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 ‘동양 고추’ 더 잘 세운다
  • 成耆英 기자 ()
  • 승인 1998.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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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남성 임상 실험 결과 86%가 기능 향상… 두통·근육통 같은 부작용도 적어
‘비아그라는 미국에서 개발되었지만 동양에서 더 잘 팔린다.’ 아시아 남성들이 유난히 ‘정력 신화’에 사로잡혀 있는 만큼 이런 가설을 세워 볼 만도 하다. 아직 비아그라가 국내에 시판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이런 가설을 입증할 만한 임상 실험 결과가 발표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태국·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지역 여섯 나라를 대상으로 비아그라 임상 실험을 실시한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지난 11월26일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동아시아 지역 조사 대상자 중 86%가 비아그라를 복용한 뒤 기능 향상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약 75% 정도가 효과를 보았던 것과 비교하면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부작용도 다소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흡연하는 49세 남자, 발기 부전 가능성 높아

또 여성 5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49%가 남편의 발기 부전 증상을 의사와 상의하도록 권유하겠다고 밝혔다. 발기 부전 자문 및 교육위원회 호주 대표인 데니스 체리 박사는 “성 기능과 같은 민감한 문제일수록 남성은 의사를 찾지 않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수록 남성의 건강을 지키는 데 여성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라고 지적한다.

한국에서도 현재 10여 개 병원을 대상으로 비아그라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공개 모집 방식으로 임상 실험에 참여할 환자들을 뽑은 한 대학병원에는 신청자가 쇄도해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아직 한국의 임상 실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임상 조사를 바탕으로 만든 국내 발기 부전 환자의 ‘표준 모형’은 매우 흥미를 끈다.

발기 부전을 겪는 환자들의 연령과 직업을 분석해 보니 ‘49세 기혼 남성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정규직 전일 근무자 중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발기 부전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람이라면 아랫도리가 말을 잘 안 듣는다고 느낄 때 무심코 넘겨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발기 부전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자처럼 발기 부전 환자 역시 어떤 단계에서 의사와 상의해야 할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다. 결국 영양제를 먹듯이 비아그라를 찾기보다는 자가 진단을 미리 해야 한다는 것이다(오른쪽 ‘자가 진단서’ 참조).

비아그라를 쓰기 전에 고려해야 할 것도 많다. 하루에 한 알 이상 복용해서는 안되고 심장 혈관 계통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의사와 신중하게 상의한 뒤 복용해야 한다. 또 협심증 치료제로 사용되는 질산염 계통의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절대 비아그라를 복용해서는 안된다.

이번에 발표된 아시아 지역의 임상 실험 결과를 보면 적어도 비아그라의 효능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오히려 문제는 임상 실험에서 일부 발견된 발기 지속 현상이다. ‘고개 숙인 남성’ 처지에서 본다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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