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나들이, 이곳이 좋다.
  • 사진ㆍ글 유연태 ()
  • 승인 199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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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나들이 명소 5선

산에서 일기 시작한 불꽃이

사람들의 가슴마저 활활 태우기 시작했다.

예년에 비해 올해 단풍은 1주일 가량 늦다.

가을빛이 완연해지는 계절,

‘추상에 물든 단풍 봄꽃도곤 더 좋아라’던

김천택의 시조를 읊조리면서 가볼 만한

단풍 명소들을 소개한다.<편집자>

글·사진/유연태 (여행 작가·향토문화답사회 대표)설악산

‘산중 미인’ 설악은 가을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을 때 미의 극치를 이룬다. 비선대에서 마등령·천불동계곡에 이르는 외설악, 십이선녀탕이나 백담계곡에서 봉정암과 대청봉에 이르는 내설악 등 어느 한 곳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저마다 불 붙는 정염을 토해낸다.

최상의 단풍 감상 포인트는, 비선대에서 양폭산장에 이르는 천불동계곡. 10월20일께 단풍이 절정에 이른다. 특히 오련폭 부근 단풍이 백미다. 마등령을 오르면서 보는 천화대와 공룡능선 단풍 또한 선계의 비경을 느끼게 한다. 외설악에서는 백담계곡 청룡담과 은선도 일대의 단풍이 화려하다. 수렴동 대피소에서 봉정암에 이르는 구곡담 계곡과 쌍폭 주변 단풍은 오가는 이들을 반 나절쯤 주저앉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움이 극적이다.

봉정암 일대의 단풍은 용아장성릉의 침봉과 어우러지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매력을 담고 있다. 십이선녀탕계곡은 길이 험한 편이지만, 다릿품을 판 만큼 단풍에 실컷 취할 수 있다. 복숭아탕 부근이 절경이다. 가을철 설악산은 밤기온이 매우 낮으므로 여벌로 두꺼운 재킷을 준비하도록 한다.

◆여행 메모: 백담계곡은 상봉 터미널에서 간성 방면 직행 버스를 타고 가다 용대리에서 내린다. 백담사 입구 주차장에서 백담사까지는 6.5㎞, 이 중 3㎞ 구간은 셔틀 버스가 다닌다. 십이선녀탕계곡은 원통에서 남교리행 직행이나 시내 버스로 갈아탄다. 속초에서는 설악동으로 가는 버스가 수시로 있다. 백담계곡 입구 백담가든(0365-462-9394)은 황태구이 요리를 잘 한다. 백담산장(462-5822)은 음료수와 라면·과자 외에는 팔지 않으므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필례·오색 약수

‘두 발’로 걷는 수고를 하는 대신 ‘내 차’로 좀 편안하게 단풍 비경 지대를 통과하면서 깊어가는 가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코스이다. 인제를 거쳐 양양으로 가다가 리빙스턴교를 건너 동쪽으로 달리면 필례 약수에 닿는다. 인제 북쪽 합강교를 건너 내린천변에 형성된 31번 국도를 따라 하답교까지 가는 코스도 있다. 하답교에서부터 귀둔천을 따라 451번 강원도 산골 도로가 필례 약수를 지나 한계령 바로 아래 44번 국도와 이어진다.

이 일대는 설악산 국립공원의 남설악 지역에 해당하는 곳으로, 외설악 지역이 단풍 인파에 시달릴 때에도 매우 한적하다. 하답교에서 12.3㎞를 달리면 닥밧구미 마을 초입. 여기서 길이 세 갈래로 나뉜다. 오른쪽이 필례 약수로 향하는 길이다. 오른쪽에는 해발 1,424m인 점봉산이, 왼쪽에는 1,519m인 가리봉이 솟아 있다. 어느 곳으로 눈길을 돌리든 황홀한 오색 단풍이 한눈 가득 들어온다. 점봉산은 설악산보다 자연 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는 산이다. 약수터로 이어지는 필례계곡 한 귀퉁이쯤에 차를 세우고 전나무·소나무 사이에 활짝 핀 홍엽과 황엽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닥밧구미 마을에서 한계령 쪽으로 5㎞ 올라가면 필례 약수. 이 약수는 80여년 전 한 약초꾼이 발견했다고 한다. 철분을 많이 함유해 피부병과 위장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필례 약수에서 5㎞를 달리면 44번 국도와 만난다. 이 지점에서 한계령 정상까지는 겨우 7백m. 한계령 정상 휴게소로 올라가 동해를 조망한 후 양양 방면으로 내려가면 오색 약수와 오색 온천에 갈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오색 약수는 조선 중기인 1500년께 지금은 없어진 오색석사라는 절의 스님이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한다. 약수를 마셔보면 다섯 가지 맛이 난다 해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 다리를 건너면 세 군데 구멍에서 약수가 솟는다. 위쪽 약수에는 철분이 많고, 아래쪽 약수에는 탄산 성분이 많다.

