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자민련 수석부총재 “내각제 논의 중단 않겠다”
  • 李叔伊 기자 ()
  • 승인 1998.12.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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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말 개헌론은 다시 말해 15대 국회에서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얘깁니다. 16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려면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2002년 개헌 주장은 내각제 안한다는
요즘 자민련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마치 내각제를 위해 태어나기라도 한 양 내각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떤 때는 김종필 총리보다도 더 내각제에 집착을 보이는 바람에 정치권에서는 혹시 그가 차기 총리를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DJP 연대가 결실을 맺은 지 1주년이 되는 12월18일 오후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마침 이날 오전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수평적 정권 교체 1주년’ 기념 행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갈등을 우려해 내각제 논의 중단을 요구한 터였다. 하지만 그는 이에 개의치 않고 ‘내년 이른 봄 적당한 시점’에 내각제를 공론화하겠다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그때까지 당내 논의도 계속한다는 주장이다.

내년 봄에 내각제를 공론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하시는데,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입니까?

오늘 대통령이 김종필 총리와 무릎을 맞대고 논의하겠다고 했으니까, 조만간 두 분 사이에 말씀이 있을 것으로 봅니다. 그런 다음 국민회의측과 당 차원에서 얘기를 시작하면 되겠지요. 다만 공론화라는 것은 일반적으로 대국민 홍보 시점을 얘기하는 것이므로, 당 내부 의견을 조율하기 위한 논의는 지금처럼 계속할 생각입니다.

국민 여론은 아직 내각제에 부정적입니다.

내각제에 찬성하는 국민이 30% 정도밖에 안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저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국민에 대한 설득 없이도 30%가 내각제를 찬성하는 데 오히려 놀라고 있습니다. 아마 홍보 작업이 본격화하면 내각제 지지도가 급속도로 올라가리라고 믿습니다.

국민투표에 앞서 국회의원 3분의 2가 내각제 개헌에 찬성해야 합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다 합쳐도 모자라는데요.

양당이 DJP 단일화를 이루던 초심으로 돌아가면 3분의 2 의석을 확보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한나라당에도 내각제에 뜻을 같이하는 의원이 많습니다.

세간에는 내각제 개헌은 DJ와 JP가 약속한 것이지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저도 그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DJP 합의는 결코 두 사람만의 약속은 아닙니다. 물론 시작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두 정치인의 고민에서 비롯되었지만, 1년이 넘게 언론의 검증을 받으며 공개적으로 협상을 진행한 데다 내각제 개헌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어 이 정권이 탄생했으니 결국 내각제 개헌은 국민과의 약속입니다. 그런 면에서 DJP 합의는 90년 3당 통합 때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그때도 제가 깊숙이 관여했지만, 당시 내각제 약속은 노태우·김종필·김영삼 세 분만의 약속이었지 국민에게 한 약속은 아니었습니다.

국민들은 내각제 논의가 시작되면 김대중 정부의 개혁 정책은 실종되고 정치권이 온통 거기에만 매달릴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개혁은 정치 시스템의 개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재벌 구조 조정 등으로 경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이제는 내각제로 권력 구조를 개편해 완전한 정치 개혁을 이루어야 합니다. 사실 지난 DJP 협상 과정에서 이미 세부 사항이 다 논의되었기 때문에 내각제 개헌만큼 쉬운 작업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이 문제지…. 오히려 정당 명부제나 국회의원 수 조정 같은 문제가 더 복잡합니다. 내각제만 가지고 몰아붙이는 것은 어불 성설입니다.

경제 난국을 극복하고 남북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당분간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박준규 의장이 옳은 말 한번 하던데요. 어찌 보면 내각제가 당·국회·정부를 모두 책임지는 시스템이라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요. 게다가 남북 통일을 평화적으로 하려면 대통령제로는 절대로 안됩니다. 남쪽에서만도 대통령 자리를 놓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데, 남북에서 지도자를 한 사람만 뽑는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역사적으로도 이런 사실은 증명되었습니다. 대통령제를 채택했던 베트남이나 예멘은 모두 적화 통일이 이루어졌고, 내각제였던 독일만이 유일하게 평화 통일을 이루어냈습니다.

자민련의 주장대로 99년 말에 순수 내각제 개헌이 이루어지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떤 예우가 가능합니까?

글쎄요…. 일단 DJP 합의에 따르면 16대 총선도 DJP 공조에 따라 치른 후 양당이 집권할 경우 대통령이든 총리든 선택의 우선권은 자민련이 갖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때 두 분이 어떤 선택을 하실지는 제가 말할 부분이 아닙니다.

한나라당 김윤환 의원은 김대통령의 임기를 채운 후 2002년에나 내각제 개헌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99년 말 개헌은 다시 말해 15대 국회 임기 내에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얘깁니다. 그런데 김윤환 의원의 말처럼 16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려면 그 절차와 방법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게다가 총선을 통해 4년 임기를 보장받은 의원들이 2년 반 만에 선뜻 국회 해산에 동의하겠습니까? 반대로 16대 의원들의 임기를 17대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강구하면 그때는 아마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2002년 내각제 주장은 내각제 안하겠다는 소리하고 같습니다.

권력의 속성상 2년 반 만에 대통령이 모든 것을 버리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 외교·국방 등을 할애하는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되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이 가능합니까?

내각제도 나라마다 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의 변형이지 내각제의 변형은 아닙니다. 물론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내각제를 창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16대 총선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다수당이 되리라고 보십니까? 6·4 지방 선거 때도 연합 공천의 부작용으로 한나라당이 어부지리를 얻은 경우가 많은데요.

공동 정권에 아무 잡음이 없으면 그것은 공동 정권이 아닙니다. 공천에 일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양당이 선의의 경쟁 속에서 공조를 튼튼히 하면 재집권은 문제 없다고 봅니다. 여당이 열심히 했는데, 한나라당이 1당이 되면, 뭐 또 정권 교체가 되는 것이지요.

그런 위험 부담을 감수하느니 아예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합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앞으로 사회는 점차 국민의 욕구가 다양하게 혼재하는 다원주의 시대로 가고, 정당은 각기 제 색깔을 가지고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합니다. 게다가 권력의 과도한 집중을 막자는 차원에서 내각제도 추진하는데, 합당은 그 취지에 잘 맞지 않습니다. 논의는 될지 모르지만 합당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김종필 총리는 내각제만 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김총리가 권하면 내각제에서 첫 총리를 하실 생각이 있습니까?

제가 내각제에 매달리는 것은 정치적 욕심 때문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입니다. 그동안 50년 만의 정권 교체에 일조했다는 자부심과 파탄 직전의 한국 경제가 부도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한몫 했다는 자부심으로 지내왔습니다. 이제 마지막 자부심을 내각제 실현에 건 마당에 무슨 자리에 연연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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