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류 감정사 꿈꾸는 '소더비 학교’ 옹고집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8.08.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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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경매 회사인 소더비가 영국 런던에 전문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최지혜씨(26)가 알게 된 것은 한국외국어대학 졸업반 시절이었다. 최씨는 순간 가슴이 방망이치는 것을 느꼈다. 어려서부터 고미술품만 보면 까닭없는 설레임에 빠지곤 했던 최씨는 망설임없이 영국 유학을 결정했다. 외동딸을 외국에 내보내기 꺼리는 부모님의 반대도 ‘최씨 특유의 옹고집으로’ 물리쳤다.

그러나 막상 부딪친 영국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골동품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 성격상 소더비 전문학교 입학생 2백여 명은 귀족·재벌·외교관 자녀 같은 상류층 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3주에 한 번 꼴로 치러야 하는 시험(프리젠테이션)도 최씨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동료 학생들을 경매장에 모인 고객이라 여기며 골동품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치러지는 이 시험은, 영어가 서툰 최씨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입학 초기 최씨 성적은 꼴찌를 맴돌았다. 그러나 최씨는 골동품에 대한 애정을 한순간도 놓아 본 일이 없다. 소더비가 위탁 관리하고 있는 미술품·도자기·가구 들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씨는 행복했다. 다행히 시련은 길지 않았다. ‘도자기가 네게 소리치는 게 들리지 않느냐’던 지도 교수의 꾸지람을 얼마 지나지 않아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그는 골동품을 처음 대면할 때마다 그 골동품이 스스로 ‘저는 어느 시대, 어떤 작가가 만든 물건이예요’라고 통성명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한 그는 오는 가을 학기 소더비 전문학교 졸업생 가운데 유일하게 장학금을 받으며 석사 과정(18∼19세기 장식 미술)에 진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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