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날아온 왕자 선교사
  • 李政勳 기자 ()
  • 승인 1997.08.07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프리카 가나공화국의 한 왕자 부부가 서울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있다. 프린스 찰스(34)와 프린세스 모니카 부부가 그 주인공. 이들은 서울 합정동의 외국인 묘지와 나란히 있는 ‘유니온 처치’를 무대로 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가나는 순수 대통령제 공화국이다. 그런데도 왕자가 있는 것은 대부족 70여 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족의 족장은 전부 왕이며, 실제로 부족민을 지배한다. 찰스는 ‘아침 코토쿠족’ 왕자로, 왕자와 공주 35명 중 일곱째이다. 그의 아버지는 당연히 부족 내에서 최고 부자이다. 그러나 찰스 왕자는 아버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생활한다.

그가 왕의 아들의 권세를 포기하고 ‘하느님의 아들’이 된 것은 7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가나 대학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그는 미국으로 유학갈 준비를 하던 93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이후 3년간 아시아연합신학에서 공부하고 96년부터 1년간 이화여대 한국어학당을 다녔다. 이때까지는 경제적으로 꽤 어려웠으나, 부인과 함께 영어로 성경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버텼다고 한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 서울 여의도에 있는 국제기독교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칠 예정이어서 형편이 나아질 듯하다. 모니카 왕자비 또한 가나에서 컴퓨터학을 전공한 재원이다. 그는 친구 소개로 찰스 왕자를 만나 93년 결혼했지만 아직 자녀는 없다. 모니카 역시 9월부터 국제기독교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칠 예정이다.

찰스 왕자는 한국인의 아프리카관을 맹렬히 비판했다. “한국 방송사는 사자가 뛰노는 케냐의 국립공원과 미개한 토인들이 사는 곳만 찾아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그러나 아프리카가 전부 미개한 것은 아니다. 외국 방송사가 한국 산골만 찾아와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방영한다면 한국 사람들 기분은 좋겠는가.”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