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욕·반신욕…목욕탕이 병원보다 낫다?
  • 吳允鉉 기자 ()
  • 승인 2000.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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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탕·냉탕 잘 이용하면 건강 ‘이상 무’… ‘수중 운동’하면 금상첨화
13∼14세기 유럽 사람들이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한국의 게르마늄 탕이나 동네 목욕탕을 보면 뭐라고 할까. 혹시 이렇게 비아냥거리지 않을까. “재미없고 썰렁한 목욕탕에서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옛날 유럽에서도 증기탕이나 목욕탕은 청결과 건강을 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목적을 지킨 곳은 거의 없었다. 그곳은 단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섬기는 곳이었다. 남녀 혼욕인 증기탕·목욕탕에 몸을 담근 채, 먹고 마시고 노래하며 연애했다.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녀가 질탕하게 놀려고 목욕탕을 찾았던 것이다.

유럽의 옛 풍습에 견주면 현재 한국의 목욕탕은 ‘병원’에 가깝다. 노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건강과 청결을 위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유 아무개씨(48) 부부는 ‘병원’에 가느라 한 달에 한두 번 대관령을 넘는다. “입소문으로 주문진에 있는 해수탕이 요통이나 무좀에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예닐곱 번 갔다 왔는데 고질이던 무좀이 사라졌다.”

목욕 뒤 찬바람 쐬지 말아야

만약 병이 아니었다면 그들 부부는 절대 대관령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사람 대부분이 유씨 부부와 비슷한 경험을 하며 산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곳이 해수탕이 아니라, 사우나나 찜질방이나 동네 목욕탕이라는 것뿐.

하지만 유씨 부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미처 모르는 상식이 있다. 바른 목욕법이다. 때를 밀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한 달에 목욕은 몇 번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거기에다 탕에 몸을 담근다고 무조건 건강해지지 않는데도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다.

청결과 건강에 도움을 얻으려면 우선 목욕의 효과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목욕을 하면 보통 1㎞를 달리는 것과 비슷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피부를 청결하게 하고, 우리 몸에 일정한 자극을 주어 혈액 순환이 잘 되게 도와 건강을 증진시킨다. 또 정신적인 피로와 긴장감·초조감을 해소하고, 팔다리의 경직과 피로를 풀어준다.

한의사 박석준씨는 건강에 이로운 목욕법을 이렇게 소개한다. “목욕은 따뜻한 곳에서 하는 게 좋다. 또 배가 너무 부르거나 고플 때 하지 마라. 심장이 큰 부담을 느낀다. 너무 자주 하는 것도 안 좋다. 몸 기운을 빼앗긴다. 한 번에 30분 이상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그리고 목욕 뒤 찬바람을 쐬는 것은 안 좋다. 땀구멍이 열린 상태에서 감기나 풍에 감염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냉·온탕 목욕하면 절대로 감기 안 걸려”

이 설명은 일견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당신이 가는 목욕탕 풍경을 생각해 보라. 주먹구구식 때밀기·입수(入水)·비누칠 하기·땀 빼기로 번잡하지 않은가. 자기 체질에 맞는 목욕법을 잘 활용하면 건강은 물론 피부·정력에까지 큰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왜 마다하는가.

전문가들은 집에서, 동네 목욕탕에서, 사우나에서 할 수 있는 목욕으로 온탕·냉탕·약탕 목욕을 꼽는다. 물의 온도가 대략 41∼43℃면 온탕, 36∼40℃면 미온탕, 25℃ 이하면 냉탕으로 친다.

온탕과 냉탕에서 우리 몸은 다르게 반응하는데, 냉탕에서는 산성으로 기울고, 온탕에서는 알카리성으로 기운다. 때문에 냉·온탕을 오락가락하면 체액이 중성 내지 약알칼리성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온탕 목욕은 심한 운동이나 노동으로 인한 육체의 피로를 푸는 데 적합하다. 혈액 속의 피로 물질인 젖산을 제거하는 데 더운물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또 과음으로 머리가 띵할 때 온탕에 들어가면, 교감 신경이 자극되어 몸에 활력이 생긴다.

미온탕 목욕은 부교감 신경을 긴장시켜 흥분을 가라앉히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스트레스나, 초조하고 산만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좋다.

냉탕에서 목욕하는 것을 두고 한의사들은 ‘혈관 체조’라고 부른다. 피부와 혈관을 신축시켜 혈액을 내장과 인체 조직 깊숙이 흐르게 함으로써 내장의 신진 대사를 돕기 때문이다. 냉탕에 3분 정도 몸을 담그면 몸 안의 나쁜 물질이 배출되는데, 신경·소화 계통과 심장·폐에 좋은 효과를 준다. 냉탕에서는 몸의 굳어진 곳이나 염증 부위를 주무르는 등 몸을 움직여 주면 더 좋다. 하지만 10분 이상은 곤란하다.

찬물과 더운물을 번갈아 드나드는 냉·온탕 목욕은 신경통·두통·당뇨·혈압·심장병·감기에 좋다. 단 이때 찬물과 더운물의 온도 차이는 30℃ 미만이어야 더 효과적이다. 냉·온탕 목욕은 찬물 3회 더운물 2회, 찬물 4회 더운물 3회를 하되, 마무리는 항상 찬물로 하는 것이 좋다(70쪽 상자 기사 참조).

