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특집] 진기록·명승부 퍼레이드/15초 만에 골… 3분 동안 해트트릭
  • 기영노 (스포츠 해설가) ()
  • 승인 2001.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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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진기명기/한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은 13골… '도둑 골'도 있어

사진설명 "짠돌이 골키퍼" :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의 바르테즈. 골키퍼는 게임당 0.28골만을 허용하여 역대 최소 실점률을 기록했다.

1974년 서독 월드컵 개막전은 6월 14일 개최국 서독과 같은 1조의칠레 사이에 벌어졌다. 이 경기의 주심은 터키의 도간 바바칸 씨였다. 당시만 해도 텔레비전이널리 보급되지않았다. 터키는 더욱 사정이좋지 않아 한 마을에 겨우 한두 대 있을정도였다. 물론 주심 도간 바바칸 씨의 집에도텔레비전이 없었다. 그의 가족들은 텔레비전이 있는이웃집에 가서그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 사이 도둑이 들어 값나가는 물건을 몽땅 털어갔다. 그 사람은 월드컵 축구 전문가? 아니면 도둑 전문가?

최근 은퇴를 선언한 독일의 로타어 마테우스 선수는 '월드컵의 사나이'로 불릴정도로 진기록을 많이 갖고 있다. 마테우스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부터 1986년멕시코, 1990년 이탈리아, 1994년 미국 그리고 지난번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5번 연속 출전해 멕시코 골키퍼 안토니오 카르바얄 선수와 타이를 이루었다.

카르바얄은 1950년브라질, 1954년스위스, 1958년 스웨덴, 1962년 칠레 그리고 1966년 영국 대회까지 5번 연속 출전한 멕시코최고 골키퍼였다. 카르바얄은 한번도 이기지 못하다가 1962년 칠레 대회 때 체코와의 경기에서3 대 1로 이기며 무승 기록을 깨뜨렸다. 그 날이 바로 그의 33회 생일인 6월 7일이었다.

그러나 마테우스는 카라바얄의 경우와는질적으로 다르다. 마테우스가 월드컵에 출전하는 동안 독일은 우승(1990년)을한 번,준우승을 두 번(1982년, 1986년)이나 차지했다. 마테우스는 본선 25경기에 출전해이 부문 최다출전 기록을 세웠고, 경기 출전시간도 무려 2천48분으로 최고 기록이다.

축구의 묘미는 역시골이다. 월드컵은 골을 집어넣기 위해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국력(?)을 기울이는 무대이기 때문에골에 얽힌일화는 무궁무진하다.


독일의 뮐러, 두 대회 통산 14골 기록

월드컵에서 경기 시작 후 골을 가장 빨리 터뜨린 선수는 체코의마세코 선수다. 마세코는 1962년 6월 7일 벌어진 칠레 대회 예선 3조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경기 시작 15초만에 골을 넣었다. 사우살리토 스타디움에 모인 관중 1만7백명은 관중석 의자에 엉덩이를붙일 사이도 없이 들어간 골에 어안이 벙벙해질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체코는 '번개골'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기습을 당한 멕시코는 이후 디아스(13분), 델 아구야(29분), 헥코르 에르난데스(89분)가 릴레이 골을 터뜨려3 대 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한 대회에서가장 많은골을 넣은선수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에 출전했던 프랑스의 퐁텐 선수다. 퐁텐은 파라과이와의2조 첫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프랑스가 7대 3으로 대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프랑스는 유고슬라비아 전에서는 2 대3으로 패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넣은2골의 주인공은 퐁텐이었다. 프랑스는 스코틀랜드에 2 대 1로 역전승을 올렸는데 퐁텐이 그 발판이되는 동점골을 넣었다.

프랑스는 북아일랜드와의 준준결승전에서4 대 0으로 이겼는데 이 경기에서퐁텐은 2골을 넣었다.

그러나 퐁텐은 시대를잘못 태어났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브라질에는펠레라는 이시대 최고의 축구 선수가 있었다. 이 경기에서 퐁텐은 발군의 골 감각을자랑하며 2골을 넣었다. 그러나 브라질의 펠레가 해트트릭을 기록해 결국 프랑스는 2 대 5로 패해 3∼4위전으로 밀려났다. 퐁텐은 애꿎은서독에게 분풀이를 했다. 퐁텐은 서독과의 3∼4위전에서 무려 4골을 퍼부어 팀이 6 대 3으로 대승을거두게 했다. 퐁텐은 한대회 최다골인13골을 넣었을 뿐만 아니라 6경기연속 골의 신기록을세웠다. 퐁텐은 1962년 칠레 월드컵 예선에서 프랑스가 탈락하는 바람에 더 이상골을 추가하지 못했다.

