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계산이 불러온 '운'
  • 기영노 (스포츠 해설가) ()
  • 승인 200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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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룡 감독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운이 따르는 감독으로 통했다. 김감독은 해태 시절, 한국 야구 사상 최고의 투수인 선동렬과 최고의 타자 이종범 때문에 어렵지 않게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선동렬이 일본으로 빠져 나간 1995년 이후에도 1996∼1997년 두 차례나 우승을 했다. 그러나 이종범마저 일본으로 건너간 1998년 이후에는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그런데 삼성 라이온스로 팀을 옮긴 이후 여전히 운이 따라주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사상 최고의 거포라는 마해영을 이계성·김주찬 선수를 주고 데려왔고, 이정호라는 최고 구속 156km를 던지는 괴물 투수가 들어 왔다. 게다가 지난해 1승(4패)에 그쳤던 핵 잠수함 이강철이 재기에 성공했고, 지난해 진갑용 포수에게 밀려 부진했던 김동수도 컨디션을 회복했다. 1998년 페넌트레이스 경기 도중 어깨를 크게 다쳐서 2년 동안 치료에만 전념해 온 외야수 강동우도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고, 마무리감으로 데려온 외국 선수 리베라는 이제까지 삼성에 들어온 외국 투수 가운데 최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김감독이 운에만 기대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김감독의 운은 철저한 계산의 결과이기도 한 것이다. 김감독은 지난 3월21일 충격 요법을 썼다. 1992년 삼성에 들어와 통산 타율 0.273에 홈런 82개를 때린 부동의 외야수 신동주를 해태의 2군 투수인 강영식과 맞트레이드했다. 누가 보아도 삼성이 밑지는 장사였다. 그러나 김감독은 아프다며 훈련을 게을리하는 등 팀 분위기를 해치는 신동주가 팀을 통솔해 가는 데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다. 물론 외야수 전력이 넘쳐난다는 계산을 끝낸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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