 임신한 여자가 아름답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성적 매력과 미를 같은 것으로 보는 견해가 사방에서 공격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가 대표적으로, 미의 경험은 성욕에서 나오는 감각적 느낌 이상이라고 그는 보았다. 심지어 쇼펜하우어는 미가 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심리학자가 미적 경험이 성적 감정보다 많은 것을 포함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떼어내 생각할 수 없다는 데 대체로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그의 정신과 견해, 성격 그리고 사랑하는 능력 때문인 것이다.

인간은 대부분 이성에게서 성적 매력을 느끼지만, 남성과 여성이 이성의 어떤 점에서 그것을 찾느냐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95년 영국의 잡지 편집자인 케이트와 작가 더글러스가 펴낸 〈섹스 어필〉에 따르면, 남성이 느끼는 여성의 성적 매력 부위는 입·가슴·각선미·엉덩이 순이다. 성기라고 답한 응답률은 절반 정도다. 이것은 성기 자체보다는 성기를 연상케 하는 부위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입술이 인간의 가장 오래되고 친숙한 애정 표현인 키스를 하는 부위라는 점에서 성적 매력을 가졌다는 데에 의아해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가슴 역시 성적 매력을 대변하는 핵심 부위이다. 일부 심리학자는 남자들이 여자의 가슴에 집착하는 까닭은 갓난아기 시절 어머니의 젖을 빨며 느꼈던 기쁨과 편안함, 그리고 구강의 즐거움을 다시 맛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엉덩이가 성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수단으로서 갖는 위력은 막강하다. 선사 시대 조각들에서 볼 수 있는 풍만한 둔부는 강렬한 성적 매력을 풍긴다. 사랑의 상징인 하트 모양이 심장이 아니라 여성의 엉덩이를 뒤에서 본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여자의 엉덩이와 가슴과 다리는 성적 매력을 발산하는 주요 부위이다. 해변이나 나이트클럽에서 주로 노출되는 것도 이 부위이다. 나이트클럽에서 관찰되는 신체의 노출 정도와 여성의 성적 주기를 비교한 한 연구에서 노출이 심한 시기가 배란기와 거의 일치했다는 결과도 흥미롭다.

여성이 남성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부위는 남성의 생각과 크게 다르다. 남성들의 완고한 믿음과 달리 여성은 남성의 성기 길이나 굵기, 혹은 털 난 가슴에 별로 관심을 나타내지 않는다. 엉덩이가 성적 매력을 느끼는 부위로 꼽히는 정도다. 여성들도 남성의 얼굴을 적잖이 보기는 하지만 키를 더 중요하게 본다. 적어도 자기보다 작은 남성은 사절이다. 근육질 남성도 별로 인기가 없다.

여성은 남성의 외모보다 성취·능력 중시

성적 매력이 남자와 여자를 서로 끌리게 만드는 강력한 자석인 것은 틀림없지만, 이것이 모두라고 볼 수는 없다. 여성은 남성의 외모보다 사회적 성취나 능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능력 있는 중년 남자와 젊고 예쁜 20대 여자가 결합하는 예가 적지 않은 것은 여성의 이런 선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영국에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외모보다 성격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성격이 좋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아마 지성·유머 감각·이해심·친절 같은 덕목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96년 10월 대중 문화 정보지 〈TV저널〉이 천여 명을 대상으로 연예인 가운데 누가 가장 성적 매력이 있는가 하는 설문 조사를 한 결과 김혜수·최민수 씨가 뽑혔다. 이들은 성적 매력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각각 이렇게 밝힌 적이 있다. 김씨는, 외관이 야한 느낌을 주는 것은 가짜이며 진짜 성적 매력은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관능미라고 했고, 최씨는 강함과 감미로운 것의 조화에서 섹시함이 발현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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