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생법, 어떤 것이 있나
  • 난징·成振鏞 통신원 ()
  • 승인 1999.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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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권·팔단금·무란취엔 등 400가지 전승…동작·용어 어려워 젊은층 외면
“몸이 언제나 개운합니다. 1년 내내 병 같은 건 아예 모르고 살죠.” 환갑을 눈앞에 둔 타오다이펑(陶代峰·59)씨의 말이다. 각종 오염에 찌들고 스트레스에 파묻혀 사는 현대인에게는 정말 꿈 같은 얘기다.

타오씨의 건강 비결은 태극권(太極拳). 올해로 8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태극권을 수련하고 있다. 직장에 다닐 때 재미 삼아 시작한 태극권이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은퇴한 요즘에는 다른 사람들을 가르치는 라오스(老師·교사)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태극권은 오랜 역사를 지닌 중국의 전통 건강수련법으로, 진식(陳式) 양식(楊式) 오식(吳式) 무식(武式) 손식(孫式)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수련하고 있는 방법은 양식 태극권. 중국 정부가 일찍부터 양식 태극권을 누구나 따라하기 쉽게 고쳐 국민에게 보급했기 때문이다. 양식 태극권은 다시 24식(式) 42식 48식으로 나뉘는데, 타오씨가 수련하고 있는 것은 48식이다.

태극권은 이미 중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국민 체조로 자리잡았다. 중국인들은 태극권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점을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태극권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우슈(武術)에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도 중국 어느 도시든 공원이나 빈터에 가보면 여러 가지 공법(功法)을 수련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우선 태극권만큼 눈에 많이 띄는 것이 기공(氣功). 기공은 태극권과 함께 외국에도 많이 알려져 있어서 중국에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아주 인기가 좋다. 다만 태극권과 기공은 동작을 다 배우는 데 비교적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양생의 핵심은 마음·몸·호흡 고르기

이에 비해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태극권만큼 대중적인 전통 수련법으로는 팔단금(八段錦)이 있다. 팔단금은 여덟 가지 다른 동작으로 구성되었다고 해서 팔단(八段), 효과가 아주 좋아 수련자에게 아름답고 찬란한 인생을 안겨 준다고 해서 비단 금(錦) 자가 붙었다.

수련 동작이 아름답고 화려하기로는 무란취엔(木蘭拳)이 최고다. 무란은 월트 디즈니의 만화 영화로 잘 알려진 중국의 잔다르크 뮬란(木蘭)이 만든 수련법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뮬란이라는 이름을 그냥 갖다 붙인 것이라는 말도 있다. 또 소림파·아미파 같은 무술의 한 일파가 전해 내려온 것이라고도 한다.

무란취엔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여성이다. 10년째 무란취엔을 수련하고 있는 여성 순잉(孫盈·52)씨는 고혈압으로 한 달에 절반은 결근을 했고, 관절염으로 반년이나 병원 신세를 지면서 매일매일 먹는 약이 너무 많아 무란취엔을 배우기 시작했다. 순씨는 무란취엔으로 고질을 모두 고쳤다고 한다.

태극권이든 기공이든 중국의 모든 양생 운동은 마음[心]·몸[身]·호흡[息] 세 가지를 고르게 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그래서 동작과 호흡을 일치시키고, 의식을 동시에 한 곳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고르는 것(調心). 마음과 몸과 호흡을 함께 조절해서 기혈(氣血)의 흐름을 도와 몸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양생 운동의 건강 원리인데, 그 효과는 이미 현대 의학으로도 검증된 바가 있다.

