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만달러 시대의 풍속도
  • 張榮熙 기자 ()
  • 승인 199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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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국민소득 만달러 시대의 풍속도/개성적 삶·생활의 질 중시…소비 만족 추구
여기는 감성 공화국. 끝만 둥글게 말아 올린 에지컬링 머리에다 에스닉무드의 닌자 배낭, 10㎝ 통굽 구두에 연분홍 패티큐어를 칠한 무리가 거리를 활보한다. 장롱 속 깊이 처박힌 어릴 때 옷을 꺼내 입은 것 같은 키드룩 배꼽티를 입은 10대 소녀, 초미니 스커트와 롱부츠 차림 대학생. 그리고 짧고 끈적끈적한 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꿰어찬 젊음이 명동과 압구정동을 점령한다.

소득이 없다시피 한 계층이면서도 패션에 대한 신세대의 열정은 남다르다. 이들은 패션이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이해한다. 신세대는 기성세대의 ‘남처럼 사고하는 방식’을 단호히 배격한다. 기성 세대가 10인1색이라면 이들은 10인10색이다. 먹는 것도 김밥보다는 비싸지만 독특한 캘리포니아롤을 좋아한다.

7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 태어난 10대에서 20대 중반까지 신세대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핵심어는 ‘풍요함’이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삼등 삼등 완행 열차 기차를 타고…’. 70년대 청년들은 ‘가슴 속 예쁜 고래 한 마리’를 잡으러 동해로 떠났다. 그러나 90년대 신세대는 비행기를 타고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난다.

결핍을 모르는 신세대는 소비지상주의자들이다. 표현 감성주의와 강한 자의식도 그들의 특성이다. 신세대 사이에서도 세대 차이가 난다. 20대 신세대는 10대 신세대를 마뜩찮아 한다. 극단으로 개인주의적이며 사이버펑크형 문명관과 앤드로지너스(남녀의 구분이 사라짐) 경향까지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따로 떼어내 ‘뉴키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세대의 독특한 의식 구조와 생활 유형은 분명히 산업 사회의 집단적·효율적·획일적 세계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낯선 것이다. 그것은 탈산업 사회 혹은 정보화 사회에서 출현하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속에서 잉태되고 자라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신세대의 사고 방식과 행동 양태는 마침내 생활의 큰 틀을 바꿀 조짐이다. 대우경제연구소 변성수 선임연구원은 “신세대는 변화를 주도할 뿐 아니라 그들 문화를 사회 모든 분야로 적극 침투시킨다. 그들은 90년대를 생활의 대전환기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신세대는 생활에서 인식 체계의 변화를 주도한 전위 부대지만 변화의 가장 중요한 동인은 소득 증가에 있다. 한국은 특히 올해 말께 1인당 국민 소득 만달러 시대를 열 가능성이 있다. 국민 소득 만달러에 대해서는 ‘선진국으로 가는 분수령’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숫자 장난’이라는 식으로 평가 절하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어느 쪽의 의견이 옳든 만달러는 궁핍을 완전 제거하는 풍요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호주머니에서 꺼내 쓸 수 있는 돈, 다시 말해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 현상은 소비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소득 수준 향상은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평가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만달러 시대는 고도 소비 사회로 성큼 다가서게 한다. 소비 억제에 동원되었던 생산·성장·효율·금욕과 같은 논리는 더 이상 맥을 추지 못한다. 이제 소비는 한국에서 미덕이다.
만달러 시대의 소비는, 소비 그 자체보다 상품 이면에 숨어 있는 사회 문화적 의미, 다시 말해 기호(code)를 ‘소비’하는 것으로 사람들의 소비 경향이 달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상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물질 사회에서 어떤 혜택 혹은 부가 가치를 기대하는 코드 사회로 이행하는 것이다. 제일기획 마케팅연구소 김덕영 부소장은 “사람들의 상품 평가 기준이 호(好) 락(樂) 미(美) 취(趣)와 같은 주관적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신세대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의 소비 스타일은 점점 개성화·다양화·세분화를 지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신적·문화적 만족이 새로운 목표

코드 사회는 시간 소비와 관련이 깊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시간 단축에 열심이었다. 여가를 중시하는 사람들의 욕구에 따라 노동 시간은 주당 47시간으로 줄었다. 여가 시간 창출을 위한 상품도 많이 개발됐다. 자동세탁기는 손세탁에 비해 세탁 시간을 절반 이상 줄였다. 가전 제품 외에 인스턴트 상품·패스트푸드·통신 판매·편의점·원스톱 쇼핑·탁아소·베이비시터와 각종 대행업도 시간을 줄여 시간을 창조해 내는 사업들이다.

