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텃밭에서 하늘매발톱 ‘쑥쑥’
  • 金恩男 기자 ()
  • 승인 1998.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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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텃밭에 우리 야생화를 심으면 어떨까.’ 김덕순씨(61)가 앵초와 하늘매발톱 세 뿌리를 서울 가락동 시영아파트 41동 입구에 처음 심은 것은 5년 전이었다. 그때 김씨의 작업은 벽에 부딪쳤었다. 왜 지저분하게 땅을 파헤쳐 놓느냐고, 주민들의 원성이 대단했던 것. 원성이 사그라든 것은 우리 꽃이 하나 둘 피고 나서였다. ‘저 꽃 이름이 뭐냐’고 묻는 주민이 늘더니, 우연히 텃밭을 본 이웃 동네 사람은 ‘좋은 일을 한다’며 자기가 키우던 노랑무늬붓꽃을 갖다 주기도 했다.

이제 김씨의 텃밭에는 백여 종이 넘는 우리 꽃이 피어 있다. 꽃마다 조그만 이름표도 달아 놓았다. 덕분에 초등학교에서 ‘우리 꽃 이름 알아맞히기’ 대회가 열리면 상은 온통 이 아파트 아이들이 쓸어 온다.

김씨가 우리 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랜 취미였던 수석 수집 덕분이었다. 수석을 캐다 말고 이름 모를 들꽃에 정신이 팔리곤 하던 김씨는, 한국자생식물협회에 가입한 뒤 본격적으로 우리 꽃을 공부했다. 해마다 열리는 ‘우리 꽃 박람회’는 김씨에게 새로운 사명감을 북돋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텃밭을 장미나 팬지 같은 외국 꽃에 내줄 수는 없다는 오기가 그것이었다.

그는 올해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열리는 98 우리꽃박람회(4월24일∼5월3일)에 참가해, 꽃구경을 하다 출출해진 관람객에게 손수 만든 떡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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