월드컵 사상 최다 골은 독일의게르트 뮐러가 기록한 14골이다. 뮐러는 1970년 멕시코 대회에서 10골, 1974년 뮌헨대회에서 4골을 넣었다. 뮐러는 멕시코대회 예선4조 첫 경기 모로코 전에서 첫 골이자결승골(2 대 1승)을 넣었다. 불가리아와의 예선두 번째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대승(5대 2)을 이끌었고, 6월10일 페루전에서는 후반전에만 3골을 내리 넣는 완벽한 해트트릭으로팀의 승리(3 대 1)를 견인했다. 뮐러는잉글랜드와의 준준결승전에서는 2 대 2 동점 상황에서 연장 후반 3분에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려서독 축구를 사지(死地)에서 구해냈다.

이탈리아와의 준결승전은 월드컵 사상가장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기록되어 있다. 두 팀은 정규 90분 경기를 1대1 무승부로 끝냈다. 만약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도입된 '골든 골' 제도가 있었다면 월드컵축구 역사는달라졌을 것이다. 연장 전반 5분 뮐러가 지금의 골든 골인 연장전 첫 골을 터뜨려 서독이 2대1로 앞섰다. 4분 후 이탈리아의부르그니치가 2대2 동점골을 넣었고, 이탈리아의지지 리바가 전반 종료 1분전 역전골을 넣어 이탈리아가 3대 2로 앞섰다. 뮐러는연장 후반5분 다시 골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3 대 3)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뮐러의 이번 월드컵 골운은 거기까지였다. 뮐러가 골을 넣은 지불과 1분 후 이탈리아의 리베라가 1백20분간 치열했던이 경기의 대미를 장식하는결승골을 넣었다. 서독은 3∼4위 전에서 우루과이에 1 대 0으로 이겨 3위를 차지했으나 그 골은 오베라트 선수가 기록했고, 뮐러는 10골로 득점 왕에 만족해야 했다.

뮐러는 1974년 뮌헨 월드컵에서는호주·유고·폴란드·네덜란드 전에서 각각 1골씩 터뜨려 4골로 득점 랭킹4위에 그쳤다. 그가 월드컵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터뜨린 골은 네덜란드와의 결승전에서 승리를 결정지은 결승골이었다.

퐁텐이 한 대회13골이라는 엄청난기록을 세운 반면, 1978년 아르헨티나 대회 이후 지난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6번 내리 득점 왕이 6골을 기록하는 진기록이계속되고 있다. 1978년아르헨티나 대회의캠페스(아르헨티나), 1982년 스페인 대회 로시(이탈리아), 1986년 멕시코 대회 리네커(잉글랜드), 1990년이탈리아 대회 스킬라치(이탈리아), 1994년 미국대회의 살렌코(러시아)와 스토이치코프(불가리아) 그리고 1998년 프랑스 대회 수케르(크로아티아) 등이 모두 6골로 득점 왕에 올랐다.


바티스투타, 세 대회 연속 해트트릭 대기록 넘봐

뮐러가 두 경기 연속 해트트릭을기록한 적도 있지만, 해트트릭이야말로 축구에서 꽃중의 꽃이다. 이탈리아 프로 축구 세리에A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가브리엘바티스투타(AC 밀란)는 두 대회 연속 해트트릭의 대기록을 세우고 있다. 바티스투타는 1994년 미국 월드컵 D조 예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해 아르헨티나가 4 대 0으로 대승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티스투타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자메이카 전에서는 후반 28분부터 31분까지 불과 3분 사이에 내리 3골을 터뜨리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이는 종전 헝가리의 키스 선수가 1982년 엘살바도르와의 경기에서 세운 7분사이 해트트릭을 4분이나 앞당긴진기록이다. 바티스투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릴때까지 전성기를 구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세 대회 연속 해트트릭이라는 대기록을 세울가능성도 있다.

발로 하기도 어려운 해트트릭을 모두 머리로만 한 선수가 있다. 체코의 '람보'(키가 192cm) 선수인 스쿠라비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코스타리카와의 16강 전에서 장신을 이용한 고공 폭격을 퍼부어 헤딩으로만 해트트릭을기록해 팀이 4대1로 이기는 데 크게 기여했다.잉글랜드의 허스트 선수는 1966년 영국 월드컵 결승전에서해트트릭을 기록했다.허스트는 서독과의 결승전 2 대2 동점 상황에서연장 전반 10분 그 유명한 '수직골'로 결승골을 터뜨렸다. 서독의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슛을 시도했는데 그 공이 서독골키퍼의 머리를 넘어 크로스바를 맞고수직으로 떨어졌다. 골라인을 넘었느니 안넘었느니 옥신각신끝에 주심 딘스트 씨가 골로 선언했다. 허스트는 연장 후반 15분 '수직 골'을 잠재우는 '확인 골'을 터뜨려 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유일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최초의 해트트릭은 1930년 우루과이월드컵때 아르헨티나의스타빌레선수가 기록했다. 스타빌레는 원래 후보선수였다. 그런데 주전 선수였던 페레이라가 학기말 시험을 치르기 위해 바로 옆 나라인 아르헨티나로돌아간 사이에 어부지리로 출전하게되었다. 당시 18살로 고등학교 3학년이던 스타빌레는 멕시코와의 두번째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해 팀이 3 대 0으로 이기도록 했다. 스타빌레는 이후 매 경기골을 터뜨려 8골로 월드컵 초대 득점왕이 되었다.


