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 민자당 사무총장 “5·18 특별법은 개혁의 출발일 뿐”
  • 徐明淑 정치부 차장대우 ()
  • 승인 1995.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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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 변경은 지금부터 전개될 개혁 작업의 시발점입니다. 5·18 특별법 역시 우리가 구상하는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1월 하
민자당 강삼재 사무총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요즘 정국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이다. 그는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를 공격하는 데 앞장서면서, 언론의 눈길을 한몸에 모았다. 11월24일 김영삼 대통령의 긴급 호출을 받고 청와대에 들어간 그는 ‘5·18 특별법 제정’이라는 특급 뉴스를 들고나왔다. 25일 오전 ‘김대통령의 의중을 읽는 데 한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다’는 강총장을 만나서 정국 변화의 폭을 가늠해 보았다.

김대통령이 `5·18특별법 제정처럼 중요한 문제를 대표가 아닌 강총장에게 지시한 데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5·18 특별법의 최대 당사자는 전두환 전 대통령입니다. 전대통령과 김대표와의 개인 인연을 감안하면, 대표에게 특별법 문제를 지시하기가 좀 난처하지 않았겠어요. 김대표의 처지를 배려한 처사였다고 짐작합니다(김윤환 대표는 전두환 대통령 때 비서실장을 지냈다).

‘역사의 평가에 맡기자’고 했던 김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오기도 전에 특볍법 제정을 서둘러 지시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김대통령은 야당과 광주·전남 지역에서 최대 쟁점으로 삼아온 이 문제를 정면으로 부딪쳐 해결하지 않는 한 정국 안정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노태우씨 부정 축재 사건을 매듭짓는다 합시다. 그래도 남는 문제는 5·18 아닙니까. 차제에 이 두 문제를 함께 매듭짓는 쪽으로 단안을 내린 겁니다.

두 야당이 이미 제출한 안이 있는데도 민자당 단독안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성과를 독점하기 위해서입니까, 특별검사제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입니까?

야당은 야당 나름대로 해법을 내놨지만 우리는 우리대로 해법을 찾고 싶어요. 특검제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정부의 검찰을 스스로 부정하고 특검제를 택할 수 있겠어요.

이번 조처를 민자당 대선 자금에 쏠리는 의혹을 모면하기 위한 깜짝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5·18과 노씨 비자금은 전혀 다른 사안입니다.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전혀 없어요. 넘어갈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92년 대선 자금은 노씨 비자금 사건의 본질이 아닙니다. 김대중씨가 20억을 먼저 고백해 놓고 비난이 쏟아지자 우리 당의 대선 자금을 걸고 넘어졌어요. 야당이 지난번 선거에서 대선 자금을 어떻게 모았습니까. 그걸 다 밝히자는 겁니까. 검찰 수사의 본질은 노씨의 부정 축재 사건이고, 여기에서 문제되는 것은 노씨 비자금 중 정치권에 지원된 자금입니다.

김대통령은 노태우씨 탈당 이후 한 번 만난 적도, 돈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탈당 이전에 받은 돈은 괜찮다는 말입니까?

대통령의 말씀은 92년 10월15일 노씨가 민자당을 탈당한 이후 12월18일까지 선거와 관련해 노씨로부터 직접 받은 돈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 받은 돈은 어디까지나 당 총재가 내놓는 정당 운영비 차원이지요. 그래서 대선 지원금 문제는 명확하게 선을 긋기가 참 어려워요. 예를 들어 노씨의 정당 지원금이 법정 선거 기간 전에 대선을 위한 당원 연수 비용으로 쓰였다면, 대선 지원금으로 봐야 하느냐 통상적인 정당 활동 지원비로 봐야 하느냐 혼란스러운 문제입니다.

김윤환 대표는 대선 때 노씨가 당에 간접 지원했을 수도 있다고 했는데요. 탈당 이후에도 지원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말 아닌가요?

노씨가 탈당 이후에도 간접적으로 돈을 내놓았는지 어쨌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선거 자금이란 것이 원래 은밀하게 오가는 것이라서 주위에서도 잘 모릅니다. 그랬다면 누구를 통해 얼마 만큼 주었는지 노씨가 가장 잘 아는 것 아닙니까. 노씨 탈당 후 법정 선거 기간에 지원된 돈이 있다면 대선 지원금이 분명합니다. 김대표가 어떤 개념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DJ가 노씨로부터 중요한 정치적 고비 때마다 돈을 받았다’는 `20억 플러스 알파설을 주장했는데, 무슨 근거가 있는 겁니까?