◆여행 메모: 시설이 좋은 숙박 업소로 오색그린야드호텔(0396-672-8500)을 소개할 만하다. 특히 이 호텔은 탄산 온천탕과 온천 수영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거리이다. 그밖에 설악온천장(672-2645)·오색온천장(672-3635)·위너스온천장(672-4111)·현대온천장(672-8500) 등이 있다. 오색 약수터 입구에는 산채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많다.

단양을 중심으로 해 23㎞ 안에 있는 갖가지 절경 중에 도담삼봉·석문·옥순봉·구담봉·하선암·중선암·상선암·사인암을 단양 제1 팔경이라 한다. 이 중 방곡 도예촌 앞으로 난 군도로를 거쳐 33번 지방도로와 연결되는 길에 위치한 선암계곡에 상선암·중선암·하선암·사인암이 있다. 선암계곡은 국립 공원 지역이어서 입장료를 받는다.
단양·선암계곡

단양을 중심으로 해 23㎞ 안에 있는 갖가지 절경 중에 도담삼봉·석문·옥순봉·구담봉·하선암·중선암·상선암·사인암을 단양 제1 팔경이라 한다. 이 중 방곡 도예촌 앞으로 난 군도로를 거쳐 33번 지방도로와 연결되는 길에 위치한 선암계곡에 상선암·중선암·하선암·사인암이 있다. 선암계곡은 국립 공원 지역이어서 입장료를 받는다.

단양 8경 중 4경을 끼고 있는 선암계곡을 한바퀴 휘도는 도로의 길이는 18.3㎞인데, 곳곳이 기암괴석인데 뼈까지 비쳐낼 것 같은 단양천의 맑은 물이 암반 위를 흐르며 수많은 폭포를 이룬다. 이 구간에는 해발 966m인 도락산의 암봉들이 사열하듯 늘어서 있어 원경까지 장관을 이룬다.

방곡 도예촌 쪽에서 출발해 처음 만나게 되는 기암이 상선암이다. 만 가지 바위가 층벽을 이루어 계류가 작은 폭포를 이루는 상선암 앞으로는 구름다리가 암벽과 암반 사이에 걸려 있다. 도락산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상선암에서 8백m 떨어진 곳에서 시작한다.

상선암에서 2.8㎞ 더 가면 중선암이다. 중선암은 상선암과 달라 눈에 잘 띄지 않으므로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중선암 아래쪽 천변길을 5백m쯤 따라가면 도락산장(0444-422-1411)이 나온다. 산장으로 들어가는 길과 주변 풍경도 빼어나다.

중선암에서 가산교와 홍안교를 지나 하선암교를 건너면 왼쪽 도로변에 기암이 쏟아질 듯 서 있다. 하선암이다. 하선암휴게소(422-9928)에서 조망하는 것이 보기에 좋다. 하선암을 지나면 소선암·냉천골이 나오고 충주·단양 두 방향으로 가는 36번 국도와 만나게 된다. 방곡 도예촌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18.3㎞이다.

사인암은 중선교를 거쳐 가산교를 지나자마자 나오는 마을에서 오른쪽 길로 빠져 3.9㎞를 더 가야 나온다. 사인암의 ‘사인’은 고려 시대 벼슬에서 따온 명칭이다. 사인암은 ‘한손에 막대 잡고 또 한손에 가승 쥐고/늙는길 가승으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러더니/백발이 제 몬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시조로 유명한 고려 때 선비 우탁(1263∼1343) 선생과 관련이 깊다. 우탁 선생이 ‘사인’이라는 관직에 있을 때 자주 이 암벽을 찾은 인연으로 이름이 사인암이 된 것. 깎아지른 듯한 암벽 밑으로 단풍빛을 머금은 실개천이 조용히 흘러간다.

사인암 옆에는 청련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다. ‘초범월성’이라는 심상하지 않은 문구를 비문으로 세웠는데, 이 암자의 성격을 말해주는 듯하다. 사인암으로 다가가 보면 뜻 모를 범어와 한자 들이 희미하게 새겨져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글자들을 더듬어 가면서 삼성각까지 올라가 보는 것도 좋다. 11월 중순 무렵이 이곳 단풍 절정기로 예상된다.

◆여행 메모: 승용차로는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인터체인지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제천 인터체인지로 빠져나간 다음 단양으로 내려간다. 단양 우회 도로를 지나 북하리에 이르면 단양 제1팔경, 장림리에 이르면 목장과 온천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대중 교통은 동서울 터미널에서 단양행 직행 버스가 자주 떠난다. 사인암 주변에는 민박을 겸한 깨끗한 음식점이 많다. 사인암휴게소(0444-422-0410)·사인암민박(422-0338)·사인암가든(422-7186).
청도·운문사

운문사는 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원리에 있다.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인데, 경부고속도로 경산 나들목이나 건천 나들목을 이용한다. 운문사로 가는 길은 어느 쪽을 택해도 운치가 높지만, 운문호를 끼고 난 20번 국도를 타면 호수가 생기면서 만들어낸 새로운 풍경까지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운문사는 다른 절과 달리 모든 건물이 산을 등지고 위치한 것이 아니라 산을 마주하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운문사를 찾는 이들은 절의 뒷모습부터 만나게 된다. 이것은 호거산을 마주하면 재앙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풍수적인 해석에서 말미암았다. 호거산은 이름 그대로 호랑이가 쭈그리고 앉아 대가리를 운문사로 향하고 있는 형상이다.

