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씨의 텃밭에는 백여 종이 넘는 우리 꽃이 피어 있다. 꽃마다 조그만 이름표도 달아 놓았다. 덕분에 초등학교에서 ‘우리 꽃 이름 알아맞히기’ 대회가 열리면 상은 온통 이 아파트 아이들이 쓸어 온다.
김씨가 우리 꽃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랜 취미였던 수석 수집 덕분이었다. 수석을 캐다 말고 이름 모를 들꽃에 정신이 팔리곤 하던 김씨는, 한국자생식물협회에 가입한 뒤 본격적으로 우리 꽃을 공부했다. 해마다 열리는 ‘우리 꽃 박람회’는 김씨에게 새로운 사명감을 북돋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텃밭을 장미나 팬지 같은 외국 꽃에 내줄 수는 없다는 오기가 그것이었다.
그는 올해도 서울 양재동 화훼공판장에서 열리는 98 우리꽃박람회(4월24일∼5월3일)에 참가해, 꽃구경을 하다 출출해진 관람객에게 손수 만든 떡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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