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몸에 맞는 운동을 아십니까
  • 張榮熙 기자 ()
  • 승인 1996.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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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체질·체력에 따른 운동법/바쁜 직장인은 걷기·계단 오르내리기 효과적
축산업을 하는 함영찬씨(경기도 평택시 비전동·37)는 벼르고 별러서 지난 10월22일 서울중앙병원을 찾았다. 운동 검사가 낀 정밀종합건강진단(F코스)을 받기 위해서였다. 함씨는 더 이상 건강을 소홀히 하다가는 큰일나겠다는 절박감에서 백만원이나 하는 이 검사를 받았다. 고혈압과 당뇨 증세가 있어 3년 전에 입원 치료를 받은 병력이 있는 함씨는, 요즘 조금만 무리해도 피로가 엄습할 정도로 체력이 떨어진 상태다. 청소년 때 씨름 선수를 할 정도로 기운을 자랑했던 함씨지만 그동안 사는 데 바빠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함씨처럼 30대 중반에 들면서 몸에 이상이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사람의 몸은 20대까지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신체 기능이 유지되지만 30대 중반부터는 달라진다. 높은 노동 강도나 식습관 등이 운동 부족, 비만, 흡연, 술, 스트레스 같은 성인병 유발 인자를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자신의 건강 상태는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어느 정도 자가 진단이 가능하다. 스포츠 의학 전문가들은, 계단 오르기가 심장의 예비력을 판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보통 걸음으로 6층까지 올라가면서 다소 숨이 찰 뿐 대화가 가능하다면 당신은 심장의 예비력이 좋은 편으로 아직 건재하다. 그러나 6층까지 겨우 올라가기는 했지만 숨이 아주 가쁘고 말도 잘 할 수 없다면 몸이 요주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숨이 가쁘고 괴로워서 한번 쉬고서야 6층까지 올라갔다면 이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펌프작용으로 온몸에 피를 보내는 심장은 안정을 취할 때와 운동할 때 심박출량(심장이 1분간 박동하여 내보내는 혈액량)이 다르다. 이 차이를 예비력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심장 능력을 알려주는 직접적인 지표이며 건강한지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건강이 어떠냐’고 묻는 것은 한국의 대표적인 안부 인사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50, 60대에는 ‘근력이 좋으냐’는 좀더 세밀한 인사가 오간다. 이런 인사법은 외견상 건강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이게 하지만, 전문가들은 뜻밖에도 한국인이 건강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아픈 적이 없었고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면 자기가 건강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다.

직장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나 축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은, 호흡근과 심장근이 약해져 있고 혈관의 안쪽 벽이 두터워져 있으며 다리의 근력이 현저히 약해져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몸에 지방이 축적되어 있고 지구력이 떨어져 있는 등 전반적으로 신체 기능 수준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다. 건강을 단순히 질병 유무가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여 그 사람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는 적극적 의미로 파악할 때, 그러한 사람은 건강인의 대열에 낄 수 없다.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하라는 것은 상식이다. 규칙적인 운동이 ‘운동 부족병’으로 불리는 여러 성인병(퇴행성 질환)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가장 좋은 방책이라는 것에는 의사와 운동생리학자 사이에 이견이 없다. 운동을 하면 폐·심장·혈관이 튼튼해지고 혈액량을 증가시키며 대사 기능을 향상시켜 성인병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또 혈압을 낮추고 체중을 조절하며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높인다. 이처럼 운동의 미학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운동의 3박자, 강도·시간·빈도

그러나 대체로 사람들은 남들이 좋다고 하는 운동을 선택하거나 호흡이 가쁘고 땀을 흠뻑 낼수록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심한 운동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람은 십중팔구 운동화(運動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약 남용과 오용으로 빚어지는 화를 약화라고 부르듯이 잘못된 운동을 하거나 지나쳐도 화를 부르게 된다는 것이다. 에어로빅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의 스포츠 전문 의사 케네스 쿠퍼 박사는 심장마비나 박동 이상을 가져오는 세 가지 상황 가운데 하나가‘운동 중이거나 끝낸 직후’라고 경고했다.

