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으로 남매 잃고 땅을 치며 통곡하네
  • 나권일 광주 주재기자 ()
  • 승인 2001.03.29 00: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천벽력이라는 말은 허병국(42) 손점남(38)씨 부부에게 꼭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전남 광양에 살던 허씨 부부는 지난 1월 초등학교 5학년 딸 나리(12)와 3학년 아들 건영(10) 남매를 함께 잃었다. 원인은 홍역 합병증. 동네 소아과에서 홍역을 심한 감기라고 진단해 초기에 치료할 기회를 놓쳐버렸다. 종합병원에서는 악성 폐렴으로 확대되었는데도 회복기에 접어들었다며 치료에 소홀했다.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보건소에서부터 일반 의원과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 1·2·3차 진료기관을 모두 거쳤지만 두 남매는 결국 급성 폐부전으로 숨을 거두었다. 홍역에 감염된 지 20여 일 만에 의료기관의 무성의한 치료로 남매가 1주일 간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홍역을 앓은 어린이는 9천여 명. 그 가운데 나래와 건영이 등 7명이 벌써 숨을 거두었다. 허씨 부부는 "모든 부모가 어린 자녀들의 홍역에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래와 건영이처럼 예방 접종을 받았다 해도 홍역 백신이 부실하기 때문에 면역력을 지니지 못한 아이들이 아직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점남씨는 "살고 싶다는 절박함과 안타까움이 범벅이 된 채 죽어간 나래의 퀭한 눈을 잊을 수 없다. 죽어 가는 자식을 아무런 약도 쓰지 못한 채 지켜봐야만 했던 어미의 심정을 보건 당국과 의사들이 이해할 수 있다면 홍역 치료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