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에 인술 펴는 한의원
  • 崔寧宰 기자 ()
  • 승인 1997.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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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은 몸이 아플 때가 가장 고통스럽다. 병을 하소연할 혈육과 이웃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고위직 출신이 아니면 대부분 경제 형편이 어렵고, 의료보험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같은 형편인 탈북자들에게 문을 활짝 열어놓은 병원이 있다. 서울 구로구 시흥동에 자리잡은 ‘김승범 한의원’이 바로 그곳. 이 한의원의 김승범 원장(31)은 탈북자를 돕는 민간 단체인 ‘북한 동포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시민연합’관계자를 치료하다가 그로부터 탈북자들이 질병으로 고생한다는 말을 듣고 이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고 있다.

함경남도 흥남에서 살다가 1·4후퇴 때 월남한 부모님의 영향도 컸다. 술을 드시면 늘 고향 이야기를 꺼내시던 부모님의 얼굴이 초췌한 탈북자들의 얼굴과 겹쳐졌던 것이다.

김원장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면역력이 약하고 신경통이나 관절염이 빨리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또 남쪽의 다양하고 기름진 음식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에 소화기 계통 질병에도 쉽게 걸린다. 그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탈북자를 보살피는 일에 다른 한의사들도 동참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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