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경계도시로 돌아간 경계인
  • 고제규 기자 (unjusa@sisapress.com)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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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가 10개월로 연장될 수밖에 없었던 서울 체류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갑니다.’ 지난 8월5일 송두율 교수(60)가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출국 길은, 지난해 9월22일 37년 만의 귀국 길과 달랐다. 취재진과 환송객이 크게 줄었고, 송교수 자신도 입국 때와 달리 말을 아꼈다. 대신 그는 벗들에게 2장짜리 편지를 남겼다.

편지에서 송교수는 ‘광주와 제주를 다녀오며 묻혔던, 구두 밑창의 흙과 모래알의 흔적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찾고 싶다’고 소망했다.

재독 사회학자로 돌아간 그는, 뮌스터 대학에서 겨울 학기 강의를 시작한다. 지난 7월 말 독일 현지에서는 그의 귀환을 기념이라도 하듯,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라는 공동 저술이 출판되기도 했다. 이 책에는 송교수의 ‘잃어버린 10년? 북한의 경제 상태와 사회 정치적인 결과’ 등 논문 2편이 실렸다.

송교수는 경계도시(베를린을 그는 이렇게 부른다)로 돌아가서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일절 사절하고 긴 사색에 들어갔다. 당분간 ‘잃어버린 10개월’을 되돌아볼 계획이라고 한다.

아마도 그 사색 끝에 그는 송두율판 <겨울동화>를 내놓을지도 모른다. 송교수는 여러 차례 독일의 대문호 하인리히 하이네가 13년 만에 고국을 방문하고 쓴 장편 서사시 <독일 겨울동화>처럼, 37년 만의 고국 방문기를 쓰고 싶다고 옥중에서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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