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자라는 한국 영화 대들보
  • 프랑스 칸·成宇濟 기자 ()
  • 승인 1996.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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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 막을 내린 제49회 칸 영화제에서, 한국에서 날아온 영화 관계자들이 너도나도 ‘눈도장’을 찍으려고 찾아다닌 사람은 유명한 영화 감독도, 영화 배우도 아닌 변 혁(30)이라는 프랑스 유학생이었다. 내년 여름 프랑스국립영화학교(FEMIS)를 졸업하는 그에게 잘 보이려고 줄을 선 이유는 단 한 가지. 그가 한국 영화의 미래를 보여줄 큰 그릇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변씨는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의 졸업 작품 <호모 비디오쿠스>는 92년 ‘클레르 몽페랑 단편 영화제’에서 그랑프리와 인기상을 받았다. 94년에 그는 프랑스국립영화학교에 입학했다. 이 학교는 여섯 분야를 통틀어 1년에 36명밖에 뽑지 않는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세계 유명 감독 30명 앞에서 치러야 하는 면접 시험에 통과한 한국인은 그가 처음이다.

이 학교 학생에게는 한 달에 3천 프랑(약 46만원)씩 생활 보조비가 지급되고, 프랑스에서 개봉되는 모든 영화를 무료로 볼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그러나 변씨는 다른 무엇보다도 프랑스 영화사의 스튜디오 시설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연출을 공부하고 있는 변씨는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호모 비디오쿠스>를 90분짜리 장편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를 받았지만 칸 영화제가 끝나자마자 졸업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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