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학교 전교생이 바이올리니스트
  • 강원도 양구·吳允鉉 기자 ()
  • 승인 1996.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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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구군 고대리에 있는 고대 분교는 파로호와 휴전선 사이에 끼여 있는 작은 산골 학교이다. 학생 열여섯에 선생님은 두 분뿐이다. 그렇지만 이 학교에는 큰 자랑거리가 하나 있다. 전교생이 바이올린을 켤 줄 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산골 어린이들에게 악기를 연주하는 즐거움을 가르쳐 준 사람은 유복만 교사(45)이다.

지난해 봄 이 학교에 온 그는 ‘악기 연주는 화합과 질서를 가르치고 꿈을 키워 준다’는 믿음으로 바이올린·피아노·농악 등을 가르쳤다. 매일 수업이 끝난 후 2~3시간씩 어린이들에게 개인 레슨을 했던 것이다. 비싼 악기를 사라고 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학부모로부터 원망을 들었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유선생님이 학교와 마을 분위기를 바꿔놓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이제 고대 분교 어린이들은 군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되어 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다.

유교사는 얼마 전 자매 학교의 초청을 받아 서울에 갔다가 그곳 어린이들이 피아노·미술·속셈·태권도 등에 떠밀려 다니느라고 숨도 못 쉴 정도로 과외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강제’가 없는 자신의 바이올린 ‘과외’가 값지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교육 목표가 어린이들의 숨은 재능을 발굴해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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