그런데 고도 소비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간 단축보다는 단축된 시간을 어떻게 잘 쓸 것인가에 골몰하게 한다. 시간을 소비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가령 외식이라는 행동은, 음식·식기·탁자·장식품 같은 물품과 음악, 웨이터의 서비스를 합친 과정을 활용하여 자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여행·레저·스포츠·문화 활동 따위도 마찬가지다.

또한 고도 소비 사회는 소비자 집단을 과거보다 더 잘게 부순다. 여성 소비자를 ‘미시족(처녀 같은 엄마)’ ‘하나코족(미혼 직장 여성)’으로 나누는 것이 좋은 예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결혼한 뒤에도 총각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과 성향을 유지하는 ‘우모(UMO)족’이 있는가 하면, 나이는 30대 중반이지만 패션이나 외모 가꾸기는 20대를 지향하는, 기성세대 속의 신세대 독신 남성인 ‘피터팬족’이 있다.
만달러 시대에는 생활의 질, 개성적 라이프 스타일, 정신적·문화적 만족과 같은 새로운 목표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다. 지적 만족을 추구하는 ‘라이프 디자이너’로서의 생활 자세를 강조하는 것이다.

‘680903’. 강순호·노유경 부부의 주민등록번호 앞 숫자는 같다. 27세 동갑에 생일이 같다. 이들은 인구 통계적으로는 신세대군을 막 벗어나 있지만 신세대의 특징을 많이 지니고 있다. 프리랜서로 방송 일을 하는 노씨는 〈젊은이의 양지〉라는 드라마가 싫다고 말한다. 선과 악의 구분을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틀에 박힌 것을 싫어한다. 무엇인가에 구속 당하는 것은 질색이다. 남과 다르고 싶다. 그래서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으며, 비교를 당하고 싶지도 않다. 소비 양태도 감성적인 편이다. 뭔가 눈을 끄는 것이 있으면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망설이지 않고 지갑을 연다.

신세대 못지 않게 라이프 스타일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50,60년대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다. 이 세대는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여 가장 두꺼운 층을 형성한다. 비교적 좋은 교육 환경과 구세대보다는 나은 경제 조건에서 성장했다. 베이비 붐 세대의 대표적 특성은 개인주의적 가치관과 현재를 중시하는 생활관으로 요약된다. 핵가족화와 다원주의 가치관을 경험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서 욱(34)·김 진(30) 부부는 딩크족(DINKS:Double Income No Kids)이다. 두 사람은 즐겁게 사는 일에 방해 받을 것 같아 결혼한 지 3년이 되도록 아이를 낳지 않았다. 앞으로도 가질 계획이 없다. 두 사람은 휴가를 만족스럽게 보내기 위해 일을 한다고 할 정도여서 이른바 ‘쉰세대’와는 일과 여가에 대한 생각이 정반대다. 하늘이 두 쪽 나도 1년에 최소 2주일은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여행이 끝난 뒤 다음 여행을 위해 다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이 부부는 이미 시간소비형 생활에 깊숙이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신세대 노인’ 여생 즐기기에 몰두

베이비 붐 세대에서 두드러진 핵가족화가 더욱 다양한 가족 형태로 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그 배경으로는 여성의 사회 진출에 따른 늦은 결혼과 적은 출산 경향을 들 수 있다. 이른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포스트 패밀리즘’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최수윤씨(36)는 독신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결혼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 차단한 독신주의 고집형은 아니지만,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그로서는 결혼을 선택 사항쯤으로 여긴다.

낯선 용어지만 ‘개족화’ 현상도 있다. 황경선씨(32) 부부는 다섯살배기 아들을 둔 ‘둑스족(DEWKS:Double Employed With Kids)’이다. 아이는 외가에 가 있고 CF 감독인 남편과는 생활 주기가 너무 달라 평일에는 각각 생활하고 주말에만 가족이 모인다.

