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다그치러 온 만리길
  • 李哲鉉 기자 ()
  • 승인 1995.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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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허락 없이 북한을 방문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고 있는 <장길산>의 작가 황석영씨를 만나러 벽안의 외국인 3명이 북유럽에서 먼길을 왔다.

세계구금작가위원회 위원장이며 스웨덴펜클럽 회장 에우게네 슐진씨(가운데), 노르웨이 NRK 텔레비전 기자 하콘 베르데씨(오른쪽), 작가 존 에른스트 모엔씨가 그들이다. 이들은 세계구금작가회의 대표로 황석영 석방을 세계 언론에 호소하고 관계기관에 탄원하기 위해 지난 9월 23일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세계구금작가회의는 96년에 노르웨이 스타반게르에서 ‘표현의 자유와 인권 개선을 위한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다. 이 기구는 황석영씨를 포함하여 억압 받는 작가들을 대표할 수 있는 7명을 전세계에서 선발하여 내년 심포지엄에 초청하고자 한다.

베르데씨는 “황석영은 쿠바의 인타마르 레스타노, 터키의 이스마엘 비식시 등과 함께 표현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다 박해 받는 대표적인 작가로 유럽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국가보안법을 읽어 보았다는 슐진씨는, 국가보안법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황석영과 함께 노동시인 박노해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모엔씨는 “30년 전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완전히 다른 나라다. 한국은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한 만큼 인권은 크게 개선된 것 같지 않다.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 받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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