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 자락의 별난 사람, 별난 찻집
  • 羅權一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1998.04.30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남 담양에서 정읍 사이. 추월산 자락에 자리잡은 전통 찻집 ‘천치인(天峙人)’은 여느 찻집과 여러 모로 다르다. 별장이 많은 풍광 좋은 이 마을에서 도예 작업장 겸 찻집을 경영하는 주인 이형기씨(36)의 독특한 이력부터가 속세에 찌든 이들의 호기심을 자아낸다.

광주 출신인 이씨는 태권도와 택견 실력이 각각 6단이다. 대학 졸업 뒤 광주에서 태권도장과 택견수련관을 운영하며 무예를 보급하던 이씨는, 2년 전 이곳에 정착한 뒤 도예가인 부인 조수정씨(33)와 도자기 빚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무예 수련도 택견에서 기공 수련과 요가, 명상으로 폭을 더 넓혔다.

‘천치인’이라는 특이한 찻집 이름은 ‘하늘로 우뚝 올라가는 사람’이라는 뜻이어서 다분히 종교적인 이미지를 풍긴다. 때문에 이 찻집을 찾는 사람은 신부·수녀· 스님·목사 등 종교인이 많은데, 이들 종교인들에게는 찻값을 받지 않는다.

또 찻집에 온 사람은 누구나 도자기 공예를 배울 수 있고, 돈이 없는 손님에게는 굳이 찻값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 찻집이 삶에 지친 이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 될 수 있다면 거기에 만족한다”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