남쪽 지방이어서 운문사 단풍은 11월 상순쯤 가면 적당하다. 멋진 단풍 사진을 찍을 생각이라면 오후에 역광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운문사 답사와 단풍 구경을 마치면 중요 민속 자료 109호인 운강 고택을 둘러보는 것이 좋다. 이 집은 건물 배열이 평평한 대지 위에 사랑채를 중심으로 한 ㅁ자형 건물군이 이어지며, 사당채가 가장 안쪽에 자리잡았다. 전부 합치면 9동 80간이나 되는 큰 규모이다. 넓은 마당 2개와 사당 앞의 백류 원터, 안채와 사랑채의 뒤뜰 등 넓은 공간을 여유 있게 두었다. 돌담 너머 감나무가 파란 하늘에 걸린 풍경이 정말 평화롭게 느껴진다.

◆여행 메모: 대구에서 청도까지 직행 버스가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청도에서 운문사행 버스는 한 시간마다 떠난다. 사찰 입구에는 시골집(0542-372-1914)·호수민박(371-6266) 같은 민박집이 있다. 맛집으로는 청도용암온천호텔 1층에 위치한 청도할매집(0542-373-1927)을 추천한다.

대둔산

전북 완주군 운주면과 충남 금산군, 논산시 일대에 걸쳐 있는 도립 공원 대둔산은 기묘한 암벽이 6㎞나 이어지는 해발 878m의 멋진 산이다. 중부 지방의 너른 들판이 발 아래 깔린 풍경은 황홀할 정도이다. 대둔산 등산로가 있는 곳으로 통하는 길은 충남 쪽에서는 대전시와 논산시, 금산군에 있다. 전북 쪽에서는 호남고속도로 익산 인터체인지를 지나 완주를 통하면 된다.

대둔산은 ‘큰 봉우리에 나무와 풀이 무성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 운해, 여름 신록, 가을 단풍, 겨울 설경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아 예로부터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린다.

대둔산의 남쪽인 전북 완주 쪽은 기암 절벽을 이루는 산세로 풍광이 뛰어나다. 90년 11월 해발 600m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설치한 케이블카도 이 점에 맞추어 전북 쪽에 설치되었다.

대둔산 산행은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 절제사였던 권율 장군이 광주 지방에서 모은 의병 1천5백명과 함께 왜적을 격퇴했다는 배꽃재에서 태고사를 거쳐 능선을 타고 정상인 마천대에 오른 뒤, 고려 말 세 딸을 데리고 대둔산에 은거한 고려의 충신이 딸들과 함께 신선이 되었다가 바위로 변했다는 삼선 약수터로 내려와 구름다리를 거쳐 매표소로 내려오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 대략 4시간 정도 걸린다.

케이블카를 타면 곧바로 구름다리 밑에까지 갈 수 있다. 구름다리는 금강다리라고도 불린다.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면 아찔하고 가슴이 서늘해진다. 거기에 상쾌한 바람을 맞아보는 것은 대둔산 등반의 또 다른 재미를 맛보게 한다.

삼선 구름다리는 하늘로 치솟은 철계단이 1백27개나 되는데 해발 878m인 정상(마천대)으로 이어진다. ‘하늘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는 뜻인 마천대에 날씨가 맑은 날 오르면 덕유산과 변산 서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삼선바위 옆에는 주목할 만한, 그러나 눈에 잘 띄지 않는 위령비가 하나 세워져 있다. 나무로 된 1.5m 높이 작은 위령비는 1895년 이곳에서 순절한 동학 농민군과 가족 들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케이블카는 대둔산온천관광호텔 뒤편에서 출발해 해발 600m까지 올라간다. 대둔산 케이블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파르게 설치되어 있으며, 기암괴석을 감상하기 좋도록 되어 있다. 올해 대둔산 단풍 감상은 11월 중순 이후가 적당할 듯하다.

◆여행 메모: 전주나 익산에서 금산행 버스를 타면 대둔산을 거친다. 완주군 운주면 대둔산 관광단지에는 음식점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둔산장호텔(0652-263-1602)을 추천한다. 권가네 전통밥상이 1인분에 만원, 1만2천원. 사골해장국이 5천원이다. 오곡밥을 방짜 그릇에 담아 멋을 더해 준다. 숙박료는 3만원인데, 특실은 15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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