이처럼 전후 세대인 베이비 붐 세대와 신세대 비율이 증가하면서 과거와는 다른 다양한 가치 규범이 한국 사회에 뿌리 내리고 있다. 전쟁과 결핍, 사회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 등을 체험한 구세대들은 풍요함으로 무장한 후세대에게 수적으로도 밀리고 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현대전자의 한 부장(41)은 신세대와 구세대의 틈바구니에 끼여 있는 처지를 이렇게 털어놓는다. “선배들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지만 후배들은 현재를 매우 중시한다. 후배들은 자기 계발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생애 주기가 변모하는 것도 생활관에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이다. 고령화 사회로 진전하는 것은 새로운 인생 설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노인층에서도 신세대처럼 신노인층이 생기고 있다. 자식에게 노후를 기대겠다거나, 정년 퇴직은 곧 인생도 은퇴라는 통념을 과감히 깨는 노인들이 출현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실버층은 스스로 부양하고 자립한다. 정년은 제3의 인생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기업을 경영하던 홍 아무개씨(59)는 몇해 전 가족회의에서 장남과 살지 않겠으며 손자 손녀도 봐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딸인 홍정유씨는 그의 부모가 자식이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부부만의 여생을 보내고 있다고 말한다. 1년에 세 번 해외 여행을 떠나 아프리카 대륙을 빼고는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이며, 동창회·향우회·골프동호회 같은 모임에도 정력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늘어난 시간을 즐거움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이들은 벌어놓은 재산이 있어 독립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우피족(Woopies:Well-off Older People)’으로 부를 수 있다.

베이비 붐 세대는 현실을 중시하여 ‘즐기자’는 경향이 강하면서도 미래에 대한 준비에서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삼성그룹에서 각각 홍보 일을 하는 김진구(36)·이현옥(32) 부부는 쓸 만큼 쓰고 산다. 그러나 여러 형태의 저축도 하고 있는데, 자식 몫과 부부 몫을 갈라 놓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베이비 붐 세대는 자기와 자식의 인생을 분리하는 경향이 한층 도드라질 것이다.
만달러 시대의 행복 조건은 무엇인가

가치관이나 생활 태도 면에서 실버와 베이비 붐 세대의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40, 50대 신중년 세대의 변신도 두드러진다. 중년층 남편은 ‘회사형 인간’이고, 일에 남편을 빼앗긴 부인들은‘시간 귀족’이었다. 낮에 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을 시간 귀족들이 ‘점거’하고 있는 모습은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건강·사생활·경제 안정이라는 3각 축으로 인생을 재설계하려는 신중년층이 나타나고 있어 흥미롭다.

