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무게가 4kg ‘거인 포도’를 아시나요
  • 창원·宋 俊 기자 ()
  • 승인 1998.09.24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씨네 포도’는 9월에 익는다. 거봉만한 알갱이가 다닥다닥 엉겨 있는 청포도의 일종으로, 한 송이 무게가 4㎏이나 되는 희귀종이다. 여느 포도나무와 달리 수십 년간 생장을 멈추지 않아, 한 그루가 최대 백평을 뒤덮는 크기로 자라난다.

품종 이름은 ‘네오 마스카트’. 포도주용으로 애용되는 당도 높은 품종이다. 경남 창원시 외곽에 자리잡은 은실포도원(0551-273-6259)에는 네오 마스카트 1백50 그루가 너른 품을 드리우고 있다.

고종효씨(83)는 평생을 네오 마스카트 가꾸기에 바쳤다. 40년대 초 농업학교를 마친 고씨는 일본인 포도원의 수석 관리인으로 일하면서 새로 들여온 네오 마스카트를 처음 보았다. 생육 방법은 물론 이름조차도 국내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때였다.

광복을 맞은 뒤 고씨는 본격적으로 네오 마스카트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토양·거름·가지치기 등 수없이 실험을 거듭했다. 10여 년에 걸친 시행 착오 끝에 ‘고씨네 포도’는 최고급 품종으로서 국내외에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작황이 일정한 수준에 이른 뒤에는 포도주 개발에 심취했다. 고씨네 창고에는 3∼30년 된 ‘선물용 포도주’가 차례로 숙성되고 있다.

고씨네 사람들은 포도에 대한 긍지로 똘똘 뭉쳤다. 5남3녀가 남부럽지 않게 성장한 것도, 집안 남자들의 덩지가 ‘마라도나’처럼 당당한 것도 모두 포도 덕분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최근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하나는 전성기 때 맛을 되살리는 것이다. 고씨가 찾아낸 최적의 토질이, 70년대 한국중공업의 공장터가 되면서 농장을 옮긴 이래 아직까지 ‘고씨네 포도’는 가작에 머물고 있다. 네오 마스카트의 유장한 풍취를 살려 관광 농장으로 키운다는 것이 또 하나의 꿈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