마음을 고르는 것은 대뇌의 알파 파를 증가시키고, 긴장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을 억제해서 몸이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다. 또 여러 동작은 대뇌 피층의 흥분을 감소시켜 몸이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몸이 긴장 상태일 때 쉽게 병에 걸린다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여기에 복식(腹式) 호흡은 심장과 혈관의 운동을 촉진하고 복압을 증가시켜 내장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한다. 결국 이런 작용들이 모여 질병을 예방·치료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에게도 아주 익숙한 경혈 마찰법도 아주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 방법은 경락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어서 현대인에게 쓸모가 많은 건강법이다. 쉬운 예로 운전할 때 눈이 피로하면 흔히 눈과 코 사이 콧잔등의 양 옆을 문지르는데, 이것은 그 자리에 정명혈(睛明穴)이 있기 때문이다. 정명은 눈의 피로와 결막염·야맹증 등 여러 가지 눈병에 쓰는 혈 자리로, 경락 마찰이 대중적으로 이용되기는 중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고질병 고치는 신비의 ‘구아사’

경락 이론을 응용한 많은 민간 양생법 가운데 한국에 없는 중국 특유의 방법에 ‘구아사’가 있다. 최근 취엔시 구아사라는 이론이 새로 소개되면서 중국 내에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 곳 난징(南京)에는 구아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베이징을 비롯해 몇몇 도시에서는 이른 아침 공원 한쪽에서 구아사로 몸을 단련하는 사람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방법은 물소 뿔로 만든 ‘구아사반(板)’으로 경락과 혈자리를 누르고 비비거나 두드리는 것이다.

또 빗 모양의 구아사반으로 머리를 빗는 방법도 있는데, 이것을 매일 꾸준히 하면 신경 쇠약·두통·고혈압·기억력 감퇴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한다. 머리는 동양 의학으로 말하자면 온 몸의 양기(陽氣)가 집중되는 곳이고, 현대 의학으로 말하면 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중요한 혈관과 신경이 모여 있는 곳이다. 구아사반으로 머리를 빗는 것은 머리 부분의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서다.

구아사는 본래 방법이 간편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많이 이용되었는데, 최근 나온 ‘취엔시 구아사’는 이전보다 마찰 부위 수를 줄였으면서도 효과를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 간편한 건강법을 찾는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요추 간판 탈출증(腰推間板脫出症)·천식·고혈압·당뇨병 등 고질을 고쳤다는 임상 사례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 치료 원리는 경혈 마찰의 원리에다가 구아사를 하기 전에 미끌미끌한 액체를 발라 효과를 더욱 높이는 것이다. 이 액체는 혈액 순환을 돕고 인체 내의 열독(熱毒)을 없애 주는 중약재로 만들어져 있다.

“구아사를 한 뒤 피부 표면에 드러나는 반점들은(오른쪽 맨 아래 사진 참조) 경맥(經脈) 속에 있는 독소 때문에 발생한다. 병이 깊을수록 반점이 많고 색깔도 짙어지며 병세가 약하면 그 반대다. 구아사는 독소를 피부 표면으로 드러내고 대사를 촉진시켜 인체 내의 세포들이 부족했던 산소와 영양소를 얻게 해 질병을 치료한다. 반점들은 5~7일 후에 사라지는데 이것은 인체 내의 면역 계통 세포에 의한 것으로, 구아사는 면역 계통 세포를 활성화해 인체의 면역력을 길러 준다.”

중국의 양생법 가운데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 양생. 차·술·죽 등 다양한 형태의 건강 음식들이 이용되는데, 그 가운데 중국의 차 문화는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어디를 가든 수시로 차를 마시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중국인들이 즐겨 마시는 차는 눈을 맑게 하고 혈압을 내려 주고 항암 작용까지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서점에는 먹어서 보(補)가 되는 음식을 소개하는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생활 리듬, 생물 시계에 맞추어야 건강

특정한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건강 식품으로 개발되어 시판되는 상품도 많다. 살 빼는 차, 잠을 잘 오게 하는 차, 신경통 특효 술, 정력을 높여 주는 술…. 얼마 전에는 약초를 넣어 살 빼는 데 효과가 있다는 치약도 나왔다.