만달러의 ‘현란한’ 시대로 접어든 한국의 맏형 격인 미국과 일본은 지금 새로운 소비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고도 소비 사회에 대한 반성으로 미국은 본질 회귀와 단순한 생활을 외치고 있다. 수입이 줄더라도 가족 본위의 단란한 생활을 위해 직장까지 바꾸는 덤피(DUMPIE)와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돈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트위너(Tweener)는 여피(Yuppie)에 대한 반성의 산물로 보인다. 여피는 연간 10만달러 이상을 벌며 고급 주택에서 고급 소비를 즐기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를 일컫는 말로, 80년대 후반 미국 베이비 붐 세대가 선망하는 대상이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피족의 퇴조는, 끝없는 상승 지향에 대한 피곤함, 무절제한 출세와 배금주의가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민이 자각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일본 사람들이 거품 청산과 오토나(大人) 소비를 외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달러 시대의 문턱에서 각 세대들은 변화된 삶의 스타일을 정착시키고 있다.
20대 신세대 부부
노유경씨(27)는 드라마 작가 지망생이다. 그동안 일에 방해될까 봐 아이를 가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아이를 낳으려 노력한다. 노씨는 남편 강순호씨(27·쌍용투자증권)에게 벌써부터 다짐을 받아두고 있다. ‘슈퍼 우먼’은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지도 않다는 것을. 노씨는 쇼핑을 즐긴다. 충동 구매도 꽤 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낭비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쇼핑이 사는 재미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두 사람의 공동 취미는 영화 보기. 강씨는 테니스, 노씨는 요리를 즐긴다. 노씨는 <요리하는 남자가 아름답다>는 책을 내기도 했다.
강씨는 노씨에게 집에서도 화장을 하라고 주문한다. 외모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신세대답다. 신세대답지 않은 점이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집을 마련하겠다는 점이다. 이유는 이사 다니기가 너무 힘들어서이다.
30대 딩크족
서 욱(34·씨티은행 차장)·김 진(30·드림서치 팀장) 부부는 맛있는 음식 찾아 먹기가 큰 낙이다. 누가 맛있는 집을 소개하면 하루 이틀 내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음식 먹기 못지 않게 이 부부가 챙기는 것은 여행이다. 결혼 3년간 두 사람은 신혼 여행까지 네 차례 해외 여행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살맛 나는 경험을 한 적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한 차례 여행할 때 5백만원 정도 들지만 유감 없이 쓴다는 주의다. 그러고 나서 열심히 일하면 되니까.
두 사람은 취미에 공통 분모가 별로 없다. 김씨는 살벌한 추리 소설을 즐기는 데 비해 서씨는 좀더 실용적이다. 새벽에 영어를 공부하고 수영·헬스로 몸매를 다진다.
김씨는 중가 제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옷을 살 때 디자인과 소재를 눈여겨 보는 데, 대개 아주 비싸거나 아주 싼 옷을 산다.
혼자 사는 30대 여성
그래픽 디자이너로 이 바닥에 들어온 지 14년째인 최수윤씨(36)는 ‘혼자 산다’. 정확히는 어머니와 함께 살지만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독신자로 봐야 할 것 같다. 그는 독신주의를 고집하지는 않는다. 적극적으로 이성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그는 지금 이대로 일과 자신을 사랑하는 데 별 유감이 없다.
다락방 같은 느낌을 주는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갖가지 그림과 도안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일종의 직업적 취미다. 최씨의 취미 활동은 다른 독신자들과 다르다. 혼자만의 자유로움과 고독을 공격적인 레저로 푸는 유형과는 달리 그는 볼링을 가끔 하는 정도다. 유행을 추종하지 않는 최씨는 철저하게 주관적 소비를 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40대, 청춘 같은 신중년
치과의사인 정규림 경희대 교수(47)와 심명섭 부부 가족은 스포츠광이다. 정신적·경제적 여유를 모두 운동에 쏟아 붓는다. 스포츠를 잘해야 일도 잘한다는 것이 그의 생활 철학이다. 정교수는 경력 22년의 베테랑 스키어인데 4년 전부터 스노보드에 빠졌다.
그의 ‘스포츠 달력’에는 빈칸이 없다. 철따라 새롭다. 여름에는 윈드서핑과 수상스키를 한다. 스킨스쿠버도 좋아한다. 여름에 스노보드가 생각나면 비슷한 느낌을 주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러 간다.
정교수는 가끔 주례를 설 때 부부 공통의 취미를 많이 가지라고 조언한다.
50대 예비 실버층
오호근 영림카디널 회장(53)은 가정에서 민주적이지 않다. 부인 양승현씨(48·피아니스트)의 표현을 빌리면 ‘독재자’다. 그러나 그는 그 나이의 일반적인 한국 남성과 다르다. 그의 취미는 음식 만들기. 요리라기보다는 하루 조석을 끓이는 것이지만 맛이 있다. 부인이 간혹 여행에서 돌아올 때 현관문에 붙어 있는 메모는 부인을 감동시킨다. ‘갈빗국에 고등어 자반을 만들어 놓았으니 저녁 먹으라’.
두 사람은 1년에 두 번 정도 여행을 같이 한다. 오회장은 아직도 비즈니스 출장이 많고, 양씨는 성지 순례와 같은 테마 여행을 즐긴다. 음악과 미술에 관심이 있어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다녀왔고, 일본의 특색 있는 미술관들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돈 쓰러 여행 가는 것 같은 일부 여행자의 행태를 점잖게 꼬집는다. 이들은 여유가 있으면서도 절제된 소비 생활을 하는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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