5백15분 무실점 기록한 '구두쇠 골키퍼'

골을 잘 넣는 명 필드 플레이어가 있다면 골을 잘 막는 명골키퍼도 있게 마련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한 프랑스의 바르테즈 골키퍼는 7경기에서 겨우 2실점만당해 게임당 0.28골을 허용하여 역대최소 실점과 최소 실점률을 기록했다.

빗장 수비 즉 카데나치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젱가 골키퍼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구두쇠'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젱가는 오스트리아와의 A조 첫 경기(1 대 0승)에서부터 미국(1 대 0승), 체코(2 대 0승) 그리고 우루과이와의 2회전 첫 경기(2 대0승), 아일랜드와의 준준결승전(1 대 0승),아르헨티나와의 준결승전 후반 22분 카니자선수에게 동점골을 얻어맞을 때까지 무려 5백15분 동안 무실점 행진을 계속했다.

월드컵 역사에 '도둑 골'이딱 한번 있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홈팀 멕시코대 엘살바도르의 1조 세 번째 경기.쉽게 이길 줄 알았던 멕시코는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한 골도 터지지 않아 초조해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이집트의 칸딜 주심이 멕시코 골문앞에서 엘살바도르의 프리킥을 선언했다. 엘살바도르 선수들이 어떻게 처리할지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숙의하고 있을 때 멕시코의 페레즈선수가 공을 프리킥 지점에 갖다 놓더니 재빨리 자기 팀 동료 선수에게 연결해주는것이었다. 이를 이어받은 발디비아 선수가 주저 없이슛을 날렸고 공은 어처구니가 없어 멍하니서있던 엘살바도르 마가냐 골키퍼를 비웃듯이 골인이 되고말았다. 주심은 곧바로 골을 선언해 버렸다. 골을 먹은 엘살바도르 선수뿐만 아니라골을 넣은 멕시코 선수마저어안이 벙벙했다. 관중석에서는 웃음과 야유소리가 뒤범벅이 되었다. 이후 멕시코는 사기가 떨어진 엘살바도르 진영을 융단 폭격하며 3골을더 넣어 4대 0으로 대승을 거두었다.


4무 10패 한국, 1승도 못챙긴 치욕적 기록

월드컵 역사상 장애인으로서 경기에출전한 선수가 두 사람 있다.첫 번째는 1930년 우루과이 월드컵 때우승팀 우루과이의카스트로 선수였다. 오른팔이 없어 '편익 비행'을 했었던카스트로는 페루와의 첫경기에서 후반43분 결승골을 터뜨렸다. 카스트로는 오른팔이 없어서 힘이 오른발로 모아져서 그런지대포알 같은 엄청난 킥 력을 자랑했었다.

두 번째 장애인 선수는 브라질의가린샤 선수였다. '작은 새'라는 별명을갖고 있던 가린샤는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가오른쪽 다리보다 짧아 다리를 절었는데도 드리블의 명수였다. 볼을 갖고도 번개처럼 수비를 뚫는다 해서 '작은 새'라고 불렸다. 1958년스웨덴, 1962년 칠레, 1966년 영국 월드컵에 잇따라 출전했다. 미드필더로 칠레 월드컵 4골,영국 월드컵 1골을 넣어 모두 5골을 기록했다.

월드컵 사상 한 경기 최다 관중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때 홈팀 브라질과 우루과이의 결승전으로 공식 기록으로만 19만9천5백84명이입장했다. 한 대회최다 관중은지난 1994년 미국 월드컵으로 무려 3백58만7천5백38명이 축구장을 찾았고, 이는 게임(52경기)당 평균 6만8천9백91명으로 이 또한 신기록이다.

한국으로 볼 때 월드컵 진기록은그동안 다섯 차례의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14번싸워 4무10패로 아직 1승도 올리지못한 것이다. 본선 10경기 이상 치른 팀 가운데1승도 올리지못한 팀은 한국팀뿐이다.과연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이 치욕적인 기록이 깨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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