송도병원 운동처방과 김양수 과장은, 운동이 도리어 병이 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된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년 동안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고, 운동을 선택할 때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하기보다 남들이 하는 운동을 따라서 했으며, 어떤 운동은 건강에 좋고 어떤 운동은 나쁘다고 단정하는 경향을 띤다는 것이다.
삼성의료원 스포츠의학과 하권익 과장은,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고 운동 상해를 최소화하려면 운동 처방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질병이 있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만, 건강 유지와 증진을 위해 운동을 하려는 사람도 운동 처방을 받는 데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특별한 병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경우 오히려 운동 중에 위급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단지 자각하지 못할 뿐 몸속에 병이 잠복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운동 처방법은 일반화가 불가능하다. 서울중앙병원 스포츠의학센터 진영수 소장(울산대 의대 교수)은 노동 강도와 음식·술·담배 등 생활 습관이 같고 뚜렷한 병이 없는 등 상황이 거의 같은 두 사람이 있다고 해도 이들에 대한 운동 처방전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부설 의원 국민체력센터나 종합 병원, 대형 스포츠센터가 실시하고 있는 운동 처방은 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기본적인 프로그램은 같다. 우선 △생활 습관·병력 등을 묻는 사전 조사를 한 뒤 △질환 유무를 파악하는 의학 검사 △체지방량 등을 측정하는 체격 및 신체 구성 검사 △근력과 유연성 등을 측정하는 기초 체력 검사 △운동 중의 심전도와 심박수, 최대산소섭취량 등을 파악하는 운동부하 검사 등을 거친다. 이런 진단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근거로 수진자의 몸에 맞는 운동 종목·강도·시간·빈도를 결정한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차광석 운동처방실장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운동의 요체는 강도·시간·빈도라는 운동의 3박자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다”라고 조언한다. 이것은 적절한 운동 종목을 고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운동 종목은 운동 중에 산소를 취하는 유산소 운동이다. 유산소 운동은 심폐 기능을 강화하여 체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심폐 지구력을 증가시키고 인체의 대사 작용을 촉진한다. 걷기와 조깅, 줄넘기,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이 대표적인데, 손쉽게 할 수 있어 바쁜 직장인에게 권할 만하다. 특히 운동을 상당 기간 중단하거나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유산소 운동을 해서 체력을 단련한 후 흥미가 있는 구기 종목을 겸하면 효과적이다.

운동 강도는 개인의 최대 산소 섭취량(VO₂ max)과 최대 심박수를 통해 높낮이를 설정할 수 있다. 최대 산소 섭취량은 운동 강도를 단계적으로 높여가는 과정에서 완전히 피로에 이르러 운동을 더 지속할 수 없을 때의 산소 섭취량인데, 건강 및 체력 수준에 따라 40∼85% 범위에서 운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심박수는 경동맥 부위 또는 손목 안쪽 요골동맥 부위를 측정하는것인데, 운동 상태가 최고조일 때의 심장 박동 수인 최대 심박수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 공식에 따라 간접으로 알아낼 수밖에 없다. 최대 심박수 계산 방법은, 운동을 해온 사람의 경우 ‘205-(0.5 ×나이)’이며, 운동을 전혀 하지 않은 사람은 ‘220­나이’이다. 운동 강도를 자기가 설정해 보려는 사람은 나이에 따라 최대 산소 섭취량의 %, 또는 자각적 운동 강도를 느끼는 정도와의 상관 관계로부터 운동 목표 심박수를 나타내는 환산표(오른쪽 표 참조)를 보면 감을 잡을 수 있다.
걷는 것이 보약이다

운동 시간은 30∼60분이 적당한데, 준비 운동(5∼10분), 주운동(15∼40분), 정리 운동(5∼10분)을 적절히 안배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높은 강도에서 짧게 운동하기보다 중간 강도에서 오래 운동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체력이 떨어진 중년기 이후의 성인들은 더욱 그렇다. 대체로 운동을 마친 후 한 시간 이내에 과도한 피로를 느끼지 않아야 운동을 잘한 것이다.

운동 빈도는 특별한 병이 없는 성인의 경우 최소한 1주일에 3회 이상 해야 운동 효과가 나타나며 점차 4∼5회로 늘려가는 것이 좋다. 운동을 주 5회 이상으로 늘릴 때 체중 부담을 안고 하는 운동(달리기 등)과 부담이 없는 운동(수영·자전거 타기 등)을 교대(달리기-수영-달리기-자전거 타기)로 하는 것이 좋은 운동 구성 방식이다.

하루 운동량은 하루에 소비되는 총 에너지량의 10%가 적당하다.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은 운동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2주 간격으로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좋다. 대개는 보통 3∼4개월 지나면 운동 효과를 느끼게 된다.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을 하려는 사람이라면 전문 기관에서 정밀 검사를 해서 운동 처방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여건이 안된다면, 전문가들은 차선책으로 ‘많이 걷기부터 실천하라’고 도움말을 준다. 걷기는 그 효능이 탁월한 완전 운동이다. ‘나의 두 다리가 곧 의사’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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