물 건너온(?) 건강법들도 빠른 속도로 중국인들의 생활에 흡수되고 있다. 백화점에는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구미의 운동 기구들이 많이 진열되어 있고, 구미에서 건너온 살 빼는 방법이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빠른 리듬에 맞추어 신나게 몸을 흔드는 에어로빅 같은 운동이 아주머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 재미있는 사실은, 중국에서는 사교 댄스가 중·노년층이 건강을 유지하고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교 댄스 하면 어두운 공간에 조명이 요란한 카바레 또는 춤바람을 떠올리기 쉬운데, 중국의 ‘카바레’는 공기 좋고 한적한 공원 안에 있다. 이 사교 댄스장은 오전·오후·저녁에 두세 시간씩 문을 여는데 언제나 사람들로 꽉 찬다. 중·노년층 남녀가 서로 어울려 블루스·차차차·디스코 리듬에 맞추어 아주 흥겹게 춤을 춘다. 입장료는 경로 우대증이나 직장에서 은퇴한 증명이 있으면 한 달에 5위안, 일반은 8위안, 당일표는 3마오(角·한국 돈으로 50원 정도)로 아주 싸다. 이 댄스장의 관리인은 “이런 곳이 전국 어디에나 있다. 정부가 중·노년층의 건강과 여가 활용을 위해 장려하는 활동이다”라고 강조한다.

한 전문가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양생법은 현재 4백여 가지에 이르며, 특히 유행하는 것만도 40가지가 넘는다. 그리고 그 양생법들이 모두 나름으로 이론 근거와 일정한 효과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수많은 양생법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좋은 양생법일까?

동양 양생법의 원조임을 자부하는 중국은, 80년대 후반부터 중의(中醫)대학 내에 양생과를 설치해 양생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서양의 ‘생물 시계 학설’을 토대로 전통과 현대의 건강법을 하나로 묶어 소개한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생물 시계 학설은 70년대에 탄생한 이론으로, 인체 내에 이미 예정된 시간표가 있어서 그것이 인체의 모든 생리 활동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혈압·맥박·호흡 등 모든 것은 이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언제나 일정한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체온이 언제나 37℃가 아니고 오후 2∼4시에는 37.5℃, 새벽 2∼4시에는 36.5℃로, 밤과 낮에 따라 1℃씩의 차이를 보이고, 혈압도 마찬가지로 밤이 낮보다 20∼30% 낮다.

‘많은 고혈압 환자가 잠자리를 편안하게 하기 위해 혈압이 떨어지는 밤에 혈압 내리는 약을 먹는다. 그 결과 저혈압 때의 생리 반사 작용으로 다음날 혈압이 전날보다 더 올라간다. 그러면 환자는 약의 양이 적다고 잘못 생각해 약을 더 늘리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그래서 본래 증세가 심하지 않았는데 약을 먹을수록 혈압이 더욱 올라가 병이 더 악화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예를 통해 이 책의 저자는, 사계절과 밤낮의 변화 등 자연의 순환에 따라 인체 리듬 역시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좋은 건강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하루 한두 끼 거르기는 보통이고 밤 새우는 일이 습관이 된 많은 현대인에게, 자연에서 벗어난 생활 리듬을 자연과 인체 시계에 다시 맞추라고 권한다. 이것이야 말로 21세기 최고의 양생술이라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 과학 결합한 건강법 개발중

이 책은 어긋난 생활 방식을 생물 시계에 다시 맞추는 방법으로 전통과 현대 과학의 양생법을 하나로 묶어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현대인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도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현대 용어로 그 원리를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은 데다, 중국인들 역시 현대 과학 지식에 익숙해 전통과의 괴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난해한 용어와 ‘해보니까 좋더라’는 식의 경험담으로 현대인들을 설득하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양생법은 쉽고 간편해야 한다. 인스턴트 시대인 현대에는 뭐든지 간편한 것이 아니면 ‘장사’가 안된다. 또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는 것처럼 현대의 건강법은 하면서 즐거워야 한다. 이것은 현대화와 구미화의 길에 들어선 중국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태극권이나 기공 같은 양생법이 중국인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 사람들의 대부분은 중·노년층이다. 동작이 너무 느려 전통 수련법이 재미없다고 말하는 중국 젊은이가 적지 않다. 지금 중국의 양생법은 이런 현대인들의 요구에 맞추어 전통과 현대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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