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839로 5년 후 밥상 차린다”
  • 장영희기자 (mtview@sisapress.com)
  • 승인 2004.08.03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
 
노무현 정부 1기 내각의 ‘유이한’ 생존자인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소감을 묻자 그는 ‘아직 쓸만하게 생각하시는 모양’이라고 답했다. 그가 대통령으로부터 호평받은 대표작은 물론 IT산업 육성 마스터 플랜인 ‘IT 839 전략’이다. 그는 때와 장소, 상대방을 가리지 않고 IT 839 전략으로 소통하겠다며 IT 839 전도사를 자임했다. 839에 올인했다는 안팎의 평가도 즐기는 기색이었다. 진장관은 한국이 잘하는 IT산업으로 한국 경제의 활로를 열자면서 맹렬한 의욕을 보였다. 7월29일 서울 세종로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인터뷰 내내 IT 839를 강조한 것도 모자라 배웅을 하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IT839 전략이 나오게 된 배경과 목표가 궁금하다.
2002년 정통부가 컨설팅을 통해 축적한 것이 있어 지난해 3월28일 대통령 업무보고할 때도 대강의 윤곽은 있었다. (삼성전자) CEO로서 늘 위에서 앞으로 10년뒤 15년뒤 회사가 어떻게 성장·발전할 것인지 마스터플랜을 만들라는 주문을 받았고, 이것이 최대 고민이었다. 여기와서도 똑같았다. 사실 대통령에게 이거 하라는 전화받고 (정통부에) 온 것이다. (상관이 이건희 회장에서 노무현 대통령으로 바뀐 거냐고 묻자)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웃음). 839란 여덟개 새로운 서비스(휴대 인터넷·DMB(디지털멀티미디어브로드캐스팅)·홈네트워크·무선주파수인식·W-CDMA·지상파 디지털 TV ·인터넷 전화)와 3대 인프라(광대역통합망(BcN)·유비쿼터스-센서 네트워크(USN)·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IPv6)), 9대 신성장동력(차세대 이동통신·디지털 TV·홈네트워크·IT 시스템온칩·차세대 PC·임베디드 소프트웨어·디지털콘텐츠·텔레매틱스·지능형 로봇)을 뜻한다. 한국 IT 산업의 중요한 항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839를 합치면 20이 된다. IT 서비스-인프라-제조업을 연계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자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전략이라고 보면 된다.

지난해 9대 신성장산업을 강조했는데 확대·발전시킨 것이 IT839 전략인가.
지난해에는 9대 신성장 산업만 얘기했는데 1년 추진하다보니 IT 산업의 ‘가치사슬’에 눈이 갔다. 서비스를 시작하면 후방 산업이 커지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IT 839 전략은 9대 신성장산업을 이어받은 것이지만, 무엇보다 ‘가치사슬’이라는 개념을 체계화한 데 의미가 있다. IT산업에는 새로운 정보통신 ·방송서비스를 시작하면 자동으로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를 유발하고 그렇게 되면 엄청나게 큰 산업이 형성된다는 가치 사슬 개념이 존재한다. 첨단 기기와 단말기,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산업이 상승 효과를 내면서 동반 성장하는 것인데, 전에는 이렇게 하면 큰 산업이 창출된다는 사실을 ‘쌈박하게’ 설명하지 못했었다, 참여정부 5년동안 정부가 2조5천억원쯤 투자하면 민간 부가가치 생산액이 6백조원 가량 나오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사실 한국 IT 산업이 이렇게 발전한 것도 서비스와 인프라, 기기 제조 능력이라는 삼박자가 척척 맞아 가능했다.

숫자로 표현해서 일반인의 눈길을 더 끌었던 것 같다.
(정책) 마케팅을 잘하지 않았나? 지난 2월4일 연두보고 때 대통령께서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홍보 전략을 세우라고 지시하셔서 고민했었는데 3월초 칠판에 써진 것을 세다가 839를 떠올렸다. 당시 대박을 터뜨렸던 영화 실미도에 나온 684부대가 잠재적 영향을 미쳤는지도 모르겠다. 9대 신성장산업에 시큰둥하던 언론들도 839전략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

지난 6월 ‘U(유비쿼터스)보고 대회’ 때 대통령이 극찬했다고 들었다.
IT 839 전략의 목표가 매우 구체화되고 분명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참여정부 내에 수출이 얼마나 늘어나리라고 숫자를 제시했다. 대통령은 실용적인 분이고 손에 잡히는 것을 좋아해 마음에 들었다고 하신 것 같다. 요즘 서너달 동안은 누가 강연해달라고 하면 무조건 IT 839를 주제로 삼는다. 올해내내 이 얘기만 할 것이다. 내침 김에 관용차 번호도 8390으로 바꾸었다.

