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의자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
  • 오윤현 기자 (noma@e-sisa.co.kr)
  • 승인 2001.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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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석 높이·경사, 등받이 각도 꼼꼼히 따져야…

주부는 팔걸이 없는 의자 택해야 편리


〈바른 자세가 보약이다〉를 펴낸 김창규 박사는 "자세가 나쁘면 두통·만성 피로·가슴 통증·빈혈은 물론 심지어 여드름·습진·피부염까지 생긴다"라고 말한다.


김박사에 따르면, 진달래 피는 이때쯤이 척추 이상으로 인한 질병에 걸리기 가장 쉬운 계절이다. 뼈와 근육이 나긋나긋해지면 그만큼 자세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세 전문가들은 의자를 바꾸어 앉는 것만으로도 나쁜 자세로 인한 질병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의자는 가구 중에서 가장 정교한 물건이다. 때문에 균형이 덜 잡힌 의자에 앉으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와 허리 통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좋은 의자'란 먹고 마시고 일하고 쉬는 데 도움을 주고, 뼈가 어긋나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의자이다. 그러나 좋은 의자를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의자가 좋은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고, 또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사무용 의자 등판, 100°쯤 기울어야 편안


전문가들은 좌석 높이·경사 그리고 등받이의 각도를 꼼꼼히 따져 보라고 권한다. 안병준 교수(동국대·안전공학과)는 자신의 저서 〈인간공학〉(한올출판사)에서, 좌석이 너무 높으면 등줄기를 압박해 아래 대퇴부가 저리고 혈액 순환 장애가 초래된다면서, 책상 높이가 71cm일 경우 좌석 높이는 40∼48cm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이 정도 높이면 대개 발뒤꿈치까지 바닥에 닿는다. 반대로 좌석이 너무 낮으면 몸을 앞으로 구부려야 하기 때문에 척추와 발이 안정을 잃는다.


사무용 의자의 좌석(앉는 자리)은 뒤쪽이 약 3∼5°정도 경사져 있어야 편안하다. 등판도 100°쯤 기울어 있어야 등을 기대기가 좋다. 그러나 휴식용 의자는 좌석이 사무용 의자보다 7∼8cm 낮은 37∼38cm가 적당하고, 등판 각도는 105∼108。가 바람직하다.


좌석의 깊이도 의자를 선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의자 깊이가 너무 얕으면 거북한 자세를 취하기 쉽다. 반대로 너무 깊으면 앉는 좌석의 앞면과 모서리가 무릎 뒤를 압박해, 다리와 팔의 혈액 순환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또 수시로 엉덩이를 옮겨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몸의 안정을 잃어 더 많은 에너지를 허비하게 된다. 결국 이런 의자에 앉는 사람은 더 빨리 피로해지고, 그만큼 허리 통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좌석 두께는 1,3∼2.5cm가 적당


좌석 두께도 자세히 따져 보아야 한다. 갤런 크렌츠 교수(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건축학)는 〈의자〉(지호 펴냄)에서 깔개가 지나치게 깊고 푹신하면 좌골들이 안정된 지면에 닿지 못하고, 오히려 깔개 가운데 묻혀서 흔들거리게 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궁둥이와 허벅지의 살이 몸무게의 압력을 받아, 척추가 부담을 느끼고 골반이 균형을 잃는다. 크렌츠 교수가 권하는 좌석 두께는 1.3∼2.5cm.


(주)까사미아 디자이너 연구소 최순희 소장은 주방에서 자주 일어서야 하는 주부에게는 팔걸이가 없는 의자를 권한다. 그만큼 이동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자주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자판을 두드리는 사람은 팔걸이가 있는 의자를 써야 일의 능률을 높이고, 피로도 줄인다. 몸을 앞으로 숙인 채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앞으로 기운 의자를 선택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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