집권당 사무총장이 시중에 떠도는 설만 갖고 이야기했겠어요. 제 나름으로 생각하는 것은 많습니다. 하지만 여당 총장이 수사기관을 가진 것도 아니고, 검찰이 비자금 사용처 부분을 집중 수사하고 있으니 곧 자연스럽게 밝혀지리라고 봅니다. 과연 20억원뿐인지, 더 있는지.

결국 개연성과 정황뿐인 것 같은데, 만일 검찰 수사에서 `알파가 밝혀지지 않으면 정계 은퇴까지 요구했던 강총장은 오히려 곤경에 빠질 텐데요.

야당이 1조원이다, 지구당에 30억씩 줬다는 등 설만 갖고 이야기한 건 어떡하고요. 여당이 과거의 프리미엄을 다 포기하고 새롭게 가는데, 예전처럼 야당 공세에 무조건 당할 이유는 없습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에 들어간 뒤 구 정치 행태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정치 자금을 한푼도 안 받고 있어요. 그런데 김대중씨는 정계 복귀 뒤에도 예전 관행대로 정치 자금을 만들어 왔어요. 그런 구시대적인 정치 행태에 물든 구정치인들의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그래서 ‘진퇴를 결정해야 할 때’라고 말한 겁니다. 물론 인위적으로 물러나게 할 방법은 없고, 그렇다고 물러날 분들도 아니지만.

5·18 특별법 발표에 앞서 김대통령은 당명 변경을 지시했습니다. 거기에 담긴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당명 변경은 지금부터 전개될 개혁 작업의 시발점입니다. 5·18 특별법 역시 우리가 구상하는 일련의 개혁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당명 변경은 노씨와의 단절을 의미하고, 이를 통해서 노씨의 흔적을 지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충분치 않습니다. 새로 창당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면 일련의 개혁 조처, 더 많은 소프트웨어를 채워 넣어야 합니다. 전국위원회가 열리는 1월 하순쯤이면 이런 프로그램들이 웬만큼 정리된 상태가 되겠지요.

그렇듯 많은 변화가 전개되다 보면, 자연스레 지도체제 개편이 이뤄지지 않겠습니까?

제가 느끼기엔 총재(김영삼 대통령)께선 그런 문제를 매우 지엽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미증유의 사태에 직면해서 역사를 바로잡는 일을 하는 마당에 지도체제 변경이나 사람을 바꾸는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거지요. 어제 청와대에 들어가서 받은 감으로는 김대표 체제에 별 변화가 없을 것 같은데, 물론 결정은 총재가 하는 거지요.

민정계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가 벌어지리라는 관측이 있습니다만.

노씨가 상식을 초월하는 부정 축재를 했다고 해서 6공 참여 세력들을 다 부정 축재 세력으로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5공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모두 5·17 세력으로 몰아붙일 수도 없습니다. 그 중에서 양심적인 세력과는 3당 합당을 통해 동지가 된 지 오래됐습니다. 물론 6공 부정 축재나 5·17과 관련된 당내 인사들과는 자연스레 인연을 끊게 되겠지요.

양심적인 세력들과만 손잡은 것은 아니지요. 노태우씨를 비롯한 5·17 쿠데타 세력과도 동지가 되었던 것 아닙니까.

그건 그랬어요. 하지만 김대통령이 그렇게 해서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야당 총재라면, 아무리 뜻이 있어도 5·17 문제를 파헤치지 못했을 겁니다. 암울했던 시절에 장기적으로 좀 크게 보고 넓게 보면서 결단을 내린 게 바로 3당 합당입니다.

신당 창당이나 그에 버금가는 변화를 꾀한다면 외부 인사 수혈도 이뤄지는 건가요?

참신한 외부 인사들이 참여할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당선 가능성이 현격히 낮은 원내외 지구당위원장을 교체할 때는, 필연적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치인상에 맞는 인물을 고르게 될 겁니다. 일단 표를 얻어야 하는 정당은 당시 민심의 저류를 파악해서 거기에 맞는 사람을 내보내야 합니다. 비자금 정국 이전에 비해 아무래도 도덕성·개혁성·참신성을 높이 평가하는 상황이 왔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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