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에 튀기느니 삶거나 데쳐라
  •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 승인 2004.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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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 잘 다듬으면 ‘위험 제로’…씻기만 잘해도 오염 제거
음식 맛의 8할은 재료 상태가 결정한다. 식탁의 안전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항상 안심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리할 때 간단한 조처만으로도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식단 가운데 가장 기본이자 중심이 되는 밥부터 보자. 오리쌀 등 유기농 쌀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값이 비싸다. 일반 쌀로 밥을 지을 때는 불릴 때 썼던 물은 버리고 새로 물을 받아 안치는 것이 좋다. 보리를 섞는 것도 좋다. 보리의 식이 섬유가 잔류 농약이나 훈증제의 잔류 물질을 흡착해 대변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영양을 위해 현미나 잡곡밥을 먹는 집이 늘고 있는데, 현미만큼은 꼭 유기농 쌀을 먹어야 한다. 농약은 전분층에 7%, 호분층(바깥쪽)에 93%가 잔류하는데, 껍질이 많이 남아 있는 현미는 그만큼 위험에 더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 다음 주요 품목이 국이나 찌개류다. 한국에는 국물 요리가 많아 그만큼 화학 조미료를 많이 쓴다. 화학 조미료는 1909년 일본 도쿄 대학 화학자인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가 해초 다시마의 구수한 맛을 내는 물질이 글루타민산임을 밝혀내고 ‘아지노모토’라는 상표를 붙여 생산한 것이 기원이다. 하지만 인공으로 만들어진 글루타민산나트륨, 즉 MSG 성분의 부작용은 광범위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호흡곤란 두통 메스꺼움 등 MSG 성분의 부작용은, 중국 음식에 화학 조미료가 많이 쓰인다고 해서 아예 ‘중국음식 증후군’으로 불린다.

쓴맛을 잘 느껴야 미각도 발달하고 면역력도 커지는데 화학 조미료는 이런 맛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린다. 대안은 천연 조미료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물 요리는 멸치와 다시마만 있으면 대부분 해결된다. 찬물에 넣고 끓이면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무침은 표고버섯과 들깨가루를 넣으면 훨씬 맛이 살아난다. 처음에는 음식 맛이 밋밋하고 씁쓸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체질이 건강하고 몸이 깨어 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맛을 당겨한다.

조리할 때 일부러 첨가하지 않더라도 가공 식품을 많이 먹으면 화학 조미료 대량 섭취가 불가피하다. 햄 라면 이온음료 과자 케첩 마요네즈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공 식품에 광범위하게 화학 조미료가 쓰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한다.
재료를 다듬을 때 잘 씻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우선 채소류부터 보자. 채소류 가운데 잎이 잘 물러지는 시금치나 상추 쑥갓 양상추 등은 수확 후에도 보존제를 쓰는 경우가 많다. 데칠 수 있는 채소는 그 과정에서 오염 물질이 많이 준다. 뜨겁게 데쳐 찬물에 씻는 과정에서 농약과 아질산 등이 잘 녹아나온다. 특히 소금물로 데치면 색깔이 잘 살아날 뿐 아니라 오염 물질 제거에도 좋다. 오이는 씻을 때 굵은 소금으로 껍질을 문지른다. 양배추는 속잎이 먼저 나서 커가는 것이 아니라 겉잎이 먼저 나므로 겉잎을 몇 장 떼어내면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날것으로 먹을 때는 묽은 식초물에 살짝 담갔다가 쓴다.

우엉·연근·도라지 등은 되도록이면 껍질을 벗겨 파는 것은 사지 않는다. 불가피하게 사야 할 때는 색이 하얀 것은 피한다. 이런 식품은 껍질을 벗긴 채 그냥 두면 내부의 폴리페놀계 화합물이 산화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 유독 성분인 아황산염을 표백제로 쓴다. 이왕 벗겨진 채로 샀다면 쓴맛을 우려낼 때 소금물이 아닌 깨끗한 물을 쓴다. 소금물은 삼투압 작용에 의해 표백제 성분이 오히려 안으로 스며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엷은 식초물은 특유의 떫고 아린 맛을 없애준다. 고구마는 색깔이 너무 붉은 것은 피한다. 인산액에 담가 세척해 색깔을 내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해물류다. 고를 때 모시나 바지락보다는 껍질이 두꺼운 중합이 더 깊고 오염이 덜 된 바다에서 난다는 점을 고려한다. 마찬가지로 낙지나 쭈꾸미보다는 문어나 오징어가 오염이 덜하다. 조개를 해감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소금물에 그냥 담그는 경우가 많은데 껍질에 오염 물질이 묻어 있으므로 깨끗이 씻은 다음 담그는 것이 좋다. 소금도 정제염이나 천일염을 사용한다. 조개가 그 소금물을 빨아들이며 불순물을 토하기 때문이다. 해물로 국물을 만들 때는 끓을 때 생기는 거품을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그냥 굽거나 튀길 때는 묽은 식초물에 5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면 좋다.

생선을 섭취할 때 지방이 많은 생선이나 지방이 많은 부위는 될수록 피한다. 대부분의 화학물질은 지방에 잘 녹기 때문에 지방층에 오염물질 농축이 더 심하다. 내장·알·아가미 등 지방이 많은 부위도 피한다. 비늘에도 오염 물질이 많이 붙어있으므로 잘 긁어낸다.

조리가 간편하고 아이들이 좋아해 많이 먹게 되는 어묵과 맛살류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제품에는 ‘거의 모든 종류’의 첨가물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단맛을 내는 사카린나트륨, 조미료인 글루타민산나트륨, 부드러움과 끈기를 주는 인산염, 보존제인 소르빈산, 표백제인 과산화수소, 기타 항산화제와 색소 등.

뜨거운 물에 데치면 화학 첨가물 줄어

어묵의 원료인 연육은 주로 명태를 사용한다. 동남아에서 수입한 어육들이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가 많고, 재료 자체의 특성상 부패하기 쉽다. 학교 급식 때 일어나는 식중독 사고는 대부분 어묵이나 고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단 어두운 곳에서 반짝거리는 빛을 내면 부패한 것이다.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형광물질인 인 성분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이들 식품의 첨가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뜨거운 물에 데치는 것이 좋다. 맛이 너무 심심해질까 걱정된다면 채반에 넓게 편 다음 팔팔 끓는 물을 한번 끼얹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 미지근한 물에 담그면 방부제인 소르빈산칼륨을 줄일 수 있다. 가열할 경우 방부제가 70%까지 파괴되므로 꼭 익혀서 먹는다. 생활협동조합 어묵은 재료도 믿을 만하고 첨가제도 쓰지 않지만, 위생 상태는 큰 가공회사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감자나 당근 양파 마늘 등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하는 것이 좋다.

육류는 삶거나 굽는 것이 좋으나 기름으로 조리해야 할 경우 현미유(미강유)를 권한다. 쌀겨를 원료로 삼아 일반 식용유에 비해 산화가 더디다. 세 번 정도 거듭 사용해도 무방하다. 대부분의 생협에서 취급한다. 전통 기름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참기름에는 자연 항산화제인 ‘세사몰’이 들어 있어 안전하다. 하지만 수입 원료를 쓰거나, 식용유에 화학약품을 넣어 참기름의 맛과 향을 내는 사례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들기름은 나물을 무치거나 김을 구울 때뿐 아니라 생선이나 민물고기 매운탕의 비린내와 누린내를 없애는 데 좋다.

도움말 주신 분: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소혜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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