영어 참고서 저자로 유명한 건강 전문가 안현필씨(작고)에 따르면, 냉·온탕 목욕은 혈액 순환을 잘되게 해서 몸 안에 열이 나도록 돕는다. 이 열은 난방 구실을 하며 찬바람이 몸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그래서 냉·온탕 목욕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은 절대 감기에 안 걸린다.
약탕 목욕 재료로는 녹차·쑥·소금·솔잎·우유가 있다. 한의사들은 이런 재료가 건강을 북돋아준다고 말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방법과 효과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녹차 목욕:냉증을 없애고 피부를 뽀얗게 한다. 다 마신 녹차 찌꺼기나 티백을 헝겊 주머니나 스타킹에 넣어 묶은 뒤 욕조에 넣고 우려낸다. △소금 목욕:삼투압 효과로 체내에 쌓인 노폐물을 걸러낸다. 신경통·관절염 환자에게 특히 이롭다. 욕조에 물을 반쯤 받은 뒤 소금 3∼4 큰술을 넣으면 준비 끝. △쑥 목욕:체온을 높여 냉증을 없애준다. 빈혈·요통·산후통에도 효과가 있다. 욕조에 쑥을 적당히 넣고 뜨거운 물을 붓는다. 5분여 몸을 담근 뒤 나와 찬물로 1분간 샤워한다. 2,3회 반복한다 △청주 목욕:피로를 풀어주고, 피부에 영양을 공급해 피부염을 막아준다. 숙면도 돕는다. 욕조에 물을 반쯤 채우고, 1.8ℓ들이 청주 한 병을 붓고 몸을 담그면 된다 △우유 목욕:약한 피부·지성 피부, 트거나 갈라진 피부와 각질을 부드럽게 만든다. 욕조에 반쯤 물을 채운 뒤 우유 1ℓ를 붓는다. 부드러운 헝겊으로 맛사지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절대 비누로 씻지 말아야 한다. △식초 목욕:저혈압과 냉증, 피로 회복에 좋다. 욕조에 물을 반쯤 채우고, 식초를 소줏잔으로 둘 정도 섞는다.

술 마신 뒤 목욕은 금물

목욕할 때에도 운전할 때처럼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식전 목욕은 식욕 증진 효과가 있으나, 공복 정도가 너무 심하면 피로가 더하고 속이 거북해지면서 현기증이 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갑자기 더운물에 들어가면 혈압이 오르거나 혈관이 수축되어 혈관에 쇼크가 올 수도 있으므로 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과 손발에 물을 묻히는 것이 좋다 △술을 마시고 곧바로 탕에 들어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 혈관이 터질 수도 있다 △과격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린 뒤 뜨거운 물로 목욕하면 탈진할 가능성이 높다. 미지근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거나, 잠시 몸을 담그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욕탕에서 운동을 하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망측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방울 맺힌 천장만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는 것보다 운동을 하는 것이 몇 배 더 건강에 이롭다고 강조한다. 욕조 안에서는 체중의 3분의 1밖에 느껴지지 않아 발목 돌리기·무릎 굽히기 따위 운동을 하면 관절이 유연해진다. 가벼운 플라스틱 병 등을 이용해 어깨나 장딴지를 두드리면 피로와 피하 지방을 줄일 수 있다. 몸을 씻을 때 긴 수건 대신 스펀지나 손으로 등·발끝·엉덩이를 씻으면 온몸 근육이 움직여 굳은 근육이 풀린다.

목욕을 하면 몸 안의 수분이 많이 배출되므로 목욕 20분 전에 생수나 우유를 한 잔 마셔두면 좋다. 식사한 뒤 금방 입욕하는 것은 금물. 식사 뒤에는 혈액이 위장으로 몰려 소화 흡수를 도와야 하는데, 더운물에 들어가면 혈액이 피부 쪽으로 이동해 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목욕 횟수는 사람마다 다르나, 보통 1주일에 1∼2회가 적당하다. 목욕 시간은 온탕·미온탕에서는 20∼30분이 좋고, 냉탕에서는 5∼10분 안에 끝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때는 어느 정도 밀어야 건강과 피부 미용에 좋을까. “묵은 때를 벗긴다고 물에 불은 피부를 꺼칠한 수건으로 너무 자주, 세게 미는 것은 좋지 않다. 각질층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떨어진다. 그것을 무리하게 밀면 상처가 생긴다. 상처는 결국 지루성 피부염 같은 여러 가지 피부병의 원인이 된다.” 서울 강남 이정옥피부과 원장의 설명이다.

술을 마신 뒤 하는 목욕도 각별히 주의가 요구된다. 한의사들은 술을 마신 뒤 2시간 안에는 목욕을 삼가야 한다고 경고한다.

목욕은 돈이 가장 적게 드는 경제적인 건강법이다. 잘하면 숙면 뒤의 상쾌함과 운동 뒤의 뿌듯함을 맛볼 수도 있다. 지금 몸이 찌뿌드드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 몇 가지 목욕 상식을 기억하고 목욕탕으로 가라. 하루 컨디션과 표정이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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