 
매달 말 점검 회의를 여는데 추진 과정의 애로는 무엇인가.

대통령이 지난 2월 먹거리 만들라고 한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밥상을 차릴 지를 논의했다. 이제는 맛도 좋고 영양가도 높으며 소화도 잘되게 요리를 해야 한다. 어려움이라면 물론 사람과 재료다. 요리할 줄 아는 사람과 재료가 많아야 한다. 지난 20~30년동안 부품· 신소재를 일본에 의존하다보니 없는 재료가 많다. 부품을 사오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으면 되는데 그럴 핵심 고급 인력도 부족하다. 똑똑한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하지 않으려 한다는 데 정말 걱정이다. 실국장과 프로젝트매니저, 과장 등이 매달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했는지,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챙기는 것이 점검회의다. 올 하반기에 중요한 일은 시범 사업이다. 올해말 상용화되는 DMB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 했고, 홈네트워크와 텔레매틱스· 무선주파수인식(RFID) 서비스 등은 하반기에 시범 사업을 벌일 것이다. 시범사업을 해본다는 것은 상용화로 상당한 마일스톤(이정표)을 갔다는 얘기다. A급인지 C급인지는 따로 평가할 일이지만, 지금까지는 큰 시행착오없이 계획대로 가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세웠지만, 실행 주체는 기업 아닌가.
물론이다. 실행 주체인 기업을 어떻게 잘 튜닝해 화음을 내게 하느냐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다. 또 치어리더다. 서로 시너지를 내어 일이 척척 진행되게 해야 한다. 정통부 장관이 광대역 통합망이나 차세대 인터넷 주소 체계 관련 전략 회의 하자고 하니까 KT·SK텔레콤·조달청·국방부·아시아나항공 등 관련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쫙 모였다. 자리를 마련해주면 금방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졌다. 정통부 공무원과 10명의 프로젝트 매니저들이 이런 식으로 매달 추진 사항을 챙기고 있다. 나는 아침 값만 낸다. 돈 왕창 주는 것은 옛날 얘기다. 기업에 있을 때 왜 이런 것을 정부가 해주지 않을까 아쉬워했던 것을 지금 하고 있다고 보면 틀린 게 없다.

정부가 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표준화와 핵심 기반 기술 개발이다. 정부가 국내든 해외든 표준화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뒷받침하고 핵심 기반 기술을 개발해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다. 이것은 당장 돈이 되고 리스크가 크니까 기업이 하지 않으려고 한다. 표준화가 안되어 있으면 LG와 삼성이 싸움박질할 수밖에 없다. 표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가. 표준화는 '산업 초기 형성자(Industry Shaper)'로 산업의 주도권을 잡는 시작점이 된다. 우리가 먼저 가려고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통상마찰이 생길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미 위피(무선인터넷플랫폼)와 와이브로(차세대 인터넷) 때문에 시끄럽지 않은가. 통상마찰 생기면 정부가 뭐좀 하네, 열심히 하네 하고 생각해야 한다. 또 정보통신산업은 정부와 정부간 협상에 의해 사업이 시작될 것도 많아 정부가 국제협력에도 앞장서야 한다. 정통부가 국제협력관실을 국으로 승격시킨 것도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 통상 마찰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재계는 정부에 인력 양성을 요청하고 있는데 복안이 있는가?
고급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혁신해 연구개발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참 어렵다. 롤모델이 없는 것이 큰 문제다.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도 우리나라 연구 기관이나 대학만 갖고는 최고 인력 길러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IBM이나 HP 연구개발센터가 들어오면 아주 중요한 아키텍터(소프트웨어 시스템 설계자)도 온다. 우리 젊은 기술자들이 보고 배울 수 있다. 한국인은 진득하게 앉아 연구하는 것을 싫어한다. 휴대전화 곱상하게 잘 만들고 반짝반짝한 몇 개 아이디어 갖고 간단한 소프트웨어 만드는 것은 잘하는데, 소프트웨어의 근저를 이루는 OS(운영체계) 개발 이런 것은 잘 안한다. 원천기술 없이 이대로 가면 갈수록 예속될 수밖에 없다. (CDMA 휴대전화 원천 기술인) 퀄컴 칩이 좋은 예 아니냐.

