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에 새로 시작하는 工學의 꿈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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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개교 1백66년째를 맞는 재학생 2만명 규모의 모스크바 국립 공과대학에서 최초의 한국인 정교수가 나왔다. 주인공은 경희의료원 교수를 지낸 류근철 박사(70). 지난 4월3일 최종 심사를 통과한 그의 논문 제목은 ‘척추간판과 관절들의 변형 교정을 위한 기계치료적 장치 적용의 기본 원칙’. 그는 오는 6월 말쯤 모스크바로 건너가 이 대학 의료공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대학 부설 우주항공의학연구소 주임 교수를 맡는다.

한의학을 전공한 한의사가 공대 교수로, 그것도 고희(古稀)에 새 출발을 하게 된 계기가 남다르다. 국민학교 시절 그는 공학을 하고 싶었지만 독립운동가의 집안이라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엄두도 내기 힘들었다. 꿈을 버리기 아까웠던 그는 함석 조각을 가위로 오려 만든 ‘공(工)’자를 옷깃에 붙이고 다닐 정도로 공학의 길을 동경했다. 한의학에 종사하면서도 꿈을 버리지 못한 그는 척추간판과 관절을 치료하는 운동 장치를 발명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일본·캐나다 등에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국내 몇몇 대학이 제의해 온 명예박사 학위도 번번이 마다한 그는 이번 임용이 55년 만에 꿈을 이룬 것일 뿐이라며 새출발의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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