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으로 ''몸 튼튼, 마음 튼튼''
  • 오윤현 기자 (noma@sisapress.com)
  • 승인 2000.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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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채 · 곡식 날로 먹으면 암 · 당뇨 등 성인병 예방 ··· 자기 생활 습관 따라 적용해야
흰눈 때문에 겨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건강을 생각하면 겨울은 그리 유쾌한 계절이 아니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근육이 뻣뻣해지고, 장기들이 잔뜩 위축되어 체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이때 몸을 잘못 관리하면 자칫 건강 리듬을 잃을 수도 있다. 야채와 곡식을 날로 먹는 생식은, 이처럼 위험한 겨울철 건강을 지키기에 좋은 식이요법이다.

고기나 채소를 익혀서 먹는 화식(火食)은 비타민·미네랄·효소·엽록소 등을 파괴한다. 시금치와 콩을 삶으면 비타민 B1과 B2가 40∼70% 가량 달아난다.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는 이유가 영양소를 섭취해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화식만큼 비효율적인 식사법은 없다.
만성 피로 해결에 다이어트까지…

생식은 화식의 ‘손실’을 보상해 준다. 잡곡이나 나무 열매·풀뿌리·잎·줄기 따위를 날것으로 먹으면,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영양소와 생명에 도움을 주는 물질이 고스란히 몸안으로 들어온다. 암 치료 전문 병원 사랑의클리닉 황성주 박사는 생식이 “암·당뇨병 같은 성인병을 예방·치료하는 데 더 없이 좋은 약이다”라고 말한다. 생식을 두세 달만 꾸준히 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흰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주근깨·기미·검버섯이 현저히 줄고, 탈모증까지 예방·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연의학자도 있다.

이밖에도 생식은 만성 피로를 덜어주고 다이어트까지 돕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가 하면 여성의 피부를 곱게 만들고, 성장기 자녀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켜 체질을 튼튼하게 바꾸어 주기도 한다. 아침을 거르는 직장인에게는 더없이 좋은 대용식이 되기도 한다. 아침 생식은 공복감을 없애줄 뿐만 아니라, 오전 내내 정신을 맑게 해준다. 이같은 효과 덕에 최근 한국의 생식 시장은 급격히 팽창했다. 관련 업계는 생식 시장 규모를 연간 700억∼800억 원으로 추정한다.

이런 이유로 생식을 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생식은 약이 아니다. 자연 식품을 이용해 우리 몸의 자연 치유력을 극대화해, 외부에서 들어온 이물질과 세균·바이러스·암 세포와 싸울 힘을 키워주는 건강 영양식일 뿐이다.

생식은 동물성 음식을 완전히 배제한다. 항생제와 성장 호르몬에 찌든 육류로 인한 부작용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일부 영양학자들은, 건강을 유지하려면 고기를 자주 먹고 하루에 약 2000∼2400 칼로리(Cal)를 섭취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생식주의자들에 따르면, 그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

생식을 하면 1000Cal만으로도 하루를 충분히, 쾌활하게 견딜 수 있다. 그 비결은 현미 씨눈에 있다. 우리 몸은 음식이 들어오면 소화 효소를 분비한다. 그런데 이 효소의 효율은 현미 씨눈에 있는 효소의 5분의 1밖에 안된다. 즉 현미를 날로 먹으면 씨눈의 효소가 몸속의 음식물을 스스로 소화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화식을 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따로 (효율이 무척 낮은) 효소를 분비해야 하므로 그만큼 몸이 더 힘들어진다.

인천시 부개3동에 사는 오연흥씨(65)는 현미 덕을 톡톡히 보았다. 생식을 해서 말기 갑상선암을 어느 정도 치료하고, 정상인처럼 살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 장전동에 사는 김민성씨(30)도 지난해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간경화가 되기 직전에 발견한 만성 B형 간염을 말끔히 치유했다고 말한다.

생식을 연구하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덕소리 장앤정약국의 장현식 약사는, 생식을 하면 완전 식품을 섭취하게 되어 “지방과 당 흡수가 줄어들고, 섬유질·비타민·미네랄과 같은 영양소 흡수가 늘어난다”라고 말한다. 또 생식을 하면 소화기관의 피로를 덜고, 식품 가공 과정에서 첨가되는 유해 물질의 오염으로부터 보호받을 수도 있다. 즉 4백여 종에 달하는 방부제·인공 색소·조미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생식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생식을 시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생활을 점검해야 한다. 생활 습관과 건강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다음에는 하루에 몇 번 생식할 것인지 정한다. 황성주 박사는 환자는 하루 두 차례, 일반인은 한 차례 꾸준히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몇몇 사람은 생식을 일정 기간 하면 예방 접종 하듯 평생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것은 아니다. 몸의 세포를 바꾸려면 적어도 3년간 생식을 해야 한다. 어느 정도 세포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도 3∼6개월 꾸준한 생식이 필요하다.
생식업체 제품은 원료 확인 바람직

생식을 효율성 있게 하려면 들에 직접 나가 야생 곡식이나 채소를 뜯어 먹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부분의 현대인은 신선한 야채나 곡식을 구해 먹거나(위 작은 기사 참조), 생식 파는 업체의 제품을 이용한다.

자연의학을 연구하는 향토생활관 강순남 관장은 암 같은 난치병에 걸린 환자들은 멥쌀현미(50%)에 다섯 가지 잡곡(찰수수 10%, 찰현미 20%, 검정콩·율무·팥·기장·좁쌀·흰콩 등 20%)을 갈아서, 섞어 먹으라고 권한다. 채소는 당근이나 고구마 등 뿌리 야채와, 시금치·취나물·치커리 같은 잎 야채를 2 대 3 비율로 섞어 먹는다.

만약 생식업체 제품을 이용하려 한다면 각별히 주의한다. 건강과 거리가 먼 제품도 다수 끼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어떤 원료를 썼는지 살펴본다. 농약이나 화학 비료에 오염되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피한다. 유기농으로 키운 원료를 쓰는 업체 제품은 일단 믿을 만하다. 그리고 품질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잔류 농약·중금속·대장균 검사를 수시로 하는지 꼼꼼히 확인해 본다.

생식을 시작하고 나면 머리가 아프거나, 피부 발진·설사·더부룩함·변비·피로감 같은 불쾌한 증상이 찾아온다. 이를 명현현상 또는 호전반응이라고 하는데, 생식으로 체내의 노폐물이 빠져나오면서 생기는 현상이므로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증세에 차이가 나지만 생식을 계속해 몸속 노폐물이 빠지면 그같은 증세는 곧 사라진다. 만약 증세가 심해지면 생식 섭취량을 조절하거나, 소변이나 대변 양을 늘려 몸속 노폐물이 빨리 빠지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생식을 중단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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