IT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IT 839전략으로 2010년까지 밥상을 어떻게 차린다는 요리책이 나왔지만, 그 이후에는 어떡할 것이냐. 중국이 상하이와 베이징에 초대형 IT 클러스터를 만드는 등 막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금 잘하는 것 다 울겨먹고 난 다음 해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다. 앞으로는 국가적인 클라스터 다시 말해 인프라 싸움이 될 것이다. IT허브(중심)를 어떻게 구축해야 할 것인가 등등 참 할 일이 많다. 동북아 IT 허브 구축 방안은 일본과 중국의 IT 클러스터에 대응하고 2010년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인데 10월 초쯤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중소· 벤처 기업은 빈사 상태다. 코스닥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요즘 IT 실행주체들의 경쟁력 키우기에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 특히 허약한 중소·벤처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제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이 없다시피하다. 7월23일 ‘100만 중소기업 정보화 확산 추진 선포식’을 가졌는데, 중소기업 경영 효율화·활성화의 일환이다. 이런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해법을 찾지 못했다. 거시 경제 정책 갖고 벤처나 중소기업을 돕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핀셋으로 콕 집어내는 미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개별 기업마다 처한 상황이나 규모, 특성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어떤 방식으로 도와줄 지를 연구하고 있다. 중소기업 생태계 조성을 새로 해서 어떻게 글로벌한 중소기업으로 성장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여기서 자칫 잘못하면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제조업 공동화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한·중·일 IT장관 회의의 성과가 무엇인가?
미국과 유럽에 비해 기술 및 표준 선점에서 뒤졌던 동북아 3국이 세계 IT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세나라가 모인 것이다. 1992년 싱가포르에서 첫 시도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인 아젠더는 없었다고 한다. 지난해 7월 대통령 방중때 왕쉬뚱 신식자원부 장관에게 협력하자고 말했다. 중국이 건질 것이 많을 것이라고 살살 꼬셨더니 9월에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일본 아소 타로 총무성 장관에게 의사를 타진했더니 그도 반색했다. 그래서 9월에 3국 장관회의를 하게 되었고 여기서 7개 협력 분야 협정을 맺었다. 세나라 IT 장관이 회동해서 그랬던지 미국 대사가 와서 무슨 얘기를 나누었느냐며 몹시 궁금해했다. 9월 회담 후 1년 가까이 국장급 실무자들이 20여 차례 만나면서 상설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지난 7월26일 회담에서 정보통신 상설협의체를 설치·운영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세나라 모두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런 합의가 가능했다. 일본은 신소재· 부품 ·핵심 기술을 많아 가진 나라이고, 중국은 시장도 크지만 전세계 제조업 센터가 되고 있다. 한국도 상용화 기술에는 자신이 있으며 테스트베드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 묘한 것은 중국과 일본은 한국이 끼어야 대화가 된다는 사실이다. 경쟁심 때문이다. 이제 세나라가 협상하면 표준화도 할 수 있으니 겁낼 것이 없다. 입장이 딱 맞는 기가 막힌 모임이다. 8월 초에 아세안 6개국이 한·중·일 3국 장관을 초청해서 다시 만난다.

통신 보조금 금지 정책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보조금 지급은 명백히 불법이어서 처벌해야 한다. 지난해 3월 발효되어 내년 6월말까지 효력을 갖는 한시법인데 그 때까지는 보조금 주면 엄격히 제재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살아 있어야 되지 않느냐.

