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일수록 전립선 질환 잘 걸린다
  • 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www.eandh.org) ()
  • 승인 2004.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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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파트너 많은 남성일수록 전립선암 발생률 높아
지난 해 세계 금융계의 거물인 미국의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전립선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세계 주식 시장이 한때 출렁거렸다. 그가 전립선암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양인의 암으로 인식되던 전립선암이 한국 남성들을 습격하기 시작했다. 1991년 인구 10만명당 0.5명에 불과하던 전립선암 사망자가 2001년에는 2.7명에 이르렀고, 현재 남성 암 중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암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립선이란 방광 밑에 있는 밤톨 크기 남성 고유의 신체기관으로 정액의 일부를 만들어 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전립샘’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립선암이란 이 전립샘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전립선암 발생에는 붉은색 육류의 과다 섭취와 비만, 운동 부족, 가족력 등이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수준의 전자기장에 노출되는 것도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이는 위험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미국에서는 흑인이 백인보다 전립선암에 걸리는 비율이 월등히 높아 인종도 이 암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또한, 노인 인구 증가와 간편한 검사법 확산도 전립선암 환자 수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립선암이 성 행태와도 관련되어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초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국 비뇨기과협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미시간 대학 연구진은 섹스 파트너가 많고, 과거에 성전파 질환(성병), 특히 임질에 걸렸던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린 비율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명 이상의 여성과 성행위를 했던 남성은 5명 이하의 섹스 파트너를 가졌던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린 비율이 3배 이상 높았고, 임질에 걸렸던 사람은 그 비율이 1.8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결과는 몇 년 전 미국 아이오와 대학 연구진이 기존 논문 36편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성병에 걸린 여성 파트너와 성행위를 가졌거나 매춘부와 성관계를 맺었던 남성, 그리고, 혼외 정사 경험이 있는 남성들도 전립선암 발생률이 높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성병 걸린 전력 있어도 ‘요주의’

이렇듯 섹스 파트너가 많고 임질이나 매독과 같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는 남성들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은 동일한 상황에 있는 여성들이 자궁(경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과도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다. 성기와 인접한 신체 부위에 발생하는 암들은 성기에 발생한 감염증과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전립선염에 걸린 남성들 중에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높다는 증거도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성행위 횟수가 전립선암과 관련되어 있는지는 좀더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연구마다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자위 행위를 많이 하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보고도 있지만, 이 역시 현재로서는 설익은 주장으로 들린다.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전립선암에 걸렸으나 초기에 발견해 치료한 덕택에 완치되어 현재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전립선도 조기 발견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가 ‘찜찜한’ 남성들은 40세 이후 정기적으로 전립선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음식 중에서는 토마토에 들어 있는 ‘라이코펜’ 성분이 전립선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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