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장의 특허 지도는 길의 시작과 끝을 누가 보아도 금세 알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시발점과 종점이 뚜렷해 도로 구분이 쉬울 뿐 아니라 거리 측정선이 그어져 있어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도 정확히 알 수 있다. 박사장의 새 지도는 낯선 곳에서 ‘탐색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사장은 요즘 관청을 들락거리느라 바쁘다. 정부가 2003년까지 끝내려 하는 ‘새 주소(도로명 및 건물 번호) 부여 사업’에 필요한 지도로 자기 지도가 단연 경쟁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차세대’라는 브랜드로 알려진 우성지도는 이미 지도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점유율이 50%(9월 말 현재 1백80만부)가 넘는다.
자매 회사 우성환경기계가 만들고 있는 고압 펌프와 음식물 쓰레기 및 분뇨 퇴비화 시스템도 초등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인 박사장의 발명품.
이제는 사업을 탄탄대로에 올려 놓았지만, 박사장의 인생 역정은 실패와 좌절의 연속이었다. 충북 영동군의 산골짜기 ‘똥구멍이 찢어지도록’가난한 집에서 5형제 가운데 넷째로 태어나 간신히 초등학교만 졸업한 박사장은 17세 때 대처(대전)로 진출했다. 여기에서 한학을 공부한 실력을 살려 서예교습소를 시작했지만, 처자식을 먹여 살리지 못했다.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박사장은 화랑 경영, 목상 만들기, 수석 사진 만들기, 도자기 장사, 출판업 등을 전전했다. 순식간에 몇억을 벌었다가 순식간에 몇억씩 빚지는 일을 열네 차례나 되풀이했다.
망해도 궁색을 떤 적 없고 흥해도 티를 내지 않으며 거안 사위(居安思危)라는 말을 거울 삼아 박사장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의 밑천은 통통 튀는 머리. “우리나라 발명 환경은 최악이다. 새 아이디어에 너무나 무감각해 발명가를 대접할 줄 모른다. 발명가를 위한 일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고 있다”. 효천(曉泉)이라는 아호를 가진 이 50대 발명가는 이것을 애국하는 길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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