그럼에도 여전히 보조금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언제까지 과징금 혹은 영업정지를 되풀이할 작정인가?
한시법을 만든 것은 보조금을 주면 석달 쓴 단말기를 해운대 앞바다에 버리는 낭비가 심했고 항구적으로 막자니 보조금 지급 행위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해 일단 시간을 정해놓고 한번 해보자고 한 것이다. 법이 효력을 갖는 동안에는 당연히 이동통신 회사들이 법을 어겼는지, 어겼다면 과징금을 부과할 지를 독립 기관인 통신위원회가 결정할 것이다. 징계받는 것에 중독되어 있다는 말인 모양인데, 한꺼번에 할지 매번 제재할 지도 통신위의 경험 많은 분들이 결정을 내릴 것이다. 그 분들이 재재해야 한다고 결정하면 우리는 강하게 나갈 것이다. 나는 법 집행에 아주 엄격한 사람이다. 안 그래 보이는가.
정통부가 견지하는 유효 경쟁 체제는 무엇인가. 시장 원리에 반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시장 원리에 딱 맡겨놓은 상태에서 공정 경쟁이 이루어지면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애시당초 만들어져 있다. 모든 나라가 통신은 정부에서 만들고 키워온 독점 기업 형태였다. 민영화하고 경쟁 체제를 도입했지만, 생래적으로 규모가 크고 인프라가 잘 구축된 선발 사업자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령 KT(유선)와 SK텔레콤(무선)이라는 선발 업체에 대한 쏠림 현상이 심각한데, 이를 방치하면 후발 업체가 경쟁을 할 수 없다. 결국 후발 사업자가 쓰러져 독점 구조가 되살아나면 소비자(국민)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정부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려는 것은 완전한 경쟁 체제는 아니지만 유효한(effective) 경쟁 체제라도 만들겠다는 뜻이다. 시장 논리로만 보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차피 통신 같은 거의 모든 사람이 쓰는 보편적 서비스는 시장 논리에 반할 수밖에 없다. 유효 경쟁은 시장 논리 아닌 다른 가치를 갖고 균형을 잡는 것이다.

 
재정경제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도 같은 맥락인가?

보조금 못주게 하니 (자금)여력도 생겼고, 무엇보다 시민단체 등에서 SK텔레콤이 과도하게 이익을 내고 있다는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동통신 시장은 외국과 경쟁하는 것도 아니고 국민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요금을 싸게 책정해야 할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확 내리지 못하는 것은 후발 사업자(KTF·LG텔레콤) 때문이다.

감사원으로부터 정보화촉진기금 관련 비리가 적발되었는데, 정통부가 재차 비리의 온상이라는 비난을 불러들이고 있다.
우선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 정보화촉진기금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되도록 기금 조성 및 운용, 집행 전 과정에 걸쳐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비리를 발본색원하기 위해 기금 운영과 관련된 직원들의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고 내·외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업무와 관련해 미등록 회사 주식을 취한 직원에 대해서는 일벌 백계 차원에서 엄중 문책할 것이다.

7월 중순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열린 신제품 전시회에 가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들었다
차관과 실·국장 다같이 우르르 가서 봤다. LG가 해도 가볼 텐데 안하는 것 같다. 외국 전자쇼보다 신상품을 많이 모아 놓아서 가보자고 했다. IT 839 전략에 다 비슷하게 관련이 된다. 공무원들이 이런 신제품을 자꾸 보아야 저게 좋은 거구나, 저 기술이 새로운 것이구나 알게 된다. 나는 하도 많이 봐서 30m 전방에서도 알아본다.

삼성과 정부를 비교해달라?
민간 기업과 행정 조직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문닫을 염려가 없는 동네가 아니냐. 기업은 아무리 이익을 많이 내도 2~3년 뒤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죽기살기로 일한다. 미국에서 100대 기업 가운데 30년 후에도 살아남은 기업은 20개 밖에 안된다는 통계를 본적이 있다. 이처럼 기업과 정부는 생각하는 각도나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요즘 기업의 철저한 목표 성장주의를 배우자는 논의가 정부내에서도 제기되지만, 지난해 처음 와서 그동안 정부에서 통용되지 않았던 이런 얘기를 꺼내니 공무원들이 죽을려고 하더라. 기업 경영 방식을 도입하고자 올 초에 간부들에게 ‘CEO 미션’을 부여했는데, 처음에는 개인 목표에 생소해 했지만 성과를 관리하고 점검하면서 점차 익숙해지고 있다. 변화의 기운을 보이고 있지만,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갈수록 더 하자고 할 것이다. 사실 혁신 레퍼토리는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CEO에서 각료로 변신한 진장관은 훨씬 바쁘고 힘들지만, 국가 발전에 한몫 한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신의 관점을 ‘돈되는 것’에서 국민 전체의 편익으로 옮겼다고도 했다. 그는 자신을 ‘공익근무요원’이라고 부른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공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언제라도 더 이상 용도가 없다고 인식되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